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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사개입…금감원장 “은행장 승계절차 미흡”

[임원회의서 점검 지시]
KB 차기회장 깜짝 교체 직후
CEO 선임 투명성 강화 강조
5대 금융 대표 52명 임기종료
업계 “물갈이 압력으로 비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감원은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연말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당국이 또다시 인사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15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대부분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CEO 승계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지 점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평가, 기록 등 CEO 승계 절차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올해 1월부터 운영해온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CEO 선임이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 등에 기반을 두고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다양한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승계 절차를 운영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들이 CEO 자격 요건을 추상적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후보 압축 단계별로 최소 검증 기간을 두지 않고 형식적으로 상시 후보군을 관리하면서 이를 압축하고 검증하는 절차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은행지주는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 평균 45일이 걸렸고 대면 평가도 1회 인터뷰에 그쳤다. 글로벌 기업은 1~2년 전 유력 후보를 선별해 다면 평가와 복수 면접을 거치는 만큼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얘기다.

이 원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11일 KB금융 회장 후보 선출이 마무리된 후 연말까지 대규모 금융 계열사 CEO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계에서는 KB금융이 세대교체를 이유로 이재근 KB금융그룹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세우면서 다른 금융사들의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사에 민감한 시기에 금감원이 개입하면서 금융사들이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는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NH농협금융 7명 등 54명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주요 은행장의 임기가 모두 끝난다. 한국씨티은행·Sh수협은행도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에서 물갈이를 하라는 압력으로 비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금감원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앞세워 금융사 인사에 개입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8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2019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2022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이 임기를 마치고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인사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금감원이 2023년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은행은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사실상 이달부터 경영 승계에 착수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도 앞두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 회장 선임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 CEO가 많은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준수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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