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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회사 800억, 상속세 얼마나 나옵니까?”…달라지는 가업상속공제

[ECONO TAX]
최대 공제 600억→1000억원…20년 미만 기업은 제외
공제액보다 ‘우리 회사가 자격 되나’ 먼저 따져야
‘가업상속공제, 달라지는 승계 셈법’. [AI 이미지] ‘가업상속공제, 달라지는 승계 셈법’. [AI 이미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세무사님, 아버지가 35년간 키운 회사가 있습니다. 회사 가치가 800억원 정도인데 제가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얼마나 내야 합니까?”

기업 승계를 앞둔 오너 2세라면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세금이다. 정부가 내놓은 2026년 세제개편안만 보면 희소식처럼 보인다. 가업상속공제 최대 한도가 현행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산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공제한도가 늘어나는 대신 가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경영기간과 업종, 기술·노하우 요건 등이 강화되고 상속 이후 사후관리 기간도 길어진다. 최대주주 지분 보유기간과 상속인의 가업 종사기간 등 승계 전 갖춰야 할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특히 기업의 경영기간에 따라 세부담이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엇갈릴 수 있다. 앞으로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최고경영자(CEO)라면 ‘얼마까지 공제받을 수 있나’보다 ‘우리 회사가 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부터 따져야 한다.

35년 기업 114억→66억…15년 기업은 4억→148억

문재완 세무법인 다솔 세무사가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토대로 가상의 기업을 설정해 세부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경영기간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아버지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35년간 경영했고 비상장주식 평가액은 800억원이라고 가정했다. 다른 상속재산 50억원까지 합치면 총 상속재산은 850억원이다. 배우자는 없고 자녀 한 명이 상속하며 다른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가정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30년 이상 경영한 기업의 공제한도가 600억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예상 납부세액은 약 114억4000만원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 ▲300억 ▲400억 ▲600억원으로 나뉘었던 공제한도를 경영연수에 20억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35년 기업의 공제한도는 7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예상 상속세는 약 65억9000만원으로 현행보다 약 48억5000만원 줄어든다. 여기서 공제한도가 100억원 늘었다고 상속세가 100억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업상속공제는 납부할 세금에서 직접 빼주는 세액공제가 아니라 상속세를 계산하기 전 과세가액에서 가업재산을 빼주는 방식이다.

이 사례에서 공제액이 6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100억원 늘었지만 실제 세금 감소액은 약 48억5000만원인 이유다. 40년 경영기업은 최대 800억원, 50년 이상이면 10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반면 30년 경영기업의 한도는 현행과 동일한 600억원이다.

창업 15년차 정밀부품 제조업체라면 결과가 정반대다. 회사 주식가치 300억원에 다른 재산 20억원을 보유했다고 가정하자. 현행 제도에서는 10년 이상 경영 요건을 충족해 300억원의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할 수 있다. 예상 상속세는 약 4억3000만원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최소 경영기간을 20년으로 높인다. 15년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예상 상속세가 약 148억3000만원으로 뛴다. 시행 전후 세금 차이가 약 144억원에 달한다.

이번 개편을 단순히 ‘가업상속공제를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20년 미만 기업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30년을 넘긴 장수기업부터 공제한도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경영기간만 충족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개정안은 최대주주 등이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40%(상장기업은 20%)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하는 기간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린다. 상속인이 상속 전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기간 역시 2년에서 5년으로 길어진다. 

따라서 창업한 지 30년이 넘었더라도 지분이 가족 간 이동했거나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율이 달라졌다면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후계자가 뒤늦게 회사에 합류한 경우에도 사전 종사기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세금 48억 줄어도 13년간 회사 묶일 수 있어 

경영기간이 20년을 넘었다고 안심하기도 어렵다. 개정안은 기준 경영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하고 20년 이상 30년 미만 기업은 30년에 부족한 기간을 사후관리 기간에 더하도록 했다. 27년간 경영한 회사라면 부족한 3년이 기본 사후관리 기간 10년에 추가돼 상속 이후 13년간 사후관리 요건을 지켜야 한다.

문 세무사가 회사가치 500억원인 27년 기업을 가정해 계산한 결과, 예상 상속세는 현행 약 56억2000만원에서 개정안 적용 시 약 8억1000만원으로 약 48억원 줄어든다. 대신 사후관리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3년으로 늘어난다.

이 기간 지분과 고용, 업종, 가업용 자산 등에 관한 요건을 지켜야 한다. 가업용 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처분하거나 상속인의 지분이 감소하고 고용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제받은 금액이 다시 과세가액에 포함되고 이자상당액까지 부담할 수 있다.

문제는 10년 이상이면 기업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 전환이나 신사업 투자가 필요할 수 있고 불황에는 인력 조정,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지분구조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경영 판단과 공제 유지 조건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48억원의 세금을 아끼는 대신 13년간 경영계획까지 세제 요건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사후관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이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맞을 가능성도 커진다. 10여년 사이 주력 제품의 수명이 끝나거나 전방산업이 위축될 수 있고, 생존을 위해 인접 업종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기존 설비를 처분해 신사업에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서 지분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 기업의 사업재편이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800억 회사라고 800억 전부 ‘가업재산’ 아니다

공제한도와 별개로 실제 공제 대상인 ‘가업상속재산’도 따져봐야 한다. 회사 주식가치가 800억원이라고 해서 전액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부동산이나 대여금, 과다 보유 금융자산 등 사업무관자산이 있다면 그 비율에 해당하는 주식가치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상장기업은 주식가치 평가도 변수다. 거래되는 시장가격이 없는 만큼 세법상 평가방식에 따라 주식가치가 결정된다. 일반적인 계속기업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최근 회사 실적과 보유 자산이 평가액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현재 기업가치뿐 아니라 회사 안에 어떤 자산이 들어 있는지, 사업무관자산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살펴야 실제 공제 가능 금액과 예상 세금을 계산할 수 있다.

가업의 정의 자체도 까다로워진다. 개정안은 단순히 오랫동안 운영한 기업이 아니라 전문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을 가업으로 인정하는 방향이다. 특허권이나 영업비밀, 산업기술, 숙련기술 또는 이에 준하는 전문기술·경영상 노하우 등을 갖췄는지가 중요해진다.

대상 업종도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기준 727개로 구체화한다. 마트와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은 제외된다.

앞으로는 사업자등록증에 적힌 업종만 봐서는 안 된다. 실제 회사의 매출이 어떤 사업에서 발생하는지, 겸업하고 있다면 사업별 매출구조도 따져봐야 한다. 개정안은 겸업기업의 경우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공제 대상을 안분해 주업종 부분만 공제하고 구분경리 의무도 두는 방향이다.

개정안은 가업 해당 여부 등을 심사하는 심사위원회도 신설한다. 납세자가 상속세 신고와 함께 심사자료를 제출하면 과세관청의 사전조사를 거쳐 위원회가 가업 해당 여부 등을 판단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특허 등록 현황이나 ▲영업비밀 관리체계 ▲숙련기술 인력 보유 현황 ▲기술 이전 기록 등 회사가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자료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구체적인 제출서류와 판단기준은 향후 하위법령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상속세보다 더 어려운 ‘현금 마련’

가업승계를 준비할 때 놓치기 쉬운 문제는 상속세를 낼 현금이다. 아파트 50억원과 비상장주식 50억원을 보유한 기업 오너가 별다른 승계 준비 없이 사망했다고 가정해보자. 배우자는 없고 자녀 한 명이 상속하며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못한다면 예상 상속세는 약 41억6000만원이다.

재산 100억원이 있어도 당장 세금을 낼 현금이 없을 수 있다. 비상장주식은 매각이 어렵고 담보가치도 제한적이다. 물납 역시 원칙적으로 제한돼 아파트를 팔아 세금을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부연납을 선택해도 10년 분할을 가정하면 초기 연간 부담이 약 5억원이다.

세금을 마련하려고 회사에서 무리하게 배당하거나 자산을 처분하면 재무여력이 떨어지고 기업가치까지 훼손될 수 있다. 기업 상속이 일반적인 재산 상속과 다른 이유다.

이번 개정안에는 자녀가 아닌 제3자에게 기업을 넘길 때 세제혜택을 주는 사업승계 특례도 담겼다. 정부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매도자는 양도소득세 20% 세액감면을, 매수자는 5년간 소득세 또는 법인세 10%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매도자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을 20년 이상 계속 경영한 60세 이상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여야 하며 매수자에게도 경영·근무기간 등의 요건이 붙는다.

제3자 승계 역시 지분과 사업용 자산, 고용 등에 관한 사후관리 조건이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해당 특례는 2028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CEO가 지금 확인해야 할 다섯 가지

개정안이 정부안대로 입법된다면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승계를 고민하는 CEO라면 먼저 정확한 경영기간부터 확인해야 한다. 개인사업자 시절이나 업종 변경, 합병·분할 등이 있었다면 세법상 경영기간이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이어 ▲공제 대상 업종인지 ▲특허·영업비밀·산업기술·경영상 노하우 등을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 ▲지분 보유기간과 후계자의 사전 종사기간을 충족하는지 ▲10년 이상 이어질 사후관리를 감당할 수 있는지 ▲상속·생전증여·제3자 매각 가운데 어떤 승계 방식이 적합한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회사 내부의 자산 구성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사업용 부동산이나 대여금, 과다 보유 금융자산 등 사업무관자산 비중이 높다면 그만큼 실제 공제 대상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어렵다면 생전 증여도 비교 대상이다. 개정안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부모 계속경영 요건도 10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는 대신 경영연수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특례한도를 두는 방향으로 바꾼다. 상속과 증여 가운데 어느 쪽이 적합한지도 미리 따져볼 필요가 있다.

향후 공장 매각이나 설비 교체, 신사업 진출, 외부 투자 유치 등 예정된 경영계획이 장기간의 사후관리 요건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경영기간과 지분 보유기간은 상속을 앞두고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없고 기술이나 노하우를 입증할 자료 역시 축적에 시간이 필요하다.

문재완 세무법인 다솔 세무사는 “공제 금액이 아니라 요건이 문턱”이라고 설명했다. 공제한도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선택하기보다 기업이 장기간 요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건 충족이 어렵다면 연부연납이나 납부유예, 생전 증여 특례, 제3자 매각 등 다른 선택지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CEO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 회사는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가업인가. 그리고 상속 이후에도 그 요건을 지킬 수 있는가”다. 가업승계를 상속 직전의 ‘세금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경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 기사에 등장하는 기업 사례와 상속인은 제도 설명을 위해 구성한 가상 사례다. 개정안은 2026년 8월 3일 정부가 발표한 안을 기준으로 했으며 국회 심의 및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 

문재완 세무법인 다솔 1지점 파트너 세무사.  문재완 세무법인 다솔 1지점 파트너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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