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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환자 손 잡고 옆 진료실로"…20년 인연 잇는 암병원의 비결 [K-메디컬리포트]

'원체어 다학제'로 맞춤 치료…4기 암환자도 끝까지 동행
오상철 원장 "가장 큰 병원보다 가장 믿을 병원 만들겠다"
오상철 고려대구로병원 암병원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병원 제공) 오상철 고려대구로병원 암병원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0%와 100% 사이, 그 어디엔가 항상 희망은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동아줄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의료의 본질이자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이 지켜온 정신입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려대구로병원 암병원의 진료실 문을 열면 다른 대형 병원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3분 남짓 쫓기듯 진료를 받고 쫓겨나듯 나가는 '공장식 진료'는 이곳에 없다. 환자가 불안해하며 질문을 던지면 의사는 때로 엄하게 타이르기도 하고 때로는 손을 꼭 잡으며 치료 방향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선생님이 운동 안 한다고 화를 내시는 건 진짜 우리 환자 좋아지라고 하시는 진정성이 느껴져요."

진료실을 찾은 한 환자가 오상철 원장(종양내과)에게 건넨 이 한마디에는 오 원장의 진료실 풍경과 그가 지향하는 의료의 본질이 여실히 드러난다. 오 원장은 "환자들은 의사의 진정성을 느낀다"며 "암 치료의 핵심은 화려한 겉모습이나 외형이 아니라 환자에게 주는 깊은 신뢰와 치료 성적이라는 기본에 있다"고 강조한다.

오는 2029년, 고대구로병원은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지상 16층 규모의 새 암병원 완공을 앞두고 K-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오 원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암 치료의 미래와 의료의 본질에 대해 들어보았다.수술실에서 호스피스까지…진단부터 삶의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평생 신뢰'종양내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켜봐 온 오 원장은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라포'(Rapport·신뢰 관계)를 꼽는다.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빠집니다. 이때 환자를 살리는 건 단순한 약물이 아닙니다. 의사와 병원에 대한 깊은 믿음입니다."

실제로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에는 10년, 20년 이상 오 원장과 인연을 이어오는 장기 생존자들이 수두룩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대장암 치료를 받고 아버지를 보살펴준 오 원장을 믿고 자녀가 다시 찾아오는 일도 흔하다.

"4기 대장암으로 전신 및 피부까지 암이 전이됐던 80세 어르신이 계셨어요. 당시 주변 친구들이 ‘불쌍해서 어쩌나’ 하고 밥을 사주며 이별을 준비했죠. 그런데 적극적인 항암 치료를 통해 암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93세가 되신 지금까지 살아계십니다. 비록 지금은 치매가 오셔서 저를 잘 알아보지 못하시지만, 자녀분들이 손을 잡고 와서 ‘우리 아버지를 살려주신 의사 선생님’이라며 인사를 건넬 때 의사로서 깊은 보람과 함께 인생을 같이 살아간다는 묵직한 감동을 느낍니다."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의 또 다른 강점은 ‘지속성’이다. 많은 대형 병원이 수술이나 단기 치료 후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과 달리 이곳은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호스피스, 그리고 완치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병원 안에서 해결한다. 최근 도입한 ‘암 평생 관리 클리닉’은 암 치료 종료 후에도 재발 및 이차암 감시, 후유증 관리, 영양·재활, 심지어 유전체 검사를 통한 가족들의 암 예방 관리까지 책임지는 토털 케어 시스템을 완성했다."의사들이 손잡고 옆 진료실로"… 진정한 '원체어(One-Chair) 다학제 시스템'고대구로병원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유방암 다학제 진료를 도입한 '다학제 선구자'다. 오 원장은 고대구로병원 다학제 진료의 핵심 경쟁력으로 '환자밀착형 협진'을 꼽는다.

"환자 수가 너무 많거나 병원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모든 환자에게 깊이 있는 다학제를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반면 저희는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적정 규모를 유지하며 기본에 충실합니다. 예를 들어 대장암센터는 내과와 외과 진료실이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내과 진료 중 수술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면 따로 예약을 잡는 대신 의사가 환자의 손을 잡고 바로 옆 진료실 외과의사에게 데려가 그날 저녁 바로 수술 일정을 잡을 정도입니다."

환자가 여러 과를 돌아다니며 의자에 바꿔 앉는 '원스톱'(One-stop)을 넘어, 환자는 가만히 하나의 의자에 앉아있고(One-Chair)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 등 모든 전문가가 모여 최적의 치료법을 즉시 결정하는 '원스테이션'(One-Station) 체계다.

이러한 밀착형 '원팀' 협진은 독보적인 치료 성과로 증명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대장암센터는 통상 생존율이 매우 낮은 4기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약 45%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대장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 주요 암 적정성 평가에서 5년 이상 연속 1등급을 놓치지 않고 있다.2029년 새 암병원 개원… K-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
2029년 완공될 고대구로병원 새 암병원의 조감도. (병원 제공) 2029년 완공될 고대구로병원 새 암병원의 조감도. (병원 제공)

2029년 완공될 고대구로병원의 새 암병원은 그동안 축적해 온 소프트웨어적 강점에 최첨단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 폐암 수술에 성공하고 글로벌 교육 거점인 '에피센터'(Epicenter)로 지정된 기술력에 정밀유전체 기반의 맞춤형 암 치료, 118개 중환자실 및 응급·필수 의료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통합된다.

하지만 오 원장이 바라보는 미래 목표는 단순히 '가장 큰 병원'이 아니다. 그는 '남을 잘되게 하는 리더십'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암 치료 전반의 하모니를 이야기했다.

"리더십이란 자기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잘되게 해주는 것입니다. 수도권 대형 병원 하나만 잘 된다고 해서 K-의료가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방에 계신 암 환자분들이 불안해서 서울로 올라오는 현실은 참 안타깝습니다. 저희는 지역 거점 병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환자가 자기 거주지에서도 최고 수준의 자문과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화려한 외형보다 본질… 불필요한 거품 빼고 치료에 집중"오 원장은 최근 의료계의 과도한 외형 경쟁과 환자들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진단을 내놓았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거대한 로비 경쟁은 결국 다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평생 열심히 모아놓은 노후 자금이 한번 아파서 병원에 다 들어가는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를 보면 도둑에게 맞아 입원한 화가가 과도한 병원비 때문에 결국 파산하는 장면이 나와요. 우리 암 환자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병원은 외형을 부풀릴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거품을 빼고 '환자를 잘 치료한다'는 본연의 기본에 집중해야 합니다."

고려대의 역사가 120년을 넘어선 것처럼 오 원장은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이 100년, 500년 동안 지속될 올바른 암 치료 문화를 정립하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나 평생 한 번은 암이라는 시련을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암은 사형선고가 아닌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0%와 100%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기적은 일어납니다. 멋진 병원보다는 환자가 믿고 자기 가족의 손을 잡고 찾아올 수 있는 병원, 어려운 암일수록 끝까지 함께 답을 찾아주는 병원으로 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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