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 명예회장 /사진 제공=CNBC 영상버크셔의 새 회장은 그의 아들인 하워드 버핏이 물려받는다. 그는 지난 1993년부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왔다.
이번 변화는 버핏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지 약 9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당시 그는 오랜 측근인 그렉 에이블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버핏은 주주서한에서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이길 수 없지만 시간의 신은 나에게 관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60년이 넘은 지금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며 "내 나이인 사람 중 다수가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며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해 지금보다 더 좋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버핏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새로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최근 만난 한 살배기 증손자가 자신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버핏은 이사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버크셔는 앞으로도 버핏이 이사로서 중요한 판단과 관점을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의 회장직 사임은 수년간 진행돼온 경영 승계 과정 중 하나로 그의 역할 축소는 예상된 일이었다.
앤넥스웰스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경제전략가는 "언제인가의 문제였지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버핏은 우아하게 퇴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는 갑작스러운 세대교체라기보다 신중하게 계획된 승계 과정의 완성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경영난에 빠진 섬유회사였던 버크셔를 1965년 인수해 자동차 보험, 철도회사, 에너지업체 등을 아우르는 1조1000억달러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버크셔는 또한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코카콜라 등 수천억달러 규모의 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장기간에 걸친 가치투자 철학을 확산시키며 여러 세대의 투자자와 기업 경영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또한 소탈하고 친근한 화법으로 복잡한 투자 원칙을 쉽게 설명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버핏은 여전히 13% 이상의 버크셔 주식과 의결권 약 30%를 통제하고 있다. 다만 그가 앞서 공개한 계획대로 자녀들이 관리하는 재단에 주식을 기부함에 따라 이 비율은 점차 낮아질 예정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의 재산은 약 1450억달러다. 그는 2006년 이후 버크셔 주식의 절반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하워드 버핏은 회장으로서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버크셔의 기업문화를 지키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에이블은 "워런이 구축한 문화와 그가 강조해온 가치가 버크셔의 중심에 계속 자리할 것이며 하워드가 이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하워드 버핏은 자선활동가로 유명하며 농부와 보안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워런 버핏은 하워드가 자신의 후임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기업의 이사를 맡았지만 상장기업을 직접 경영한 경험은 없다.
그는 지난 2025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과(WSJ)의 인터뷰에서 버크셔의 기업문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나눴다. 당시 그는 "복잡한 일이 아니다"라며 "문화를 단순하게 유지하고 해야 할 일은 하되 필요하지 않은 일은 많이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터데임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위더스 교수는 "이번 변화는 본질적으로 연속성에 관한 것"이라며 "앞으로의 시험대는 에이블과 하워드가 워런 버핏의 유산을 지키면서도 버핏이 경영했던 시장과는 매우 달라진 환경에 버크셔가 적응할 여지를 얼마나 줄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이블은 현재 버크셔의 여러 사업 부문을 직접 감독하고 있으며 CEO에 취임한 이후 버크셔를 자신의 방식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주택 건설업체 테일러모리슨을 인수하고 알파벳 지분을 확대하며 이틀간 168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버크셔는 6월 말 기준 3647억달러의 현금을 보유중이었는데 이는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워 에이블이 추가 기업과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CFRA리서치의 캐시 세이퍼트 애널리스트는 버크셔에 대해 "유명한 가치투자자가 이끌던 회사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워런 버핏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렉 에이블이 버크셔의 자본 배분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