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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엔 ‘K관광 성지’인데…동네 PC방 5년새 3000곳 문 닫아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국 PC방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동네 PC방은 5년 새 3000곳 가까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홍대와 강남 등 관광 상권의 대형 매장이 주목받는 사이 일반 골목 상권은 고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의 PC방 사업자 수는 6615명으로 전년 동기(6990명) 대비 5.36%(375명) 줄었다. 5년 전인 2021년 7월(9482명)과 비교하면 30.23%(2867명) 감소했다.

한때 2만 명이 넘었던 PC방 사업자 수는 지난 10년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1만102명)까지는 1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 2020년 9970명으로 줄더니 2021년 9265명, 2022년 8485명, 2023년 7773명으로 쪼그라들었고, 2024년 7243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6800명으로 7000명 대도 무너졌다.

업주들은 코로나 시기 야간 영업 제한이 결정타였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 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정모(53) 씨는 “PC방은 야간 영업이 생명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코로나 전에는 야간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10%대로 줄었다”며 “코로나 때 새벽에 PC방을 못 오게 하니까 그때부터 손님들이 집에 고사양 컴퓨터를 들이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끝나도 장사가 안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완순(56) 씨도 “요즘 새벽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아르바이트생 혼자 있다가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20년 넘게 PC방을 하고 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PC용 D램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핵심 부품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7월 PC용 D램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24달러로 2016년 6월(2.9달러)보다 8배 이상으로 올랐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초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카드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정 씨는 “PC방은 무인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아르바이트생을 써야 하는데 최저시급이 갈수록 올라 너무 힘들다”며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월 70만~80만 원씩 더 내고 있고 PC 장비 가격도 올라 1대를 맞추려면 최소 250만 원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2019년에는 보증금까지 포함해 3억5000만 원이면 100대 규모 PC방을 오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5억 원 초반은 필요하다”며 “기존 업장도 돈 들여 장비를 업그레이드한다고 해도 장사가 잘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폐업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업계 상황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PC방의 인기는 뜨겁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간한 ‘요즘, 한국관광 리포트’ 창간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소비는 4조17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다. 특히 전통문화 체험과 PC방·노래방 등을 포함한 ‘K-놀이’ 소비는 35.8% 급증했다.

최근의 PC방은 과거 어둡고 담배 연기가 자욱했던 밀폐 공간의 이미지를 벗고 쾌적한 카페형 인테리어에 다채로운 식음료 메뉴를 갖췄다. 틱톡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에 ‘PC bang’을 검색하면 이른바 ‘짜계치(짜파게티·계란·치즈)’와 소떡소떡, 닭꼬치, 덮밥 등을 주문해 먹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후기가 쏟아진다. 한 외국인 틱토커는 “음식 선택지가 너무 많아 뭘 먹어야 할지 모를 정도”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한국이 세계적인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점도 PC방을 해외 게임팬들의 ‘성지’로 만들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T1 베이스캠프’가 대표적이다.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소속팀 T1이 운영하는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인증샷 명소로 꼽히며, ‘페이커픽 해물짬뽕라면’ 같은 선수 추천 메뉴를 맛보는 것이 핵심 코스로 자리 잡았다. 14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틱토커 블레이크 버넷도 이곳을 방문해 올린 영상으로 7만2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다만 이런 흐름은 관광 상권에 집중돼 있어 일반 동네 PC방에는 온기가 닿지 않고 있다. 최 씨는 “PC 요금은 그대로인데 매년 물가나 인건비가 오르니까 현장에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이라도 덜 수 있게 정부가 업종별로 최저시급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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