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CCL(동박적층판) 이미지. /사진 제공=㈜두산㈜두산이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생산능력 확대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국내와 중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인공지능(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 광모듈용 CCL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골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성능 반도체·네트워크 소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기술 우위에 생산 규모까지 더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17일 국내와 중국에 약 97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집행한다고 공시했다. 투자는 2028년까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증설 라인은 2028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CCL은 절연체 양면에 동박을 입힌 기초 소재로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재료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가속기, 네트워크 스위치, 광모듈 등에 폭넓게 쓰인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서버 간 통신량이 늘어날수록 신호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고성능 CCL의 중요성도 커진다.
국내는 광모듈, 중국은 AI 가속기·스위치 대응투자 지역은 제품 특성과 고객 대응 속도에 따라 나뉜다. ㈜두산은 국내에 약 4200억원을 투자해 광모듈용 CCL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품질 관리와 핵심 기술 보호가 중요한 제품인 만큼 국내 전문 인력과 기존 생산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에는 약 5500억원을 투입해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용 CCL 공장을 신축한다. 중국은 글로벌 PCB 제조사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면 발주 확대와 사양 변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고객사의 대형 발주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CCL 발주도 조 단위로 커지고 있고 하이엔드 제품은 공급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다. 기술 진입장벽을 넘은 뒤에는 안정적인 물량 대응 능력이 또 다른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전자BG 분기 최대 실적, 증설 명분 키웠다투자 배경에는 ㈜두산 전자BG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두산 전자BG는 올해 2분기 네트워크, 반도체, 광모듈용 제품의 전방 수요 강세에 힘입어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네트워크용 제품은 데이터센터 서버향 AI 가속기와 800G향 공급량 증가가 성장을 이끌었다. 반도체용 제품은 서버 DRAM과 그래픽 DRA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견조했고 광모듈용 제품도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800G 중심 공급 증가가 이어졌다.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두산 자체사업은 올해 2분기 매출 7652억원, 영업이익 21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0%, 영업이익은 49.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7.7%로 전년 동기 대비 2.3%p 상승했다.
전자BG만 놓고 봐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전자BG의 올해 2분기 매출은 6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0% 증가했다. 2026년 연간 전자BG 매출 전망치는 2조8000억원으로 제시됐다. 2025년 1조8757억원 대비 49.3% 증가한 규모다.
㈜두산은 올해 하반기에도 AI·반도체 시장 수요 증가와 신규 증설 설비 양산 효과를 바탕으로 전자BG 매출 약 1조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자체사업 전체로는 고수익 제품 중심의 공급 확대를 통해 연간 매출 약 3조2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기술 우위에 규모 더하는 승부수㈜두산은 50여 년간 CCL 국산화를 이끌며 축적한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가속기용 하이엔드 CCL은 초고속 신호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제품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의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광모듈용 CCL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광모듈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주고받게 하는 부품이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이동량이 급증하면서 800G 이상 고속 광모듈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두산은 800G 광모듈에 대응하는 하이엔드 CCL을 공급하며 주요 고객사와의 관계를 넓혀왔다.
이번 증설은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고객사의 발주 단위가 커지고 납기 대응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생산 규모 확보가 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사들도 증설에 나서는 가운데 ㈜두산은 국내와 중국을 동시에 활용해 품질 관리와 고객 대응력을 함께 높인다는 방침이다.
㈜두산은 앞서 4월 태국 신규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등 수요 추이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이번 9700억원 투자는 그 연장선에 있다. AI 데이터센터 소재 시장에서 하이엔드 CCL의 성장성이 확인된 만큼 선제 증설을 통해 중장기 공급 기반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유승우 ㈜두산 사장은 "글로벌 고객사들은 오랫동안 축적해 온 ㈜두산의 기술력과 공급 역량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 발주도 대형화되는 만큼 한 발 앞선 투자로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해 고객의 신뢰에 답하고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