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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이 9월 17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샹산포럼 제3차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대외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9월 1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이 둥쥔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다. 18일 워싱턴에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한반도 문제가 함께 거론될 자리다.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엇을 내놓지 않을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 국방부가 공개한 회담 내용에는 새 군사협정이 없다. 둥 부장은 김강일뿐 아니라 샹산포럼에 참석한 여러 나라 국방장관을 만났고, 전략적 신뢰와 교류·협력을 넓히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김강일은 중국군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를 긴밀히 하겠다고 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구체적인 협력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도 북한에는 남는 장면이 있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부상급 대표단을 샹산포럼에 보냈고, 중국 국방부장과 공식 회담을 했다. 김강일은 같은 날 포럼 연설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핵동맹'으로 부르며 북한의 핵전쟁 억제력을 계속 확대·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력 강화 방침을 거두지 않은 가운데 중국군 최고 책임자와의 회동이 한날에 놓였다.
북·중 군사 접촉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선이다
북미대화는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군사 몫을 내놓아 열 문이 아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핵무력 강화를 거듭 밝히는 때일수록, 한국은 미국에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을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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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이 9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
| ⓒ 유성호 |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며 청해부대 활동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도 출국 전 호르무즈 관련 군사적 기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여러 요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회담에서 이 말들이 실제 임무의 범위에 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상선 보호라는 이름만으로 군사 개입의 성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함정이나 항공기, 장병이 미군 또는 다국적 지휘망 아래 들어가 이란전쟁의 작전계획을 함께 이행한다면, '최소한의 활동'이라는 표현만으로 그 성격을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현재 그런 임무와 지휘체계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청해부대의 활동을 조정하느냐에 따라 성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호르무즈, '상선 보호'만으로 설명할 수 있나
2020년에도 정부는 기존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인근으로 넓히며 독자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미 전쟁이 벌어진 해역에서 어떤 지휘체계에 들어가느냐가 핵심이다. 과거와 달리 단순히 작전구역의 문제가 아닌 어떤 임무를 맡고 어떤 지휘체계 아래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항행 안전을 내걸고 움직인다는 말도 나온다. 비교하려면 각국 함정이 어느 해역에서 누구의 지휘를 받고 무엇을 하는지까지 봐야 한다. 다른 나라가 항행 안전을 명분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한국군의 참여까지 자국 선박 보호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이미 기준을 제시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9월 7일 한국의 걸프·호르무즈 해협 군사 활동이 미국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가 이를 '최소한'이라고 부르는지가 테헤란의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이란과 수교를 유지하는 한국은 외교 채널도 갖고 있다. 이달 11일 조 장관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의 통화가 그 사례다. 선박 운항을 조정하고 위험 정보를 선사에 제공하는 일, 이란 측과 우리 선원과 수송선의 안전을 협의하는 일은 계속할 수 있다.
워싱턴에서 확인할 한국의 두 가지 경계
| ▲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만나 면담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외교부 |
조현 장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한국군이 이란전쟁 작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 청해부대를 손대더라도 외국군 지휘 아래 배속하거나 전투·호위 작전에 보태는 방안은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상선과 원유 수송로 보호도 군사작전의 범위를 넓히지 않는 방법부터 찾는 것이 한국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북미대화가 다시 열릴 경우의 준비도 필요하다. 한국은 회담 뒤에 결과를 통보받는 자리에 머물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협상의 전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원칙과 함께, 추가 핵생산을 어디에서 멈추게 할지부터 미국과 맞춰야 한다. 우라늄농축과 재처리, 핵물질의 무기화가 어떤 기준에서 중단되는지, 누가 현장에서 확인할지를 회담의 첫 의제로 올려야 한다.
김강일은 핵무력 강화 방침을 거두지 않은 채 베이징의 회담장에 들어갔다. 조 장관도 워싱턴에서 한국의 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을 호르무즈 전쟁의 작전에 넣지 않는다. 북미대화가 열리면 핵생산의 중단과 검증 문제부터 논의한다.' 이 경계가 흐려지면 한국은 호르무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뒤늦게 결정하고, 한반도 협상에서는 또다시 결과를 설명받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