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태양광 발전 후 25년 전력 직접 판매
허윤홍 대표, 시공 중심의 체질 개선에 변화
경기 안 타는 든든한 ‘장기 캐시카우’ 장착
허윤홍(왼쪽) GS건설 대표와 비슈와지트 파르마르 아리 에너지 대표가 지난 4월 20일 신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GS건설 제공]GS건설이 발전소를 지어주고 공사비를 받는 기존 건설사업에서 벗어나 직접 사업권을 확보하고 전력을 판매하는 '에너지 디벨로퍼'로 변신하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서 쌓은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태양광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전력구매계약(PPA), 그린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분산발전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개발부터 시공·운영, 전력 판매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건설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장기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투자사와 3조원 승부… 에너지 자산 1.5GW 확보
GS건설은 최근 글로벌 인프라 투자사 아이스퀘어드 캐피털과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2035년까지 국내 태양광과 BESS를 중심으로 총 1.5GW(기가와트) 규모의 에너지 전환 자산을 개발·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태양광 발전 자산만 약 820㎿(메가와트)에 달한다. 예상 사업비는 약 3조원으로, 합작법인이 일부를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S건설이 부지 확보와 인허가, 사업구조 수립 등 개발을 맡고 아이스퀘어드 캐피털은 투자구조와 금융계획 수립에 참여한다. 아이스퀘어드 캐피털은 약 6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세계 각국에서 인프라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협력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업 규모뿐 아니라 GS건설의 역할 변화다. 다른 사업자가 발주한 발전시설을 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 사업권과 발전 자산을 직접 확보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GS건설이 준공한 인도 파투르 태양광발전단지. [GS건설 제공]◇인도서 직접 전력 판매… 25년 장기 수익원 확보
해외에서는 이미 에너지 디벨로퍼 모델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GS건설은 올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12.75MWp(메가와트피크) 규모의 파투르 태양광 발전단지를 준공하고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국내 기업이 인도 태양광 발전사업에 디벨로퍼로 참여한 첫 사례다.
GS건설은 발전소 개발과 시공뿐 아니라 운영과 전력 판매까지 맡는다. 생산 전력 가운데 연간 13.9GWh(기가와트시)가량을 일진글로벌 인디아에 향후 25년간 공급하고 나머지는 현지 부동산 개발사에 판매할 예정이다.
한 번의 공사로 매출을 올리는 데서 벗어나 발전소가 가동되는 동안 전력 판매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GS건설은 인도 재생에너지 기업 아리 에너지, 풍력발전 기업 수즐론 에너지와 손잡고 노후 풍력설비의 성능을 높이는 리파워링 사업과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전력공급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태양광 전기 LG유플러스에 20년 공급… PPA 시장 공략
국내에서는 발전사업의 핵심인 안정적인 전력 수요처 확보에 나섰다. GS건설은 충남 태안 13㎿ '창기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LG유플러스에 20년간 공급하는 PP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공급받은 재생에너지를 데이터센터와 사옥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장기간 전력을 구매할 기업을 확보해 수익 변동성을 낮출 수 있고, 수요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RE100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GS건설은 태안에서 60㎿ 태양광 발전사업을 운영하는 한편 35㎿ 지붕형 태양광 발전사업에도 개발사로 참여하는 등 국내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GS건설과 아모지가 지난 4월 암모니아 기반 분산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준비 중인 '무탄소 전력 분산발전' AI로 생성한 예시 이미지. [GS건설 제공]◇美 아모지와 JV… 그린암모니아로 '무탄소 전력' 승부
다음 승부처는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무탄소 분산에너지다.
GS건설은 지난 10일 미국 스타트업 아모지(AMOGY)와 암모니아 기반 분산발전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합작투자(JV) 계약을 체결했다. GS건설이 국내외 플랜트 사업에서 쌓은 EPC 역량과 아모지의 암모니아 발전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무탄소 전력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모지는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암모니아 발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양사가 추진하는 사업은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좁은 부지에서도 분산형 발전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양사는 지난해 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공동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별도의 합작투자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첫 시험대는 포항이다. GS건설과 아모지는 경상북도·포항시와 함께 영일만산업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1MW급 발전플랜트 실증사업을 올해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그린암모니아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해 산업단지 안에서 생산한 전기를 현지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와 탄소배출 감축을 동시에 노리는 모델이다.
GS건설은 포항 실증사업을 토대로 발전 규모를 최대 40MW까지 키울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 수요가 큰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상용플랜트를 운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무탄소 분산발전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목표다.
탄소배출권과 탄소국경조정 등 기업의 탄소비용 부담이 커지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강화되면서 산업계의 무탄소 전력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합작투자 계약을 통해 그린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발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고 포항 실증 및 상용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PC 넘어 개발·운영·판매까지… 건설업 수익구조 바꾼다
GS건설이 그리는 에너지 사업의 최종 형태는 발전소를 짓고 공사비를 받는 건설사를 넘어 에너지 자산을 직접 개발·보유하고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자다.
태양광에서는 발전 자산과 장기 PPA를 확보하고 BESS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그린암모니아 기반 분산발전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도 시장을 발판으로 풍력과 복합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준비 중이다.
주택과 플랜트 등 전통 건설사업은 경기와 수주 환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 반면 에너지 개발사업은 사업권과 발전 자산을 확보하고 장기 전력판매계약까지 연결하면 발전시설 운영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GS건설이 단순 EPC에서 개발·투자·운영·전력판매를 아우르는 사업구조로 이동하는 배경이다.
허윤홍 대표 체제에서 선별 수주와 내실 경영에 집중해 온 GS건설이 '짓는 건설사'에서 '에너지를 개발하고 파는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35년 1.5GW 규모 에너지 자산 확보와 인도 25년 장기 전력판매, 국내 PPA에 이어 그린암모니아 분산발전까지 사업화할 경우 에너지 사업은 GS건설의 중장기 수익구조를 떠받치는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