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6일 오후 3시30분부터 6시경까지 서울 중랑구 일대에서 부릉의 AI 배차 시스템 ‘부릉플러스’를 활용해 배달에 나섰다. 부릉 관계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해 2인 1조로 주문을 수행했다. 차량으로 여러 상점을 오가며 배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부릉플러스는 라이더 위치와 주문 상황 등을 고려해 주문을 추천하고 픽업·배달 순서를 안내한다. 이날 체험에서는 배정된 주문을 수락한 뒤 화면에 표시된 순서대로 이동했다. 초보자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주문 목록을 뒤져 수행할 콜을 고르거나, 여러 배달지의 위치를 비교해 동선을 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AI 배차를 체험하기 위해 1일 부릉 라이더가 돤 기자.(사진=지디넷코리아)버거킹 배달로 시작…치킨 주문 추가되자 경유 순서도 바뀌었다
첫 주문은 버거킹이었다. 매장에서 음식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단건 배달로 시작했다. 이후 올리브영 상품과 요기요 연계 주문 등도 수행하면서 여러 픽업지와 배달지를 오갔다.
단건 배달은 매장과 고객 주소를 차례로 찾아가면 됐다. 여러 주문을 함께 수행할 때부터는 방문 순서가 중요해졌다. 물건을 먼저 받아야 하는 매장과 이미 받은 물건을 전달할 곳 사이에서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건의 배달을 부릉 AI 배차를 이용해 경로를 최적화한 모습.(사진=지디넷코리아)배달 도중 주문이 추가됐을 때 이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앱은 새로 들어온 주문을 기존 일정 맨 뒤에 붙이지 않았다. 경로를 살펴 추가된 매장을 먼저 들러 픽업한 뒤 다른 배달지로 이동하도록 수행 순서를 바꿨다.
체험 후 중랑직영센터에서 이 과정을 물어보니 배차 엔진이 동선을 다시 계산한 결과라는 답이 돌아왔다. 센터 관리자는 주문 배정에 관리자가 개입하는 경우에도 경로 구성은 AI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상점이 요청한 픽업 시각도 반영된다. 상점에서 ‘몇 시까지 와달라’는 시간을 입력하면 배차 엔진이 이를 고려한다. 기존 순서대로 움직일 경우 해당 시각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 그 매장을 먼저 경유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이다.
다음 주문을 연결할 때도 라이더가 향하는 지역을 고려한다. 묵동으로 배달하러 가는 라이더라면 이동 중 묵동에서 픽업할 수 있는 주문을 추천받을 수 있다. 라이더가 직접 주변 주문 목록을 보며 다음 동선을 짜는 수고를 줄여준다.
실제 길 안내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됐다. 이날 사용한 앱에서는 길찾기를 누르면 지도 앱으로 연결됐다. 앱에서 방문 순서를 확인하고, 목적지까지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가는 식이었다.
기자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구를 찾기 위해 잠시 헤매는 일도 있었다.(사진=지디넷코리아)동네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에게는 방문 순서를 정해주는 기능이 특히 유용했다. 여러 매장과 배달지의 주소를 하나씩 지도에서 찾아보며 동선을 짤 필요 없이, 앱에 표시된 순서대로 이동하면 됐다. 배달 도중 주문이 추가돼도 바뀐 순서를 확인할 수 있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파악하기 쉬웠다.
빨리 누르는 ‘콜 경쟁’ 줄여…음식 상태 고려한 관제는 여전히 필요
주문 수락 방식도 기존 ‘전투배차’와 다르다. 전투배차에서는 라이더가 주문 목록을 확인하고 원하는 주문을 먼저 잡아야 한다. 다른 라이더보다 빨리 선택해야 하는 만큼 운행 중에도 화면에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게 부릉 측 설명이다.
AI 배차는 특정 라이더에게 주문을 추천한 뒤 수락 여부를 기다린다. 센터 관리자에 따르면 이 시간은 약 30초다. 해당 시간에는 다른 라이더와 같은 주문을 놓고 경쟁하지 않는다. 추천받은 라이더가 거절하면 다른 라이더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이날도 배달 중 새로운 주문 추천이 들어왔지만, 여러 주문을 비교해 서둘러 하나를 선점하는 과정은 없었다. 부릉 측은 이런 방식이 운행 중 콜을 잡기 위해 휴대전화를 살펴보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릉 중랑직영센터 전경.(사진=지디넷코리아)배달을 마친 뒤 방문한 중랑직영센터에서는 관리자가 관제 화면으로 주문과 라이더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부릉에 따르면 이곳에는 전업 라이더 16명과 부릉프렌즈 83명 등 약 100명의 라이더가 활동하고 있다. 서비스 수준 협약(SLA) 달성률은 90%대 중반이라는 설명이다.
AI가 배차와 동선을 안내해도 사람이 조정해야 하는 상황은 있었다. 특히 음식과 생활용품을 함께 배달할 때는 거리와 시간만으로 순서를 정하기 어려웠다. 햄버거가 식거나 면이 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해서다.
센터 관리자는 현재 시스템이 위치와 시간 등을 중심으로 동선을 구성하는 만큼, 상품 특성에 따라 관리자가 개입해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보다 음식을 먼저 전달해야 하는 상황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음식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 회와 면, 햄버거 등은 시간이 지났을 때 상태가 달라지는 정도가 다르다. 현장에서는 AI가 이런 특성까지 구분해 배송 순서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본사에 전달하고 있다.
2시간30분 동안 체감한 편의성은 분명했다. 낯선 동네에서 주문을 고르고 동선을 정하는 수고가 줄었다. 다만 실제 배달 품질을 유지하는 데는 AI의 경로 안내와 함께 상품 상태를 고려하는 현장 관리자의 판단도 쓰이고 있었다.
중랑직영센터 관리자는 “궁극적으로는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물성을 인식하고 순서를 바꿔주는 기능이 필요하다”며 “음식 안에서도 경중을 따지는 식으로 차츰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