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달, 전달! 19시35분부로 전방 지역 무인기 식별에 따른 전투대기 돌입!”
지난 17일 오후 어스름이 진 경기도의 한 야산. “왜애앵” 하는 사이렌과 함께 다급한 외침이 두 차례 울려 퍼졌다. 해발 150여m에 자리 잡은 공군 미사일방어부대 8542부대에 내려진 경보다. 북한의 소형 자폭 무인기가 접근했다는 상황이 부여됐다.
대공방어소대 비상대기실 문이 열리자 단독군장을 갖춘 채종원(50) 상사와 병사 2명이 70여m 떨어진 K30W 천호가 있는 포대를 향해 내달렸다. 3분 만에 도착한 채 상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교전통제소에 무전을 쳤다. “통제소! 접근 표적 최종 식별 및 교전 요청!”

승인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광학추적기로 비행체를 탐지ㆍ조준했다. 가상의 포탄이 발사됐고 표적은 이내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통제소, 접근하는 적기 격추 완료. 인원, 장비 및 안전조치 이상 무!” 작전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뒤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적 탄도미사일 발사 식별, 전투대기 돌입!”
이번엔 천궁(M-SAM)-Ⅱ 운용 요원들이 뛰기 시작했다. 상황 전파 3분 만에 발사대에 도착한 하한나(22) 하사와 발사운용병은 5단계에 걸쳐 사격 안전조치를 해제했다. 무장키로 잠금을 풀고 사격통제소에 요격 준비 완료를 보고한 뒤 발사대에서 약 10m 떨어졌다. 교전통제소 통제관이 발사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에 ‘격추 성공’ 신호가 떴다. 쉴 새 없이 깜빡이던 비상벨 불빛도 멎었다.

미사일·대공 방어 아우르는 휴전선 근접 부대

휴전선에서 10여㎞ 남짓 떨어진 8542부대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와 천호, 신궁 등 단거리 대공무기를 운용하며 수도권 영공을 방어한다. 중앙일보는 지난 17일 북한 무인기와 탄도미사일의 복합공격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진행된 이 부대를 동행 취재했다.
8542부대는 수도권을 겨냥한 공중 위협을 차단하는 길목에 있다. 미사일방어(MD)와 대공방어(AD) 임무를 동시에 맡는 만큼 무인기와 탄도미사일을 섞은 북한의 다층 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한다. 부대 자체를 겨냥한 공격에 대비해 진지를 옮기는 기동방어훈련도 자주 실시한다. 채 상사는 “3년 전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했을 때도 쉴 틈 없이 비상이 걸렸다”며 “일출ㆍ일몰 등 취약 시간을 노릴 수 있는 북한에 맞서 ‘초탄필추’의 마음가짐으로 방어태세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무인기 전문 부서를 신설하고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무인기로 방공체계를 교란한 뒤 탄도미사일로 미사일방어망을 뚫는 복합공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8542부대에는 주말에도 사이렌이 울리는 날이 늘었다. 지난 20일 북한이 약 3시간 간격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을 때도 부대원들은 휴일 전투대기 돌입과 해제를 반복했다. 부대는 지난 22일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가정한 상황조치훈련을 실시했다.
김정도 8542부대장은 “완벽한 미사일방어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조건반사적인 작전절차 숙달이 필요하다”며 “작전 요원의 기량을 상향 평준화해 실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훈(21) 상병은 “지난해 부대 전입 뒤 전 인원이 비상 대기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당시엔 두려웠지만 이젠 어떤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대처한다. 상황 사이렌이 울리면 식사하거나 샤워를 하다가도 급하게 뛰어가는 일은 익숙한 일”이라며 웃었다.
김포=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