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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성장해도 주주는 못 웃는 딜레마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26.9.14 ⓒ 뉴스1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26.9.14 ⓒ 뉴스1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서장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서장지난 1년간 생산적 금융의 가장 큰 변화는 정책 범위의 확장이다. 단순한 정책금융과 펀드 조성에서 시작해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와 같은 산업 목표, 그리고 전력·용수 확보와 같은 실행 조건까지 정책안으로 들어왔다.

국민성장펀드도 200조 원이라는 목표 아래 8월 말 승인 17조9000억 원, 7월 말 집행 4조1000억 원으로 구체화가 진행 중이다. 다만 실제 자금 흐름을 보면 아직 한 방향으로 수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기업은 전체 대출 잔액의 23.9%에 불과하지만 2분기 잔액 증가분의 47.3%를 차지해, 자금이 여전히 익숙한 곳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다만 벤처 부문에서는 상반기 투자 8조8700억 원, 펀드 결성 8조4400억 원으로 모험자본 공급이 뚜렷이 회복되는 신호가 보인다. 완전한 전환은 아니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앞으로 판정 기준은 자금 규모가 아니라 위험 부담과 실행, 생산성이 될 것이다. 50개 산업 프로젝트 중 26개는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확대로 전력 수요 전망도 계속 상향되고 있다. 전력·용수를 제때 확보하는 일이 이제는 자금 조달만큼 중요한 조건이 됐다.

이를 기업별로 보면 속도 차이가 더 뚜렷하다. 삼성, SK, HD현대, LS, 두산은 이미 확보한 이익과 핵심 자산을 다음 투자의 재원으로 쓰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에서 번 돈으로 데이터센터·로봇을 키우고, SK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나오는 현금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에 재배치한다. 반면 현대차와 한화는 아직 매출보다 성과 검증이 먼저인 단계다. 현대차는 로봇 생산 체제를 내부 생산성 개선에서 먼저 시험 중이고, 한화는 방산·우주에서 정부·군 수요가 계약과 생산을 거쳐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LG, 네이버, 포스코는 그사이 검증 구간에 있다. 실제로 28개 사업 중 경제성이 확인된 것은 6개뿐이고, 12개는 아직 판단할 시점조차 오지 않았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사업별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산업이 성장해도 그 몫이 주주에게 그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회사가 자산을 갖고 누가 자본을 부담하느냐에 따라 주주가 받는 몫이 달라진다. 이 몫은 분할, 유상증자, 자사주 소각 같은 이벤트로 계속 움직인다. LS일렉트릭은 실적과 현금 창출이 함께 개선되는 반면 포스코퓨처엠은 투자 부담으로 현금 회복이 더 늦다.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분할해 외부 자본 49%를 받기로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조 원 유상증자로 주주에게 새 자본을 요구했다.

실제로 LS일렉트릭, HD현대마린솔루션, 포스코퓨처엠,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6개 종목은 모두 최근 3개월 이익 전망이 상향됐다. 하지만 최근 6개월 주가가 코스피를 웃돈 곳은 LS일렉트릭과 SK하이닉스 둘뿐이었다. 같은 성장산업 안에서도 SK하이닉스는 40조 원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반대로 자금을 요구했다. 결국 투자자가 사는 것은 산업의 성장률이 아니라, 그 성장이 주주에게 남기는 실제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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