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과거 급등기보다 더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오는 24일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기록한 역대 최장 상승 기간인 85주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졌다. 직전 84주간 누적 상승률은 17.4%로, 과거 같은 기간 상승폭의 두 배를 웃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25년 2월 첫째주부터 올해 9월 둘째주까지 누적 17.4% 올랐다. 약 1년8개월 동안 17% 넘게 상승한 셈이다.
오는 24일 발표되는 9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서울 아파트값은 8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둘째주부터 2022년 1월 첫째주까지 이어진 85주 연속 상승 기록과 같아지는 것이다.
상승 기간뿐 아니라 폭도 과거보다 컸다. 2020~2022년 당시 85주간 누적 상승률은 약 7.7%였지만 이번 상승기에는 이미 17.4%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도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3구에서는 강남구가 14.4%, 서초구 16.4%, 송파구 27.3% 올랐다. 이른바 한강벨트로 불리는 성동구는 28.0%, 마포구 23.6%, 광진구 21.0%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았던 지역도 큰 폭으로 뛰었다. 성북구는 18.2%, 강서구 17.0%, 구로구는 15.6% 상승했다.
매매가격뿐 아니라 임대시장도 함께 들썩였다. 지난해 2월 이후 서울 전셋값은 11.8%, 월세는 월간 지수 기준 11.61% 상승했다.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공급 부족이 꼽힌다. 실제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향후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세 차례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착공 속도는 목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9·7대책과 올해 1·29, 8·13 대책에서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 착공 목표는 모두 150만가구를 넘는다. 9·7대책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연간 27만가구를 착공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지난 7월까지 올해 수도권 누적 착공량은 7만8천가구에 그쳤다. 목표치의 약 30% 수준이다.
공사비와 금리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착공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핵심 택지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과천경마장 등 주요 사업지는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지연되거나 주민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도 뒤늦게 제시됐지만 서울시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와도 맞물리면서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공급 지연과 함께 부동산 규제가 잇따라 수정되면서 정책 혼선도 주거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는 지난 5월과 지난 17일 두 차례에 걸쳐 유예 또는 완화됐다.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진 뒤 규제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이 조정된 것이다.
세제 정책도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 8월 초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기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담았지만 최근 다시 12억원으로 상향했다. 비거주 예외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아직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값이 1년8개월 가까이 줄곧 오르는 동안 공급은 계획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고 규제와 세제 정책은 여러 차례 수정됐다.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와 월세까지 함께 뛰면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 주거 불안을 체감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