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연합뉴스추석 연휴가 끝난 뒤 주식을 사면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을까. 긴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거나 투자를 미루는 것과 달리, 연휴 뒤에는 대기 자금이 유입되며 주가가 반등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코스피가 7000선에서 연휴를 맞은 올해도 이른바 ‘전약후강(前弱後强)’ 공식이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연휴 끝나면 올랐다…22번 중 15번 상승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28만6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14일(24만8500원)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이 기간 주가는 15.3% 뛰었다. 종가 기준 28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28만1500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30만원까지는 약 4.7%를 남겨두고 있다.
마침 과거 추석 연휴 뒤 코스피가 강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신증권이 2004~2025년 22차례 추석 연휴 전후 코스피를 분석한 결과, 연휴 전 5거래일 평균 수익률은 -0.05%에 그쳤다. 상승한 경우도 11차례로 절반이었다.
반면 연휴 직후 5거래일 평균 수익률은 1.34%로 높아졌고, 22차례 가운데 15차례(68%) 지수가 올랐다. 연휴 전 상승했던 11차례 가운데 7차례는 연휴 뒤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최근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2021~2025년 추석 직전 5거래일 코스피는 평균 0.82% 하락했지만 연휴 뒤에는 평균 0.77%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전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 연휴 이전보다 이후 수익률이 높은 ‘전약후강’ 흐름이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긴 연휴 부담에 돈 빼지만…끝나면 대기자금 유입
연휴 전 증시가 주춤하는 데는 긴 휴장에 대한 부담이 영향을 미친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동안 해외에서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터지더라도 대응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미리 차익을 실현하거나 보유 비중을 줄인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0조1000억원으로 전주보다 3조7000억원 감소했다. 과거 추석 전후에도 연휴가 가까워질수록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대로 연휴가 끝나면 휴장에 따른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기다리던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수급이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연구원은 “연휴 직전에는 거래일 감소와 대외 이벤트 공백을 앞둔 포지션 축소, 차익 실현 등으로 수급이 다소 보수적으로 전환된다”며 “연휴 이후에는 대기 수요 유입과 함께 단기 수급 정상화가 지수 반등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연휴 이후 추가 상승 여부를 두고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유안타증권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3만원으로 높였다. 반면 키움증권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 35만원을 유지했다.
전망의 온도 차이는 있지만 두 증권사 모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향후 삼성전자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7~2028년에도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의 가격 하락 압력을 예상하면서도 “HBM과 파운드리 부문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엔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또 다른 변수는?
다만 과거 통계만 보고 연휴 뒤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명절 전후 나타나는 수급 변화는 단기적인 계절성에 가깝고, 실제 증시 방향은 연휴 동안 벌어지는 글로벌 이벤트와 경제지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올해 연휴 기간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일정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다. 무역 휴전과 관세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반도체, 희토류 등 기술 패권과 공급망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특히 국내 증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과 연결되는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가 관심사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기술 규제 방향에 따라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속도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연휴 직후에도 굵직한 일정이 이어진다. 오는 30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같은 날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투자심리를 누르는 요인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반도체의 경우 AI 모멘텀과 수출 호조가 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