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 세제 혜택 축소에 상생임대 특례도 종료 수순
"매매 물량 늘린다"지만…전월세 매물 줄고 가격 불안 커져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매 및 전세 매물 관련 게시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다주택자 매물 출회 유도를 앞세워 민간 주택 공급의 한 축인 임대인을 정조준하면서 '임대인 수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제 혜택은 거두고 투기 프레임은 강화하면서 매매시장으로 물량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전월세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집주인들까지 임대를 포기하면 집값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임대인을 압박하는 명분은 다주택자가 쥔 주택을 매매시장으로 끌어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데서 출발한다. 국내 임대차시장은 개인 임대인 의존도가 높고, 전월세로 공급되는 주택 상당수도 실거주하지 않는 다주택자 보유 물량에 기대고 있다. 이 물량이 임대시장에 머무는 한 매매시장 공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매매 공급이 늘고, 무주택자의 매수 기회가 확대돼 주택 가격과 임대료도 함께 안정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같은 판단 아래 정부는 세제 혜택부터 축소하며 단계적인 임대인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과녁에 오른 것은 등록임대사업자다. 등록임대는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의무임대기간을 지키는 대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혜택을 확대했는데, 당시 정부는 등록임대주택의 매도 시점과 관계없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당시 약속됐던 혜택이 흔들리면서 등록임대사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 심의를 거치고 있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2018~19년 등록한 매입임대 아파트 사업자들은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세제 혜택을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2028년에 양도할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절반으로 줄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율도 50%에서 3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2029년부터는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도 사라진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의 의무임대 기간과 관계없이 '내년 말까지 팔라'는 시간표가 제시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몰 방식이 단기간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동시에 임대 공급 축소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등록임대사업자가 내년 말까지 주택을 팔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던 전월세 물건이 임대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 등록민간임대주택은 약 40만7000가구로, 전체 임차주택의 약 20% 수준이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대료로 공급되던 전월세 물량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등록임대사업자들을 투기꾼으로 낙인찍고 기존 세제 혜택을 없앤다면 일부 물량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이나 계약 해지 걱정 없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었던 주택도 사라지게 된다"며 민간임대사업자를 공급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생임대도 일몰…'착한 임대인' 설 자리 좁아진다
임차인을 위한 상생임대주택도 이 같은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상생임대주택은 직전 임대차계약 대비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해 재계약을 맺은 임대인에게 1주택 양도세 비과세(양도가액 12억원 이하)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때 필요한 2년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임대료 인상을 자제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세입자에게는 급격한 임대료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상생임대주택 특례도 연말 일몰과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상생임대계약을 맺었더라도 임대차계약 종료일로부터 1년 안에 주택을 양도해야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 인상을 자제해온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존 혜택을 활용하려면 단기간 내 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상생임대주택 수는 별도 공식 통계가 공개돼 있지 않지만, 이 제도에 기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해 온 집주인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이 줄더라도 다주택자 보유 물량이 매매시장에 나오면 무주택자의 매수 기회가 늘고, 집값 안정이 전월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월세 수요 일부가 매매 수요로 이동하면 임대차시장 부담도 줄어든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임대인 단체들은 매매 물량 증가보다 전월세 공급 축소라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세제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다주택 임대인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사이 전월세 매물은 줄고 가격은 오르고 있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6661건으로, 지난해 초보다 29.4% 감소했다. 8·3 세제개편안 발표 전과 비교해도 4.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구상과 달리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은 아직 안정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첫째 주 기준 86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기 상승 기록을 새로 썼고, 전월세 가격 역시 2023년 6월 이후 올해 7월까지 3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주택자 매물을 압박해 집값과 전월세 가격을 함께 잡겠다는 구상과 달리, 시장에서는 임대 물량 감소라는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