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경제 버티게 하던 여유공간 사라져"
고유가 물가 상승에 국채금리도 고공행진
채권왕 "다음 경기침체, 고금리 동반" 경고
미국 위성업체 밴터(Vantor)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파손돼 있다. 사우디 동부 유전 지대와 홍해 연안 얀부항을 잇는 핵심 송유관은 10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 리야드=AP 뉴시스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수급 부족을 완화할 각국의 여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전 세계가 경제침체의 늪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에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자국 내 비축유를 적극적으로 소진함으로써 국제유가 상승을 막아왔지만, 이란 전쟁 장기화에 비축유가 고갈되고 여기에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NYT가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비축유 수준이 수십 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중동 지역의 확산되는 분쟁, 연료 부족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에도 우려했던 경제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제는 버텨냈다"면서 "하지만 각국 비축유가 소진되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세계 경제의 여유 공간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올해 2월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유가가 극단적으로 치솟지 않았던 것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이 원유 수입량을 줄이고 비축유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영향이 컸다. 미국 에너지부 출신인 데이비드 골드윈은 NYT에 "원유 가격과 석유 제품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원유 수입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조치 덕분에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약 80%가 향하는 아시아조차 대체로 필요한 공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NYT는 짚었다.
하지만 중동 상황은 나아질 기미 없이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와중에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은 또 하나의 중요한 에너지 수송로인 홍해의 길목을 차단했고,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육로 송유관까지 공격해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11일 기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적어도 내년까지 80~10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각국이 보유했던 비축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이 같은 국제유가 상승에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고유가의 장기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 지역의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5.2%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고, 유럽과 미국의 물가상승률도 내년 중반까지 3.5~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되고, 이는 차입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져 경기를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게 된다. NYT는 대표적으로 이미 경기침체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독일과 같은 국가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경유 가격을 잡기 위해 수출 금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산 경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라틴아메리카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 세계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이미 14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5%를 돌파했고,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3%를 찍었다. 국채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기업 대출 등 시중 금리 전반을 끌어올려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경기침체가 오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까지 쉽게 늘어나고 연간 이자비용은 아마 3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