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유엔본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중국을 둘러싼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나의 친구”라고 부르며 신뢰를 과시했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일본의 안보상 우려를 얼마나 반영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약 35분간 회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4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매우 잘하고 있다. 나는 늘 지지율을 보고 있다. 위대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고 부르며 “아시아를 포함해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한 가운데 우리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세계에 미·일 동맹의 강함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본이 7년 연속 대미 투자 1위를 기록했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일본 기업의 기여를 부각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유엔본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최근 개각으로 각료 18명 중 10명을 바꿨지만 외무·재무·경제산업·방위상은 유임했다며 “안심하라. 여러분의 상대역들은 모두 유임됐다”고 강조했다. 정상 간 친분에 더해 실무 협력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17일 개각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재무상,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산업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 등 주요 핵심인사들을 모두 남겼다.
회담에서는 중국의 수출 규제를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AI)·반도체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 분야의 협력 강화와 미·일 관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협력도 확인했다.
또한 일본의 관심사 중 하나인 북한의 핵·미사일과 일본인 납치 문제도 논의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이 이번 회담에 공을 들인 배경에는 미·중 간 ‘거래’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 경제적 성과를 얻는 대신 대만 문제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우려다. TV아사히는 회담 전 일본 총리관저 측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말하지 않도록 못 박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된 일본으로서는 미국과의 사전 조율이 더욱 절실하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국회 답변 이후 일·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양국 정상회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중은 정상 간 대화를 이어가는데 일본은 중국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구도다.
회담에 배석한 오자키 마사나오(尾崎正直) 관방부장관은 “가장 좋은 시점에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만 문제가 논의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TV아사히는 일본 측에서 “이제는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전했다.
경제안보 공조를 확인했어도 일본이 우려하는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막았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6년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실이 이날 촬영해 배포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취임 후 처음으로 대면해 약 20분간 회담했다. 그는 “일본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 이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며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들에 탈퇴를 요구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연설에서 ICC 등 국제재판소와 법의 지배를 일관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8일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赤根智子) ICC 소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