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미국에서 애플·테슬라 같은 상장사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사고파는 ‘토큰 주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정 요건을 갖춘 토큰 주식 거래 플랫폼에 기존 증권거래소 규제 일부를 5년간 면제하기로 하면서다.
17일(현지시간) SEC에 따르면 일정 조건을 충족한 ‘토큰화 증권 거래소(TSV)’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법상 거래소 등록 의무 등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조치를 발표했다. 면제 기간은 관련 조치가 공표된 뒤 5년이다.
토큰 주식은 기존 주식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디지털 토큰 형태로 만든 것이다. 가령 테슬라 주식을 토큰화하면 투자자는 기존 증권거래 시스템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 해당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다만 단순히 테슬라 주가를 따라 움직이는 가상자산과는 다르다. SEC는 규제 특례를 받는 토큰 주식에 기존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도록 했다. 배당을 받을 권리와 의결권 등 실제 주주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토큰 보유자에게도 돌아가야 한다. 실제 주식에 대한 권리 없이 주가만 추종하는 ‘합성형 토큰’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업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식이 토큰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뒀다. 제3자가 특정 기업의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하려면 해당 기업에 사전에 알리고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 기업이 반대하면 해당 토큰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주식시장의 거래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주식의 거래와 소유권 이전 기록 등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다. SEC도 토큰화가 주식의 거래·이전·결제 등 기존 시장 인프라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존 거래소의 운영시간을 넘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SEC는 같은 날 미국 주식시장의 24시간 거래 확대를 주제로 별도의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야간 거래 확대와 시장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다만 이번 토큰 주식 규제 완화 자체가 곧바로 모든 미국 주식의 24시간 거래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의회의 가상자산 시장구조 관련 입법이 제동이 걸린 직후 나왔다.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은 지난 9월 15일 상원 절차 표결에서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법안 자체가 최종 부결된 것은 아니지만 상원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자본시장을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고 일부 토큰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SEC는 한시적인 규제 특례를 운영하면서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장기적인 제도 마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토큰 주식 거래가 기존 증권시장과 별도로 성장하면 거래가 여러 시장으로 분산될 수 있고 투자자 보호와 시장 감시 체계를 어떻게 갖출지도 풀어야 한다. SEC 역시 이번 특례에 거래량 제한과 거래 투명성, 기록 보존, 기술적 안전장치 등 여러 조건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