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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누군가는 결정을 했겠죠.”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8일 청와대 영빈관 기자회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과정을 묻는 질문에 한 답이다.

이 대통령은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제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서는 저도 당시에 보고받은 바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 내용은 해외에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을 국내에서도 거래하도록 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금과 달러 수요를 줄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정책 설계에 “부족함이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고도 했다.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이라는 말은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민간 금융회사가 임의로 출시한 상품이 아니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도입한 정책이다.

도입 근거가 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4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올라온 대통령령 제36288호의 제정·개정문에는 시행령 공포의 주체로 이재명 대통령을 명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 당시 자리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4월 19일부터 24일까지 인도와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국무회의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가 주재했다. 법령은 귀국 뒤인 4월 28일 공포와 함께 시행됐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말한 ‘누군가’는 누구일까.

현재까지 가장 선명하게 등장하는 인물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김 전 실장은 1월 14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국내에 다양한 ETF 상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특히 그는 금융위원회에 직접 상품 검토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가 금융위에 ‘나스닥에서 가능한 걸 왜 우리는 못하게 하냐’고 했다.”

김 전 실장은 해외에는 레버리지 상품과 개별주식 ETF가 있는데 국내 규제로 이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을 문제 삼았고, 새로운 상품을 빨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정책 전달자’가 누구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적어도 김 전 실장이 금융위에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자신의 발언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은 왜 금융위에 이 상품을 검토하라고 했을까. 김 전 실장 자신이 아이디어를 냈을 수도 있고, 금융업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먼저 방향을 제시하고 김 전 실장이 금융위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위가 1월 30일 내놓은 공식 자료는 단일종목을 기초로 ±2배까지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도입을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라고 명시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1월 30일부터 3월 11일까지였다.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라는 표현만으로 대통령이 직접 정책을 제안했다고 볼 수는 없다. 부처나 대통령실이 만든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업무보고 과제로 관리할 수도 있다.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 역시 자신이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공백이 생긴다. 김용범 전 실장이 금융위에 검토를 요구했다는 시점과 대통령에게 이 정책이 보고된 시점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공개돼 있지 않다.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먼저 방향을 제시했는지, 김 전 실장이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1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는 이 공백을 풀 핵심 회의로 떠올랐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금융당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본시장 투자매력도 제고’를 논의했다. 이 회의 다음 날 김 전 실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금융위에 레버리지·개별주식 ETF 상품 검토를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확보한 당시 회의자료에서는 뜻밖의 사실이 확인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작성한 3쪽짜리 자료에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증가와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방안이 담겼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국내에 도입하자는 내용은 없었다. 상품 위험성과 시장 영향을 평가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다.

YTN 취재에 따르면 간담회 참석 업체 가운데 한 곳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도 제시했다. 회의를 앞두고 금융투자협회가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을 미리 취합했지만 별도의 회의록은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금융업계에서는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레버리지 상품 규제 완화를 제안했고 김 전 실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초 제안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간담회가 열린 지 17일 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도입 속도도 쟁점이다. 금융위는 4월 21일 국무회의 의결 당시 이 정책을 다시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라고 명시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5월 27일 실제 상장됐다. 금융위는 당시부터 일반 ETF보다 손실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김용범 전 실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아들이 미래에셋에 재직한다는 사실을 들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한 금융회사 가운데 하나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서 두 사람의 자녀가 정책 결정에 관여했거나 부모의 직위를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녀의 재직 사실과 회사의 상품 출시만으로 정책과 사적 이익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 야당이 제기한 의혹과 확인된 사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정책이 처음 누구에게서, 어떤 경로로 입안됐느냐다.

현재 공개자료로 그려지는 경로는 ‘1월 13일 청와대 비공개 간담회→1월 14일 김용범의 금융위 검토 요구 공개→1월 30일 금융위 입법예고→4월 21일 국무회의 의결→4월 28일 대통령령 공포→5월 27일 상품 상장’이다.

빠져 있는 것은 첫 화살표 앞부분이다. 누가 처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아이디어를 꺼냈나. 금융업계 인사였나. 김용범 전 실장이었나. 금융위 내부에서 먼저 검토한 것인가. 아니면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국내 투자자금을 붙잡을 방법을 찾으라는 취지에서 정책 방향을 먼저 제시한 것인가.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책을 당시 보고받았다고 기억하면서도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안에는 이를 확인할 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전 실장이 금융위에 검토를 요구한 시점과 관련 문건, 대통령에게 최초로 보고된 자료, 대통령의 지시사항, 1월 13일 간담회 참석자들의 사전 의견서와 금융위 내부 검토자료를 맞춰보면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누가 처음 제안했고 어떤 경로를 거쳐 정책으로 확정됐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정책의 입안 경로와 대통령 보고·지시 과정이 공개돼야 “누군가는 결정했겠죠” 답변의 남은 공백도 메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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