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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협상 선방했지만…“장기회수 리스크는 여전” [대미투자 과제][이슈&뷰]

전문가가 본 대미투자 평가·과제
1호 가스 발전 장기구매계약 불확실
원전·알래스카LNG, 세부협상이 관건
기업참여·통상안보 실익 함께 따져야


대미 전략적 투자의 첫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 전략적 투자 사업을 공식 발표하면 한국 산업통상부와 미국 상무부가 이에 맞춰 공동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다만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후속 프로젝트는 투자금 회수와 사업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협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3면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23일 본지에 “정부가 매년 지급할 수 있는 한도를 미리 정해놨고 알래스카나 원전처럼 수익성이나 양국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세부 협의를 남겨뒀다”며 “미국의 압박과 한국의 상업적 합리성을 적절하게 절충해 균형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사업을 선정한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사업의 수익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보다 신중하게 따져 사업을 검토했다고도 봤다.

정부는 전날 국회 보고에서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대미 투자 프로젝트 1호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엔시날 사업의 총사업비는 223억달러(약 30조8000억원)로, 정부는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달러(약 59조7000억~62조7000억원)의 수익을 거둬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사업성 검토 결과도 보고했다. 다만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현지 기업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제시한 예상 회수액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PPA 확보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은 2호,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은 3호로 검토한다.

국회에 따르면 한미는 한국의 투자 원리금이 전액 회수될 때까지 전체 프로젝트의 합산 원리금을 기준으로 수익을 5대5로 나누고 회수 이후에는 한국 1·미국 9로 배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안전장치에도 장기 투자에 따른 위험은 남아 있다고 봤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실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금 상태로는 굉장히 불확실하다”며 “앞으로 들어설 다음 행정부까지 걸쳐 투자가 진행되고 회수도 이뤄지기 때문에 그 사이 경제·정책적 환경과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기간을 10년, 20년으로 길게 가져갈수록 불확실성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원리금 회수 전 5대5 수익배분에 대해서 “수익이 많이 나야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마련한 장치로는 충분히 괜찮다고 본다. 그보다 더 나아가 추가로 무언가를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로젝트별로는 투자금 회수 기간과 사업의 확정 정도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가스복합화력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력 수요를 고려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원전은 “건설하는 데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다 보니 회수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면서 “세부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원금 회수가 빨라질 수도 있고 한참 늦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알래스카 LNG는 원전보다도 사업 추진 여부가 유동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구 교수는 “알래스카의 경우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고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며 “미국의 압박에 끌려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별 사업뿐 아니라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어떻게 분산할지도 과제로 꼽혔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며 “미국이 새로운 사업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지, 이미 정한 사업의 공사비가 늘어날 수도 있는지, 그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보다 사업 발굴과 협상이 늦어진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일본은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가스발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6개 대미 투자 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신중한 것도 좋지만 너무 지연됐다”며 “일본에 비해 우리의 사업 발굴이나 협상이 지체돼 결과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협상력과 교섭력이 다소 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자체의 수익률과 함께 국내 기업이 사업 참여를 통해 얼마나 실익을 확보하느냐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장 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참여해 경험을 쌓고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측면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어느 정도 참여해서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이익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을 얻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투자할 때 관세 문제가 붙는다”며 기자재와 생산설비뿐 아니라 현지 인력 문제도 실제 사업 과정에서 챙겨야 할 부분이라고 봤다.

개별 프로젝트의 수익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한미 간 통상·안보 현안 전반에서 얻을 수 있는 국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교수는 대미 투자가 지난해 한미 협상의 다른 현안들과 연계된 ‘패키지 딜’이라는 점을 짚으며 “하나하나를 완결하는 것이 우리 전체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산업부나 재경부가 미국 투자만 우리 소관이라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나 외교부하고 충분히 채널을 열어놓고 이 시점에서 정말 우리가 확보하고 가야 할 것들을 통상 쪽에서 풀어주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챙겨 나가는 게 실속이 아닌가”라고 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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