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2분기 GDP 성장률 7.8%↑
前 재무장관 "실제로는 0%" 논쟁
美 물가 CPI→PCE 좋은 사례에도
각국, 유리한 지표 선택하려는 유혹 ↑
한은 총재, GDP보다 GDI 선호
하지만 인플레이션 보여주는 지표
GDP 디플레이터 관심 높아져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012년 벤 버냉키 의장 재임 당시 물가 목표 지표를 공식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개인소비지출(PCE)로 변경했다. [사진 | 뉴시스]# 시대에 따라 주목받는 경제 지표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도 1990년대에 국민총소득(GNP)에서 국내총생산(GDP)으로 변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도 2012년 소비자가격지수(CPI)에서 개인소비지출(PCE)로 변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이후 줄곧 국내총소득(GDI)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가격의 급등으로 우리나라 GDI 증가율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GDP 증가율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관심 변화가 곧 시장의 초점 이동은 아니다. 정부와 시장이 중시하는 경제지표의 변화를 자세히 알아봤다.
■ 경제지표 변화의 나쁜 예 '인도 GDP'=인도에서 경제성장률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7.8%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를 두고 2019년까지 재무부를 책임졌던 수바시 찬드라 가르그(Subhash Chandra Garg) 전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집계 방식을 정부 입맛대로 바꾼 결과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 전직 장관은 인도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명목상 2.6%, 물가를 고려한 실질로 따지면 전혀 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GDP 집계에서 일부 항목의 가중치를 조정했다고 해서 7.8%의 경제성장률이 실제로는 '제로'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경제성장률 수치 조작 논쟁이 여전히 진행되는 건 기본적으로 인도의 불평등이 너무 심해서 성장의 혜택을 받는 국민 수가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체감 경기가 좋은 인도인은 한줌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04년 인도국민당(BJP) 총선 대패의 교훈을 잊은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경제성장률이 8%에 달했지만, 당시 인도 여당은 선거에 크게 졌다. 좋은 경제 지표를 내세운다고 모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경제지표 변화의 좋은 예 'PCE'=정부가 주목하는 경제지표는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경제성장률을 뜻하던 국민총생산(GNP)을 국내총생산(GDP)으로 교체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1993년 GDP 측정의 국제 기준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GNP는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한 모든 가치의 합이고, GDP는 한 국가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된 가치의 합을 말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 챗GPT, 더스쿠프]미국의 사례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물가 지표를 기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개인소비지출(PCE)로 바꿨는데, 이는 잘 된 변화의 좋은 예로 손꼽힌다. 연준은 2000년 PCE를 CPI와 함께 공식적인 물가 지표로 인정해 발표했고, 2012년부터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CPI가 아닌 PCE 기준 2%로 공식화했다.둘 사이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 CPI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변화라면, PCE는 소비자가 실제로 지출한 것들의 가격 변화를 보여준다. 둘째, PCE에는 CPI에 반영되지 않는 정부나 보험회사와 같은 제3자가 대신 지불한 의료비 등의 가격 변화도 반영된다.
그래서 PCE는 상품 A와 상품 B의 가격이 변할 때 소비자의 바뀐 선택까지 관측할 수 있지만, CPI는 이런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모두 반영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PCE가 체감 물가를 느끼기에 훨씬 더 유리한 가격 지표다.
■ 신현송은 GDI, 시장은 GDP 디플레이터?=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총소득(GDI)을 새로운 지표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좋은 예인지 나쁜 예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이후 매월 GDI를 GDP와 함께 언급하고 있다. GDI가 우리 경제를 더 잘 설명하고, 향후 GDP 증가율이 지속될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주장이다.
GDI는 일정 기간 한 국가에서 생산된 최종 가치의 총액을 그 생산에 기여한 개인 등 생산주체에게 분배한 것을 뜻한다. GDI는 GDP에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한다. 쉽게 말해, 수출품 가격이 비싸져서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더 많은 수입품을 확보할 수 있으면 교역조건이 좋아졌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실질 GDI 성장률은 반도체 수출품 가격의 급등세로 1분기에 13.2%였고, 2분기에는 무려 15.6%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GDP 성장률보다 1분기에 9.4%포인트, 2분기에는 12.0%포인트 높은 수치다.
다만, 한은 총재가 성장의 척도를 전통적인 GDP에서 GDI로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물가에 좀 더 머무르고 있다. 물가를 반영하지 않아 그간 외면받던 명목 GDP가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6.4%나 증가하면서 1979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명목 GDP는 올해 생산한 제품 총량을 올해 가격으로 곱해서 구하고, 실질 GDP는 생산량에 가격의 기준이 되는 연도의 가격을 곱해서 구한다. 우리가 그간 실질 GDP를 경제 성장의 척도로 삼은 이유는 가격 변화를 제거한 공급량의 변화만 측정한 값이어서다.실질과 명목 GDP의 차이를 통해서 구해지는 물가 지표가 바로 GDP 디플레이터다. CPI가 대표 상품 458개의 가격 상승률이라면, GDP 디플레이터는 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상승률이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21.9% 상승했다.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상하고,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