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내 집 마련 위기감 커진 90년대생, 분당·수지·평촌 아파트 집중 매입”

재건축 호재에 강남 접근성, 학군 좋아 수요 탄탄… 광명, 수원 영통으로 확산

경기 성남시 불곡산에서 바라본 분당구 일대 아파트 전경. 뉴시스  경기 성남시 불곡산에서 바라본 분당구 일대 아파트 전경. 뉴시스 
“분당은 서울 강남 3구가 올라도 그 가격을 따라가고, 인접한 용인 수지구와 수원 광교신도시가 오를 때도 함께 오른다. 교통, 학군, 생활 편의성 면에서 뒤처지는 게 하나도 없다. 분당 토박이들이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정설이다.”(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30대 성모 씨)

“현재 수지로 들어오는 주요 매입층은 30대 직장인이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일하는 젊은 층 문의가 대다수다. 1년 사이 많게는 5억 원씩 올라 신축 아파트의 경우 84㎡(이하 전용면적)가 19억 원을 넘기면서 이제는 신축에서 구축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 A 씨)

“과거엔 신고가에서 1000만~2000만 원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한 번에 1억 원을 올려도 집이 팔렸다. 특히 내 집 마련에 대한 위기감으로 부동산을 처음 매입하는 1990년대생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경기 안양시 동안구 부동산공인중개사 박모 씨)

서울에서 시작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경기 남부 핵심 주거지로 확산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수지구, 안양시 동안구 등 세 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9월 15일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공인중개사와 주민들은 강남 접근성 및 뛰어난 학군, 재건축·리모델링 호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근로자들의 출퇴근 편의성이 집값을 밀어올렸다고 입을 모았다.

분당 29.86%, 수지 20.81%, 동안 20.68%한국부동산원이 매달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남시 분당구였다(그래프 참조). 분당구 매매가격지수는 이 기간 80.25에서 104.21로 29.8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성동구(21.13%)조차 훌쩍 뛰어넘는 상승률이다. 분당에 이어 용인 수지구(20.81%), 안양시 동안구(20.61%) 역시 성동구를 제외한 서울 24개 구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이들 세 지역의 공통점은 강남 접근성과 학군, 재건축 호재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1기 신도시에 판교까지 보유한 분당구는 경기 남부 집값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15일 기자가 현장을 찾은 분당구 일대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는 매도/매입 문의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방문한 7곳 중 4곳이 고객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동산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분당에서는 특히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1기 신도시 구축 아파트 단지가 자리한 야탑·서현·구미·수내동 위주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1995년지어진 무지개마을LG2단지 84㎡는 지난달 15억3500만 원에 거래돼 1년 만에 4억2000만 원이 올랐다. 수내동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장모 씨는 “교통·학군 등 분당 부동산이 오르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단연 재건축 이슈가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며 “구축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다 보니 재건축사업 속도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격이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외에도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한 판교신도시, GTX 성남역 인근 아파트 역시 1년 사이 4억~5억 원이 뛴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8월 기준 분당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 원을 뛰어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4억 원으로 제한되는 15억 원 이상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부모에게 증여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 결혼을 앞둔 한모 씨(27)는 부모가 보유한 정자동 아파트를 증여받아 거주할 예정이다. 한 씨의 부모는 당초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고려해 집 한 채를 처분하려 했지만 분당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증여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한 씨는 “기존 세입자가 전세가격이 많이 올라 계약이 끝나면 나간다고 한 상황”이라며 “용인과 동탄만 봐도 분당 아파트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결혼 후 자녀를 낳을 것까지 생각하면 입지가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풀대출’에 양가 도움까지 받아”강남 접근성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셔세권’(셔틀버스 세력권)을 동시에 갖춘 용인시 수지구 역시 현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곳 중 하나다. 대장 아파트 역할을 하는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84㎡는 1년 전 14억~15억 선에서 현재19억 원 내외로 뛰었다. 신분당선 성복역 인근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B 씨는 “수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유해시설이 없어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강남·판교 직장인 수요가 꾸준한 곳”이라며 “현재 신축의 경우 가격이 크게 올라 무주택자가 새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고, 기존 집을 판 뒤 들어오는 ‘갈아타기’ 수요 정도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최근에는 서울에서 세금 문제로 아파트를 팔고 내려오는 고령층 문의도 종종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성복역 인근 신축 아파트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젊은 매입자는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주변 10억~12억 원대 구축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수지구청역이 있는 풍덕천동 인근은 학원가가 밀집해 수도권에서 손에 꼽히는 학군지로 통한다. 9월 15일 오후 4시 수지구청역 부근에서는 문정중·정평중 등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학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풍덕천동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천모 씨는 “분당과 판교는 가격 부담이 있다 보니 자녀 교육과 출퇴근을 동시에 고려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네이버 등 대기업 직장인 수요가 많다”며 “풍덕천동 구축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이후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남하하는 수요를 받아내기는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 동안구도 마찬가지다. KB부동산이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기 지역에서 30대가 가장 많이 매입한 아파트는 동안구 호계동에 있는 평촌어바인퍼스트였다. 59㎡ 기준 8억 원이던 매매가가 12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호계동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신축을 선호하는 신혼부부들이 ‘풀대출’에 양가의 도움까지 받아 집을 구입하고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셔틀 이용자뿐 아니라, 인덕원 지식산업센터 근로자도 많다”고 말했다.

학군 역시 비교적 젊은 매입자를 동안구로 이끄는 유인이다. 호계동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 씨는 “학군지로 손꼽히는 강남·목동에 입성하기는 어려우니 가성비 좋게 학군을 누리려고 경기 안산·시흥시, 심지어 서울 노원구에서도 온다”고 말했다.

수도권지하철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인근에 있는 상가. 한 건물에 국어·영어·수학 학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문영훈 기자 수도권지하철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인근에 있는 상가. 한 건물에 국어·영어·수학 학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문영훈 기자
“경기 남부의 한강벨트 키 맞추기”1년간 부동산 상승세가 가팔랐던 세 지역의 월별 매매가격지수를 비교하면 높은 상승률을 보인 구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당구는 지난해 9∼11월 8.87% 상승했으며, 특히 10월 한 달에만 4.48% 뛰었다. 용인 수지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6.92% 뛰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안양 동안구는 올해 1∼3월 5.12% 올랐다. 서울에서 강남 3구→한강벨트→강북 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동하듯이, 경기에서도 입지가 좋은 곳부터 가격이 오르면 주변으로 퍼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 곳은 신규 공급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지역”이라며 “이들 지역의 경우 신축 분양가가 높게 형성되면 구축 아파트 역시 재건축 기대감에 가격이 따라오른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경부라인에 있는 경기 남부 핵심지가 강남과 한강벨트 부동산 가격에 키 맞추기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취재팀이 접촉한 분당·수지·동안구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지역의 거래 문의 및 가격 상승세는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현재 집값 상승세는 수원 영통구와 광명시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6∼8월 수원 영통구 매매가격지수는 6.17%, 광명시는 5.87% 상승했다. 김 소장은 “분당·수지·평촌 지역이 아무리 빨리 올라도 서울 송파구만큼 가격이 오를 수는 없다”며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세입자들이 높아진 전월세에 한계를 느끼면 경기 광주·평택·화성·안산·시흥 등으로 상승세가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