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분기 흑자 기록한 티빙에 드리운 그림자
고객 보상금·보안 투자 비용 발생…하반기 과징금도 변수
첫 흑자를 내면서 수익성 개선의 신호탄을 쏜 티빙이 이용자 정보라는 플랫폼의 핵심 자산을 지키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4000만 개에 달하는 계정 정보가 유출된 침해사고는 개발·운영 환경 접속키 관리 부실과 취약점 개선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보상과 손해배상 소송, 행정 제재 가능성의 그림자가 한꺼번에 드리운 가운데, 티빙은 이용자 신뢰 회복이라는 어려운 과제까지 안게 됐다.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정규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개인정보위 조사에 손해배상 소송까지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9월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출된 계정 정보는 3954만 개다. 구체적인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개인정보위를 통해 확정되고, 과징금 등 부과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1일부터 시행된 징벌적 과징금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매출액의 최대 3% 기준이 적용된다. 지난해 티빙 매출(4060억원)을 고려하면 약 120억원이다. 실제 처분액은 유출 정보의 성격과 보호조치 위반 정도, 사고 뒤 대응 등을 종합해 결정될 계획이다.
티빙에 청구될 비용은 과징금뿐만이 아니다. 티빙은 피해 이용자에게 해킹·피싱 안심보험 1년, 프리미엄 시청 기능 3개월, 5000원 상당 티빙 포인트, 웨이브 광고형 요금제 1개월 이용권 또는 CGV 할인 혜택 등을 묶은 보상안을 제시했다. 회사는 중복을 제외한 피해자를 약 1950만 명으로 산정했다. 1인당 보상 패키지의 체감 가치는 약 2만원이다.
그러나 이 보상안은 또 다른 불만의 불씨가 됐다. 정보 유출 피해를 겪은 이용자들은 보상이 자사 서비스 중심의 혜택으로 구성됐다는 점과 개별 신청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이미 계정을 탈퇴한 이용자의 경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다시 가입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을 불러왔다. 본인 확인과 피해 대상 대조를 위한 절차라는 설명이지만, 유출 사고 이후 서비스를 떠난 이용자에게 재가입을 요구하는 방식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손해배상 소송도 늘고 있다. 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유출 정보에 이름과 연락처뿐 아니라 변경이 쉽지 않은 CI·DI 등 연계 식별정보가 포함됐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1인당 3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타 법무법인과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추가 원고 모집이 진행되는 등 소송 참여자는 계속 증가하는 분위기다. 소송이 늘어나고 장기화할수록 법률 대응 비용과 평판 손실까지 누적될 수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지난 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하반기 불확실성 커지나
티빙은 흑자를 막 만들어낸 시점에 이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티빙은 지난 2분기 매출 1407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하며 법인 출범 뒤 처음으로 분기 영업흑자를 냈다. KBO 리그 중계와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입자 유입과 이용시간 확대를 이끈 결과다. 그러나 분기 이익 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 패키지, 보안 인프라 보강, 규제 대응, 손해배상 관련 비용이 겹치면 하반기 수익성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웨이브와의 통합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의 결합은 국내 OTT가 콘텐츠 확보 비용을 나누고 가입자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지만, 주요 주주 간 합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향후 발생할 비용과 기업가치 변동성이 통합 일정과 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두 서비스의 시스템과 구독자 체계를 연결하고, 콘텐츠 경쟁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구독 서비스에서 개인정보는 재결제를 이끄는 신뢰 자산으로, 이번 사고는 큰 자산을 훼손한 것"이라며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대규모 이탈로 이어진다고 볼 순 없지만 새로운 구독자 유치에 상당 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고,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늘어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이번 사고는 티빙·웨이브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와 협상조건과 관련해 영향을 줄 수 있다. 추가 보안투자와 소송·과징금, 가입자 이탈 가능성까지 다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합병이 이루어지더라도 회원정보와 결제 정보, 추천 데이터, 보안 체계를 함께 통합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합병 시 많은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통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