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올려도 고환율에 효과 반감
3분기 환율 급락에 부담 완화 숨통
고유가 계속, 화물로 그나마 벌충7~8월 국제선 여객 수는 1802만여 명으로 1년 전보다 8.9% 늘었다. 외국인 입국자가 21.3% 급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중동 정세 불안의 반사이익으로 인천공항 환승 수요도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인파로 넘쳐나는 공항 사진들을 보면 항공사들의 실적이 매우 좋을 것 같지만, 정작 2분기 성적표는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전부 영업적자를 냈고, 대한항공조차 별도 기준으로는 2600억원가량 흑자를 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2100억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어느 때보다 좋았던 여객 수요와 항공사 실적의 미스매치를 설명하는 요인은 환율과 유가라는 변수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일부 부담이 완화되었으나 고유가 기조는 이어지고 있어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송단가는 올랐는데 왜 적자였나
2분기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수송 단가(항공사가 승객 1명을 1km 태울 때 받는 요금)는 꽤 올랐다. 대형항공사(FSC)는 10% 이상, 저비용항공사(LCC)는 25% 이상 뛰었다. 단가가 이만큼 올랐다면 적자가 나기는 쉽지 않은 그림이다.
발목을 잡은 건 원·달러 환율이었다. 2분기 평균 환율은 1502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항공사는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낸다. 환율이 오르면 운임이 아무리 올라도 원화로 환산한 비용 부담이 함께 불어난다. 운임 상승분을 환율 상승분이 갉아먹은 셈이다.
3분기 들어서는 상황이 급반전했다. 2분기 말 1502원이던 환율이 최근 1370원까지, 8.7% 떨어졌다. 각 항공사가 공시한 환율 민감도를 보면 이만큼 환율이 내리면 대한항공은 순이익이 약 7500억원, 제주항공은 780억원, 진에어는 340억원 개선되는 효과를 낸다. 6월 말 이후 코스피가 18% 가까이 빠지는 동안 삼성증권 커버리지 항공주들은 오히려 2~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는 여전히 부담…화물은 그나마 선방
그러나 유가가 정반대로 움직였다. 3분기 평균 두바이유는 배럴당 81달러로 2분기(88.2달러) 대비 낮아졌지만, 최근 현물 가격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더 부담스러운 건 원유와 항공유 사이 가격 차이인 크랙 스프레드(정제 마진)다.
최근 10년 평균은 배럴당 17.6달러였고, 미국-이란 전쟁 발발 전인 올해 1~2월에도 19.8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3~9월 누적 평균은 74.2달러로, 종전 역사적 고점이었던 5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유가가 같은 폭으로 올라도 항공유 가격은 그보다 훨씬 가파르게 뛰는 구조가 된 것이다. 김 연구원 추정으로는 현재 환율 기준 두바이유가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약 1300억원, 제주항공은 140억원의 추가 유류비 부담을 진다.
여객 부문이 환율과 유가 사이에서 씨름하는 동안, 화물은 비교적 조용히 실적을 받쳐주고 있다. 반도체 항공 수출액이 7월 누적 기준 237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61% 급증하며 전체 항공 수출의 74%를 차지했다. 중량으로는 전체 항공 화물의 8%대에 불과하지만 경량·고가 품목이라 화물 운임을 지지하는 힘이 크다.
해상 운송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 특성상 중동 리스크가 풀리며 해상 운임이 내려가더라도 항공 화물 운임에는 영향이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2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 단가는 톤·km당 703원으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견조한 화물 부문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본격적인 모멘텀은 여객 부문 수송단가 개선이 확인되는 시점으로 판단한다"며 항공 섹터에 대해 중립(NEUTRAL) 의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