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취업난과 경제적·가정적 문제 등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늘면서 이들을 일컫는 '벽걸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사진=SCMP중국에서 취업난과 경제적·가정적 문제 등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늘면서 이들을 일컫는 '벽걸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9세 궈쯔하오는 선전의 한 24시간 당구장에서 몇 달을 지냈다. 당시 가진 돈은 20위안(약 4000원)뿐이었다. 경제·경영학을 전공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꿈꿨지만, 가족의 사별과 투자 실패로 수입이 끊기면서 배달·육체노동·영업·PC방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자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었다. 그러던 중 자신과 비슷한 청년들을 가리키는 '벽걸이((挂壁·월행)')'라는 표현을 접했다. 원래 사용되지 않고 벽에 걸려 있는 물건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적은 수입으로 생활하며 사회적 활동에서 사실상 이탈한 청년들을 의미한다.
'월행'은 2018년 선전의 일용직 노동자들을 가리켜 등장한 '싼허의 신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과거에는 주로 이주 노동자가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경제적·사회적 기반을 잃은 대학 졸업생 등 청년층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경쟁을 거부하는 삶을 뜻하는 '탕핑(躺平·눕기)'과 달리, 월행은 경제적 어려움과 개인적 위기로 사회에서 밀려난 상황에 가깝다.
지난 3월에는 구이저우성의 시간당 0.6위안짜리 PC방이 '월행 청년'들의 공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곳을 찾던 28세 남성 샤오후 역시 가정과 경제적 문제를 겪은 뒤 외부와의 교류를 끊었다.
현지 매체들은 월행의 배경으로 경제난뿐 아니라 가족 문제, 투자 실패, 정신건강 문제, 중독 등을 거론한다.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생활하거나 인터넷 생방송 등으로 소액의 수입을 얻는 사례도 있다.
궈씨 역시 스스로 사회를 떠난 것이 아니라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현재의 상황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기에 우울증과 체중 감소 등을 겪었으며,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려면 일자리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지원과 사회적 연결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