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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 열면 10분인데... 우회하는 용산 옛길 걷다 외친 말

경희궁~이태원 잇는 역사의 길, 통신사 옛길을 걷다지금부터 263년 전인 1763년 음력 8월 3일 제11차 통신사가 일본 에도를 향해 떠난다. 일본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하루(德川家治)의 습직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정사는 조엄(趙曮), 부사는 이인배(李仁培), 종사관은 김상익(金相翊)이다. 이들 통신사 일행은 무려 477명이나 된다.

올해는 음력 8월 3일이 양력으로 9월 13일이다. 그래서 서울 용산학 연구센터와 조선시대통신사 현창회는 통신사 옛길 걷기 행사를 벌였다. <조선시대통신사 옛길을 용산공원으로 다시 이어 보자>는 것이 주제고 취지다. 한 마디로 미군부대, 현재는 용산공원 때문에 통신사 옛길이 막혀 통행할 수가 없다. 그 길을 뚫어보자는 것이다.

 경희궁 숭전정 앞을 출발하는 통신사 옛길 걷기팀
ⓒ 이상기

당시 통신사는 8월 3일 출발지인 경희궁에서 남대문 이태원 한강진을 거쳐 양재까지 갔다. 통신사 정사 조엄이 쓴 <해사일기(海槎日記)>에 따르면 영조대왕이 경희궁 중문인 숭현문(崇賢門)까지 나와 통신 삼사를 맞이한다. 그리고 잘 갔다 오라(好往好來)는 격려의 글을 준다.

그래서 용산학 연구센터와 현창회는 9월 13일 경희궁에서 출발 남대문을 거쳐 이태원까지 통신사 옛길을 걷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경희궁 숭정전, 흥화문 표지석, 광화문 사거리, 시청, 덕수궁, 남대문, 남관왕묘, 두텁바위(우수현: 牛首峴), 전생서 표지석, 이태원 표지석(용산고등학교), 미군부대 게이트 20이다.

통신사 옛길 걷기 행사, 우회 하는 까닭

 두텁바위로 끝에 있는 게이트 20
ⓒ 이상기

용산학 연구센터 10명, 통신사 현창회 15명, 팔도국악예술단 취타대 15명이 오전 10시 경희궁 숭정전 앞에 모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용산학 연구센터 김천수 센터장이 행사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하고, 일정을 안내한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목적은 용산공원을 감싸고 있는 게이트(Gate) 20과 21을 열어 통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게이트 20은 두텁바위로 남쪽 끝에 있다. 게이트 21은 녹사평역 쪽에 있다.

이 길이 막혀 통신사 옛길 걷기 행사를 할 때마다, 이태원로, 숙대입구역, 전쟁기념관으로 우회해 녹사평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직선거리의 3배나 되는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길을 뚫기 위해 게이트 20 앞에까지 갔지만 올해도 역시나 통과할 수 없었다. 케이트 20은 철책과 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책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붙어 있다.

 제한구역 경고판
ⓒ 이상기

"제한구역. 경고. 1950년 통과된 국내 보안법 제21절의 규정에 의거한 1954년 8월 20일자 국방장관 지시에 의거하여, 사령관의 명에 따라 이 지역은 제한구역으로 선포되었음. 본 지역을 출입하는 모든 요원 및 차량은 검색을 받아야 함. 부대장이 특별히 허가하지 않는 한, 본 지역에 대한 촬영, 도화, 기록, 지도 또는 도표의 작성 및 동 행위는 금지됨. 상기 자료를 가진 비인가자가 발견되는 경우 압수될 것임."

1954년부터니 무려 70년 이상 이곳은 금단이 땅이 되었다. 이 길은 과거 충청도와 영남지방 사람들이 한강을 건너 서울로 들어오는 거의 마지막 고개였다. 이 고개에 서면 북한산 보현봉이 정면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25명 회원은 게이트 20 앞에 서서 "게이트 20, 열자!"고 외쳤다.

 미군부대에 의해 만들어진 출입금지 표지판
ⓒ 이상기

이곳은 막다른 길이어서 군부대를 출입하는 사람 외에는 찾지 않는다. 군 관련 시설로는 국군복지단, 국방시설본부,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연구소가 있다. 회원들의 외침이 국군복지단과 용산공원 쪽으로 울려 퍼진다. 이번에도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 것인가.

공원 안으로 연결된 길이 600m 정도다. 길이 잘 나 있어 문만 열면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다. 그동안은 미군 부대여서 통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평택으로 이전해 소유권이 우리에게로 넘어왔는데 문을 못 여는 이유가 뭘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용산공원의 보존과 개발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문을 여는 것은 법 개정과 명령 두 가지 절차만 있으면 가능하다. 당장 문을 열기 위한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국회와 국방부가 나서기를 바란다. 서울 시민과 우리 국민은 이태원 옛길을 돌려받길 바란다.

 "게이트 20, 열자!"고 외치는 회원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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