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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적자' 캐롯 이어 교보라플도…디지털보험사 쓸쓸한 퇴장

디지털 특화 내세웠지만 적자만 쌓여…모회사 품으로
플랫폼 기반 카카오페이손보만 남아…독립 성장 기대
디지털보험사의 '홀로서기'가 잇따라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다. 별도 법인으로 디지털 보험 사업을 키우기보다 모회사의 자본과 조직, 고객 기반에 디지털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교보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라이프플래닛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 인가 등 절차를 거쳐 내년 4월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합병 이후 회사 내에 라이프플래닛사업부(가칭)를 별도로 두고 기존 브랜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라이프플래닛이 13년간 축적한 디지털 전문성과 민첩성을 기존 보험사업에 접목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9월 캐롯을 흡수합병한 한화손보의 행보와도 닮았다. 한화손보는 합병 직후 캐롯 출신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대표이사 직속 기술전략실을 꾸렸지만, 이후 관련 조직을 기존 부서에 재배치하며 디지털 역량을 조직 전반에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관련기사: '뭉쳤다 흩어졌다' 한화손보, AI 조직 재편…기술 역량 내재화로(2026년 8월4일)

디지털보험사 만들었다가…다시 조직 안으로

이런 흐름은 디지털보험사라는 별도 법인을 유지하는 것보다 기존 보험사에 디지털 역량을 흡수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디지털보험사는 출범 당시 기존 보험사와 다른 사업모델을 내세웠다. 설계사 등 전통적인 판매채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보험 가입부터 계약관리, 보험금 청구까지 처리하면서 비대면 판매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웠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라이프플래닛은 출범 이후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손실은 219억원이었다. 교보생명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라이프플래닛에 투입한 자금도 3690억원에 달한다.

캐롯도 상황은 비슷했다. 출범 첫해인 2019년 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적자가 이어졌고, 2024년에는 순손실 규모가 662억원까지 확대됐다. 한화손보가 캐롯에 투입한 자금은 총 2318억원이었다.

특히 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등 보험업의 회계·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지털보험사가 독립적으로 성장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교보생명의 판단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합병 배경으로 강화된 자본건전성 규제 아래에서 디지털 생보사가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플래닛이 주력해온 단기·소액·저축성보험 중심의 상품구조로는 미래 수익 기반인 보험계약마진(CSM)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결국 디지털 채널과 기술 역량은 유지하되 이를 별도 보험사로 운영하기보다 기존 보험사의 상품·고객 기반과 결합하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이 여전히 중요한 산업인데 디지털 채널만으로 보험사업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며 "기존 보험사의 자본과 고객 기반에 디지털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이 사업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손보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을 앞세웠던 보험사들도 기존 보험사와 비슷한 영업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각각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은 종합손해보험사 면허를 갖고 있지만, 출범 당시에는 기존 보험사와의 경쟁을 피해 미니보험 등 소액·단기 상품과 비대면 판매를 앞세우며 디지털보험사로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익성 확대를 위해 대면·보험대리점(GA)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모집형태별 수입보험료에서 대면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손보가 28.4%, 신한EZ손보가 98.9%에 달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기존 디지털보험사들과는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기존 보험사가 자회사로 설립한 캐롯이나 라이프플래닛과 달리 카카오페이가 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세운 보험사다.

특히 카카오페이손보는 보험업법상 총보험계약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컴퓨터통신 등 비대면 방식으로 모집하는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분류된다. 모회사가 보험사가 아닌 만큼 캐롯이나 라이프플래닛과 같은 방식으로 흡수합병하는 선택지를 상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카카오페이손보는 통신판매를 기반으로 디지털보험사로 사업을 이어가면서 규모와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더욱 뚜렷한 셈이다.

다만 카카오페이손보의 경우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디지털보험사와 차별화되는 요소다. 출범 초기 여행보험 등 디지털 특화 상품에 집중했던 데서 벗어나 영유아·초중학생보험과 건강보험, 펫보험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 중이다.

수익성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2021년 62억원 △2022년 261억원 △2023년 373억원 △2024년 482억원 △2025년 5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72억원으로 전년 동기 248억원보다 76억원 줄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가 상품군과 판매채널을 확대하면서 얼마나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익성 개선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손보는 캐롯이나 라이프플래닛과는 출발점이 다른 만큼 디지털보험사로서 사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장기보험에서 판매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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