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국빈 방문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비행기가 멈추자 진행 요원들이 달려가 약 30m 길이의 레드 카펫을 깔았다. 실무 수행원들이 뒷문으로 내린 뒤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등 각료급 인사들이 레드 카펫을 깐 계단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6시 1분 시진핑 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주색 넥타이에 남색 양복 차림의 시진핑은 펑리위안과 손을 잡은 채 옅은 미소를 띠며 환영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시진핑은 지난 12일 브릭스정상회의 만찬에 불참, 또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지만 움직임에 특별한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다만 계단을 내려올 때 한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펑리위안과 잡은 손에도 체중을 싣는 것처럼 보였다. 펑리위안은 시진핑의 손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팔뚝까지 감싸잡고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이 도착하기 훨씬 전인 오후 4시 54분 앤드루스 기지에 도착했다. 시진핑을 영접하기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것이다. 현직 미 대통령이 앤드루스 기지까지 직접 나가 외국 정상을 맞은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한 이후 11년 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는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시진핑이 출구에 나타나기 전부터 계단 앞까지 가 그를 기다렸다. 시진핑이 내려오자 트럼프는 환하게 웃으며 그와 악수했다. 두 부부는 같은 자리에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두 부부는 이내 성조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늘어선 레드 카펫을 걸어 그 끝에 함께 섰고, 미 공군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했다. 예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머리 위로는 미군 B-1 전략폭격기 2대가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B-1 전략폭격기가 머리 위를 통과할 때 트럼프가 순간 몸을 움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백악관은 이날 환영 행사를 위해 21명 규모의 의장대와 각 군 병력, 미·중 국기를 든 기수단 등을 배치했다.
이날 환대는 미·중 간 갈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트럼프가 각별한 예우를 갖춘 격이라 더 눈길을 끌었다. 행사에 앞서 앤드루스 기지 활주로에는 F-16 전투기 6대와 F-22 전투기 6대도 일렬로 배치됐다. 전략자산 동원은 미국의 군사력을 대놓고 과시하는 동시에 화려한 의전을 즐기는 트럼프 특유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영 행사를 마친 뒤 시진핑 부부는 검은색 대형 세단을 타고 기지를 떠났다. 번호판을 달지 않은 중국 훙치(紅旗)의 대형 방탄 리무진으로, 시진핑이 해외 순방 때 이용하는 전용차량 N701 계열로 보였다. 트럼프 부부는 시진핑 부부와 같이 걸으며 내내 대화했고, 이들이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환송했다. 떠나는 차량에 손을 흔들며 끝까지 지켜본 트럼프는 오후 6시 19분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고 기지를 떠났다.
두 정상이 환영식에서 나눈 대화의 내용은 영상을 통해서는 들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중국 신화통신은 직후 트럼프가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고 지금은 위대한 순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가 정상회담에서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관세와 무역,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시진핑이 도착하기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양국이 오는 11월 10일 만료되는 미·중 양국 간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백악관으로 돌아간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문제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현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그 사안을 포함해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발 펜타닐 유입을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테러국장의 견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관세가 부과됐고, 실제로 매우 강력한 제재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