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10년물 금리도 3%대, 美·유럽 장기채도 영향
日 방위비 확대 등 확장정책에 채권시장 '불안'
美·日 긴축모드에 "국채금리 고공행진 고착화될수도"[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일본의 국채금리가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데다, 정책금리도 31년 만에 최고치로 인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을 던져주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혼란과 함께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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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도 이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1년 만에 최고치인 1.25%로 인상했다. 이 결정도 장기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들의 리스크(위험) 재평가에 나섬에 따라, 이미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장기채 시장도 일본발 채권 매도세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SCMP는 “무위험 지표 금리(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만들어 주식 등 위험 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며 “이는 최근 몇 년간 강세장을 이끌어온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자금을 유출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더 글로벌 CIO 오피스’의 게리 더건 최고경영자(CEO)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국채 금리 상승은 투자 계산법을 바꿔놨다”며 “채권이 포트폴리오의 위험 회피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자금을 다투는 실질적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주식 시장의 셈법도 달라졌다. 주식을 보유하는 데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국채금리 상승 뒤에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재정 지출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정부 부처들이 요청한 2027 회계연도 예산 요구액이 총 143조 1000억엔(약 9185억 달러)으로 전년대비 16% 증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비 등 금액이 명시되지 않은 예산 요구가 많아 일본의 최종 예산안은 더 늘어날 위험이 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차기 회계연도 기준 신규 국채 발행 규모를 40조엔 안팎으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정부의 확장 행보를 보는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차입에 의존해 왔던 일본 정부의 총 부채는 GDP대비 230%에 달한다.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케빈 워시 의장이 추가 인상까지 언급하면서 주식, 원자재 등의 글로벌 위험 자산들을 향한 압박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장기화하는 오일 쇼크 가능성과 AI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채권 발행에 따른 자금 확보 경쟁이 맞물리면서, 최근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고, 30년물 금리는 약 20년 만에 최고치인 5.4%까지 올라선 상태다.
스미토모미츠이 은행은 미 연준에 이어 일본은행까지 통화 긴축에 나서고, 추가 긴축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국채금리 고공행진이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T. 로우 프라이스’ 역시 일본이 인플레이션을 잡고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향후 12개월 동안 3~4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스위스 사모은행 줄리어스 베어는 오는 12월, 내년 3월, 7월에 걸쳐 세 차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즈키 히로후미 스미토모미츠이 은행 전략가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장기 금리를 더욱 밀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당분간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이 거세게 유지될 것이고, 일본의 장기 금리 역시 한동안 상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일본의 금리인상은 예견됐던 것인만큼 달러대비 엔화 가치는 0.7% 약세를 보였다.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시장 공포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4년 일본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 당시엔 투자자들인 앤 캐리 포지션을 급하게 정리하면서 글로벌 자산 시장이 폭락한 바 있다.
스티븐 이네스 SPI 자산운용 파트너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려면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의 금리 상승세가 일단 정점을 찍어야 한다”며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일본 국채 금리는 단순한 시장의 진풍경이 아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