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산·수입 전기차 격차 694대…월간 역전 '시간문제'
현대차 EV 할인 공세…기아는 PBV 라인업 강화
[서울=뉴시스] 현대차의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의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2026.6.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미국 테슬라의 독주와 중국 BYD의 공습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 판도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10대 중 4대 이상이 수입차일 만큼 지형 재편이 빠르다. 기존 수입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전동화 전환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강자인 일본 브랜드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안방 수성에 나선 국산차까지 총력전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대한민국 도로 위는 한·미·독·일·중 5개국이 사활을 건 ‘전기차 오국지(五國誌)’의 격전지가 됐다. 뉴시스는 5회 연재를 통해 요동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국내 전기차(EV)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산차의 안방 점유율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입 EV가 국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가격 경쟁력 강화와 대중형 EV, 목적기반차량(PBV), 럭셔리 전동화 모델까지 총동원하며 안방 사수에 나섰다.
2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산 EV 내수 판매량은 15만3691대로, 전년 동기(8만7486대) 대비 75.7% 급증했다.
그러나 수입 EV가 시장 침투 속도를 더욱 높이면서 국산차의 지배력은 약해지는 추세다. 전체 전기차 시장 내 국산 점유율은 지난해 1~8월 62.1%에서 올해 57.3%로 4.7%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8월에는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하계휴가와 현대차 파업 여파로 국산차 출고가 줄어든 사이 수입 EV 판매는 늘어난 탓이다.
8월 국산 EV 판매는 1만5877대, 수입 EV는 1만5183대로 차이가 694대에 불과했다.
일시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수입 EV의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월간 점유율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와 BYD 침공으로 대표되는 수입 EV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맞불 전략은 브랜드별로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트림 구성을 재편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2027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롱레인지 모델을 E-라이트, 모던, 프리미엄, 인스퍼레이션, N 라인 등 5개 트림으로 재편하고, 모던 트림 가격을 기존 익스클루시브 트림보다 160만원 낮췄다.
이달에는 '아이오닉9'에 최대 650만원에 달하는 구매 혜택을 내걸었다.
테슬라가 보조금 확정 직후 가격을 올리고 BYD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틈을 타, 국산 EV의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그랜저·아반떼 등 핵심 볼륨 모델의 하이브리드 라인업까지 더해 내수 방어선을 넓히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국산 EV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아는 대중형 모델부터 상용차까지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안방 주도권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는 10만1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급증했다.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를 통틀어 국내에서 연간 전기차 판매 10만 대를 넘어선 것은 기아가 처음이다.
실적은 소형 SUV부터 상용차까지 차급별로 고르게 나타났다. 이달 17일까지 EV3(2만5903대), EV5(2만3591대), PV5(2만30대)가 각각 2만 대를 돌파했다.
8월 내수에서는 EV3·EV5·PV5 등 전기차 판매가 69.4% 급증한 기아(4만365대)가 파업 여파로 출고가 줄어든 현대차(3만4333대)를 제치고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월간 내수 1위에 올랐다.
기아는 여기에 PBV(목적기반차량)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지난달 PV5 신규 5종의 계약을 추가로 시작해 총 10종 체제를 갖추고 상용 EV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제네시스는 초대형 전기 SUV 'GV90'을 연내 국내에 먼저 선보인 뒤 미국 시장에 순차 투입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등 수입 럭셔리 EV와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카드다.
다만 수입 EV의 가격 공세에 맞설 '국내용 보급형 신차'가 부재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의 신형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이 해외 공장에 우선 배정돼 있어서다. 튀르키예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해치백 '아이오닉3'와 슬로바키아 공장의 소형 SUV 'EV2'가 대표적이다.
아이오닉3은 독일 시작가가 2만8950유로로 BYD 돌핀과 비슷한 가격대에 형성돼 경쟁력을 갖췄지만, 국내 출시 계획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할인이나 하이브리드 중심의 방어선만으로는 수입 EV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효율적인 원가 구조 설계와 대중형 EV 라인업의 적기 공급이 내수 주도권을 유지할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