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현대차증권 본점 사옥 /사진=현대차증권증권사 수장 자리가 그룹 재무·기획 인력의 순환 코스로 자리 잡은 흐름이 그대로 드러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이 회사 대표를 지낸 인물은 △지승룡 △박정인 △제갈걸 △김흥제 △이용배 △최병철 △배형근 일곱 명이다. 현대차그룹 편입 전부터 대표를 지낸 지 전 사장을 제외하면 퇴임 대표 다섯 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40개월로 20개 증권사 평균인 50개월가량을 밑돈다.
분기점은 2008년이었다. 신흥증권 시절 118개월을 재임한 지 전 사장이 그해 3월 물러났고, 현대차그룹이 회사를 계열로 편입하면서 경영진이 교체됐다. 편입 시점은 2008년 5월이다.
인수 직후는 짧았다. 2008년 3월 취임한 박 전 회장은 6개월 만인 그해 9월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이 증권사를 인수한 뒤 경영 체제를 다시 짜는 과정에서 벌어진 교체였다.
이후 대표들의 임기는 3~6년으로 엇갈렸다. 2008년 3월 각자대표로 선임된 제갈 전 사장이 72개월을 재임했다. 김 전 사장은 2014년 3월 대표에 올라 36개월을 지냈고, 2017년 3월 취임한 이 전 사장도 36개월을 채웠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48개월을 재임했다.
김 전 사장은 현대차그룹 출신이 아닌 유일한 사례다. SC제일은행과 호주뉴질랜드은행을 거쳐 2011년 HMC투자증권(현 현대차증권) IB본부장으로 외부 영입됐고 2014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퇴임 후 행선지도 그룹 안이었다. 이 전 사장은 2020년 현대로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에서 제조 계열사로 이동하는 인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대표 자리의 성격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이 대표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계열사 중심의 지분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 등을 통해 현대차증권 지분 39.9%를 보유하고 있다.
현 대표도 같은 경로를 밟았다. 1965년생인 배형근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에 입사했고, 현대차 기업전략실 사업부장과 현대모비스 재경부문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다. 2024년 3월 현대차증권 대표에 올라 임기는 2027년까지다.
취임 당시 현대차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을 안고 있었다. 2023년 말 부동산금융 조직을 대폭 축소한 이후 관련 자산을 계속 줄여 왔고, 잠재 리스크가 있는 사업장에는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
자본도 확충했다. 회사는 지난해 3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620억원을 조달했다. 2024년 11월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 넉 달 만이었다.
실적은 뒤따라 개선됐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2024년 362억원까지 줄었던 연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577억원으로 59.7% 늘었다. 영업이익도 723억원으로 32% 증가했다.
건전성 지표도 나아졌다.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은 1조4433억원, 순자본비율은 583.8%를 나타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57.4%로 최근 5년 사이 크게 낮아졌다. 자기자본이익률은 지난해 말 4.2%로 2024년 말 대비 1.4%p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익 개선 흐름은 이어졌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593억원으로 48.2% 늘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하고 인공지능과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자기자본이익률 개선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추진한 자구노력의 성과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