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농협은행장 / 그래픽 = 박진화 기자강 행장은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장과 농협금융 디지털금융부문장 등을 거친 디지털 전문가다. 취임 이후에는 자산 규모 확대보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금융 포트폴리오를 미래성장산업 중심으로 바꾸고 AI를 활용해 심사와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자·수수료 나란히 성장…다음은 수익성 개선
농협은행 수익 지표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수익 증가가 최종 이익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비용과 대손 부담이 함께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972억원으로 57.9% 증가했고 일반관리비도 1조9415억원으로 7.4% 늘었다. 이에 영업이익은 1조7827억원으로 4.3%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전년 동기 9.51%에서 8.77%로 낮아졌다.
강 행장이 기업금융의 양적 확대보다 선별 능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은 1월 'NH미래성장기업대출'을 출시하면서 특허권과 기술평가 등 비재무 정보를 반영한 'NH미래성장등급'을 신설했다. 중소기업고객부는 기업성장지원부로 재편해 생산적금융국을 두고 여신심사부에는 전략산업심사국을 신설했다.
농협은행이 강점을 가진 농식품 분야도 기술금융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술금융 잔액은 21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 증가했다. 농식품 관련 162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NH특화 기술금융 잔액은 8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6조7000억원이 비수도권에 공급됐다. 3월 말 기준 NH특화 기술금융 신규 공급액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AI 직접 투자…여신심사부터 창구까지 바꾼다
농협은행 AI 전략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농협은행은 자체 AI 플랫폼 'NHAIS'를 활용해 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사용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업무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실행조직인 'AX프런티어' 77명도 출범시켰다. 애자일소다와는 7월 공동 워크숍을 열고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업무혁신과 고객서비스 분야의 협업 과제를 발굴했다.
강 행장은 6월9일 비전 선포식에서 "금융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고객과 얼마나 더 깊이 연결되고 실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며 "고객의 일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직원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혁신을 통해 금융의 존재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겠다"고 말했다.
AI는 기업대출 심사에도 접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AI 기업 머스트리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기술평가보고서 자동 생성과 대출심사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은행이 보유한 기술평가보고서와 익명화한 기업 재무·연체 데이터를 활용해 심사자료 작성시간을 줄이고 평가기준의 일관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영업점 업무도 바뀌고 있다. 8월에는 AI 안면인증을 적용한 'AI스마트패드'를 전국 100개 영업점에 시범 도입했다. 신분증 인식과 진위 확인, 본인 인증을 하나의 단말기로 처리해 고객 편의와 내부통제를 함께 높이는 방식이다.
기술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결국 숫자로 확인될 전망이다. 6월 말 농협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5.77%로 자본 여력은 충분하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동기 0.47%에서 0.52%로 높아졌고 충당금 부담도 증가했다. 기업금융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자산의 질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강태영 체제의 다음 성적표는 AI 서비스를 몇 개 도입했느냐보다 이를 통해 은행 본업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우량기업을 더 정확하게 선별하고 직원의 생산성을 높여 확대된 이자·수수료 수익을 순이익과 ROE 개선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강 행장이 추진하는 '본업 재설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