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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1년 더 유예… 부동산 규제 슬그머니 ‘칼집’ 속으로

양도세·종부세 이어 핵심 규제 줄줄이 ‘유턴’… “눈치 보기 땜질 처방”
시장 반발에 무뎌진 규제 칼날… 오락가락 행보에 정책 신뢰도 타격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제공]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제공]

호기롭게 빼 들었던 부동산 규제 ‘칼’이 시장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칼집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올해 말로 끝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유예 방침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비거주 1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과 다주택자를 향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에서도 잇따라 한발 물러서면서, 규제의 날이 무뎌지고 잦은 번복으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국토교통부는 당초 올해 연말까지였던 실거주 유예 조치의 신청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안된 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등 세제 개편에 따른 주택 거래 여건을 보완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핵심 부동산 규제에서 잇따라 뒷걸음질 치는 배경에는 ‘거래 절벽에 따른 시장 침체 우려’와 ‘거센 조세 저항’이라는 현실적인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무리한 규제로 매물이 잠기고 임대차 시장마저 덩달아 삐걱대자, 쏟아지는 불만과 민원 압박을 견디지 못해 ‘땜질식 유턴’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의 연이은 규제 후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깐깐한 조건이 남아있어 극적인 매물 급증이나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가 내년에도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돼, 거래 가능한 매물의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내년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요율 인하와 양도세 장특공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매물 증가나 거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다만 이번 조치가 토허구역의 매물 급증이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월세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 계약기간 동안 세입자가 그대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아직 쓰지 않은 세입자가 유예기간 안에 임대계약이 만료될 경우,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할 의사가 없어야만 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 발표 후 잇따라 보완책을 내놓거나 적용시기를 미루면서 긍정적인 기대효과보다 수요자들의 혼란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세제개편안 발표를 통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한도를 기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으나, 반발이 커지자 다시 12억원으로 되돌렸다. 세 부담 상한도 200% 올릴 계획이었으나 원래 기준(150%)으로 되돌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도 당초 지난 5월 9일까지 팔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며 고강도 압박에 나섰지만, 매물 출회를 위해 중과 조치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이번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원칙도, 체계도 없는 것 아니냐”, “피해는 국민이 본다”, “예외 조항만 생산하니 믿음이 안 간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사전에 예상되는 시장의 반응과 부작용을 검토해본 뒤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며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오면 보완책을 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정책 신뢰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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