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서울 공공임대주택 398개 단지 중 62% 입주대기자 '0명' [공공주택 심리보고서⑩]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더스쿠프×포춘코리아 공동기획
공공주택 심리보고서 2부 1편
최초 공개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
공공임대라도 제각각인 수요
입주대기자 한명도 없는 곳도
서울 공공임대 67.1% 공가 위험
10곳에 입주대기자 20.9% 몰려
심각한 수요와 공급 미스매칭
서울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 [일러스트 | 송정섭 작가] 서울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 [일러스트 | 송정섭 작가]# 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물량'을 늘린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공급과 수요가 엇갈리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건설한지 30년이 훌쩍 넘은 노후 단지들은 기피시설로 전락해 빈집(空家)이 차고 넘치는 반면, 인프라와 교통이 집중된 도심 내 주택은 언제나 '상상 못할 경쟁률'에 비명을 지른다. 

#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중 어떤 유형에서 '빈집'이 자주 생기는지 확인할 통계가 태부족하단 점이다.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마이홈포털' 등 공공임대 정보 플랫폼은 단지 위치나 입주 자격 등 평면적인 정보만 주로 제공해서다. 이 때문에 수요자인 국민은 어떤 단지가 어떤 이유에서 외면받는지, 정책적 사각지대는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 그래서 더스쿠프와 포춘코리아가 준비했다. 국내 언론 최초로 공개하는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다. 이 지도엔 어떤 함의가 숨어 있을까. 공공임대주택 심리보고서 2부 '빈집의 통계학' 편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어떻게 재설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공공임대주택을 어떻게 재설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서울엔 공공임대주택이 숱하다. 하지만 어디에 어떤 집이 있고, 사람들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는 좀처럼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더스쿠프와 포춘코리아가 서울 공공임대주택 445개 단지의 입주대기자와 최근 1년간 퇴거 현황을 지도 위에 올려봤다. 주거복지플랫폼 마이홈포털의 '예비입주자 대기현황 데이터'를 토대로 삼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상한 풍경이 나타났다. 

☞視리즈_공공주택 심리보고서 2부
1편_서울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 공개

2편_편견 깬 공공임대 10곳의 비밀

☞視리즈_공공주택 심리보고서 1부
1편_"누가 부동산 망국론 부추겼나"
2편_공공주택에 사회적 낙인 찍은 사람들
3편_긴 대기줄과 빈집의 괴리… '치적'의 그림자
4편_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빚은 구멍
5편_공공임대주택 부끄럽다? 청년 생각은 달랐다
6편_1.5룸이라도 역세권이라면 괜찮다는 착각
7편_무조건 싸야 한다? 청년 72%가 제시한 답
8편_그곳에 살아본 이들은 더 살고 싶다 했다
9편_정부가 '가짜 공급'에 매몰돼 놓친 가치
공공임대주택의 현황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임대주택의 현황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서울에, 그것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living) 집'이 있다. 당연히 사람이 몰릴 것 같다. 실제로 더스쿠프·포춘코리아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만 19~34세 무주택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61.0%는 공공임대주택을 '입주 경쟁이 치열한 집'이라고 인식했다(표①).

그런데 막상 현실은 달랐다. 어떤 공공임대엔 입주대기자가 줄을 섰고, 어떤 공공임대엔 사람이 빠져나가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이라는 입지도, 공공임대라는 간판도 같은데 수요는 제각각이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주거복지플랫폼 '마이홈포털'의 '예비입주자 대기현황 데이터(마이홈포털·8월 5일 기준)를 토대로 서울 공공임대주택 단지의 입주대기자와 최근 1년 퇴거 현황을 따져본 결과다.

분석 대상은 서울 소재 공공임대주택 445개 단지, 17만3419호다. 단지별 총세대수, 입주대기자 수, 최근 1년간 퇴거 건수를 한데 모아 수요와 이탈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살펴봤다.

분류 기준은 두가지다. 최근 1년간 퇴거자가 발생했는데 입주대기자가 한명도 없는 곳은 '공가空家(공공기관 임대주택 중 현재 비어 있는 세대) 위험', 입주대기자가 50명 이상이면서 대기자 수가 해당 단지 세대수의 30%를 넘는 곳은 '수요 집중' 단지로 분류했다.[※참고: '공가 위험'은 실제 빈집이 발생했다는 뜻은 아니다. 퇴거자가 발생했지만 현재 입주대기자가 없어 향후 공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지를 가려내기 위한 분석 기준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 퇴거자와 공가 위험 = 결과는 뜻밖이었다. 445개 단지 중 최근 1년간 퇴거자가 발생한 곳은 398곳이었다. 이 가운데 입주대기자가 0명인 '공가 위험' 단지는 247곳에 달했다. 비율로 따지면 62.1%다. 쉽게 말해, 최근 1년간 사람이 빠져나간 공공임대 10곳 중 6.2곳엔 '입주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거다(표②). 서울 공공임대주택엔 늘 사람이 몰려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통념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그렇다고 서울 공공임대주택을 원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445개 단지의 입주대기자는 모두 5084명에 달했다. 단지당 11.4명의 수요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다만, 그 수요가 모든 단지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았다.

쏠림은 상당했다. '수요 집중'으로 분류한 단지는 10곳에 불과했지만, 이곳에만 1062명의 입주대기자가 몰려 있었다. 서울 전체 공공임대 입주대기자의 20.9%가 단 10개 단지에 집중된 셈이다(표③). 한쪽에선 사람이 빠져나가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데, 다른 한쪽에선 수십·수백명이 '한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었다. 공공임대의 수요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진짜 문제란 거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역·유형별 공가 분석 = 그럼 지역·유형별 현황은 어땠을까. 공가 위험 단지가 가장 많은 곳은 강서구와 은평구로 각각 22곳이었다. 강남(14곳)·서초(11곳)·성동(20곳)처럼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곳에서도 입주대기자가 '제로'인 공공임대주택이 적지 않았다. 강남구만 해도 29개 단지 가운데 14곳이 공가 위험이었다(표④).

다만, 지역과 공가 위험의 함수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공가 위험 단지가 많은 강서구와 은평구를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보긴 힘들다. 되레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지역이란 공통점이 있다. 언급한 것처럼 강남·서초·성동에 둥지를 튼 공공임대주택 중 공가 위험 단지가 많은 것도 이례적이다. 여기에 숨은 원인을 찾아내려면 공공임대주택의 '유형별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 어떤 단지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었을까. 임대 유형별로 따져보자. 247개 공가 위험단지 가운데 50년임대가 포함된 단지는 139곳(56.3%)으로 절반을 넘었다. 영구임대가 포함된 단지도 22곳(8.9%)이었다. 혼합 유형까지 포함해 둘을 합치면 161곳, 전체의 65.2%였다. 달리 말하면 '오래된 공공임대주택'의 공가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표⑤).

여기까진 뻔한 결과지만, 다음 통계는 함의가 있다. 공가 위험 상위 단지 중엔 '대단지'가 유독 많다. 강서구 가양5단지(영구임대·2411세대)에선 최근 1년간 120건의 퇴거가 발생했다. 노원구 중계3단지(영구임대·2619세대) 105건, 방화2-1단지(영구임대·1563세대) 79건, 가양4단지(영구임대·1998세대) 74건, 신정양천(50년임대·2998세대) 71건 등이다.

물론 워낙 큰 단지들이다 보니 퇴거 건수가 많은 건 당연하다. 실제로 가양5단지의 경우 2411세대 중 퇴거 건수는 120건, 중계3단지는 2619세대 중 105건이다. 비율로 보면 각각 5.0%, 4.0% 수준이다. 문제는 퇴거 건수보다 입주대기자 수가 '제로'란 점이다. 이는 오래전에 대규모로 공급된 공공임대에서 '퇴거 후 대기 수요가 붙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표⑥).

■ 수요 집중 단지에 숨은 함의 = 그렇다면 '수요 집중 단지'의 모습은 어떨까. 10곳 중 7곳이 행복주택이었다. 평균 세대수는 135호로, 공가위험 단지 평균 382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령, 서울삼전 행복주택은 40세대에 117명, 관악봉천 H-2BL 행복주택은 36세대에 58명, 서울공릉행복주택은 100세대에 5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단지가 작고 신식인 공공임대주택에 수요가 쏠렸다는 방증이다(표⑦).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행복주택은 애초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든 공공임대다. 다른 공공임대보다 비교적 최근에 공급된 단지가 많고, 청년층의 생활권과 직장·학교 접근성 등을 고려해 공급해왔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50년임대와 영구임대는 1990년대 전후 대규모 택지개발 과정에서 공급된 단지가 많다. 같은 공공임대라도 공급된 시기와 겨냥한 수요층, 단지의 성격 자체가 다른 셈이다.

이렇게만 보면 답이 나온 것처럼 보인다. 오래되고 큰 공공임대는 외면받고, 비교적 최근에 공급된 행복주택엔 사람이 몰린다는 거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의 초점을 오롯이 "행복주택을 더 지으면 된다"에 맞추면 안 된다. 행복주택 안에서도 수요는 갈렸다. 강동천호 행복주택엔 61명이 기다렸지만, 같은 강동구의 강일리버파크11 행복주택은 최근 1년간 퇴거가 63건 발생했는데도 대기자는 0명이었다. 둘 다 행복주택이고 자치구도 같다. 그럼에도 한쪽엔 대기자가 몰리고, 다른 한쪽엔 한명도 없었다. 유형 자체가 수요를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표⑧).

물론 이번 분석만으로 단지별 수요 차이의 원인까지 특정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전세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일부는 퇴거자가 생겨도 다음 입주자를 기다리는 줄이 생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공급을 늘려도 같은 엇박자가 반복될 수밖에 있다. 이제 정부가 계산해야 할 건 공급한 집의 숫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기를 원하는 집의 숫자다.
서울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 [자료 | 마이홈포털, 더스쿠프, 포춘코리아, 제작 | 송정섭 작가] 서울 공공임대주택 빈집 지도. [자료 | 마이홈포털, 더스쿠프, 포춘코리아, 제작 | 송정섭 작가] 김다린 포춘코리아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