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복비 229만원 → 1125만원
집값 따라 뛴 중개 수수료에 소비자 불만
책임 한도는 제자리…불만 커져도 영향력 강화
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사진=연합가을 이사철과 맞물린 추석 명절, 가족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화 소재 중 하나는 '부동산'입니다. 전·월세를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부터 공들여 마련한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무용담까지 밥상 위에 오릅니다. 그러다 보면 집값이 상승하며 덩달아 치솟은 '중개 수수료'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는 사람은 억울하고, 받는 사람도 나름대로 피가 마른다는 'K복비'의 세계,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상, 하편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주]"잔금 치르는 날 법정 최고 수수료 0.5%를 꽉 채워 550만원을 청구하더니, 매도인과 누수 수리비로 싸울 땐 전화도 안 받더라고요. 미리 협의하지 못한 제 탓이겠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11억원 아파트를 매수한 한 30대 직장인의 사연입니다. 바야흐로 집값이 '억' 소리 나는 시대, 주는 사람은 억울하고 받는 사람도 나름대로 피가 마른다는 'K복비'의 세계,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복비는 과거 '복덕방' 시절, 이사 오는 사람에게 좋은 집을 찾아준 중개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쥐여주던 정겨운 쌈짓돈이었습니다. '복과 덕을 나누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이름도 복덕방이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엔 "복비를 깎으면 복이 달아난다"는 낭만적인 미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소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의 아파트 거래가 일상화된 최근, 이 미신은 고액의 청구서 앞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복비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실수요자들은 "수수료율 협상은 언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대 요율을 계산해보니 중개 수수료가 너무 과한 것 같아요. 몇 프로 정도로 협상해야 하나요?" 등 질문을 올립니다. 집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앱으로 직접 매물을 찾고 중개사는 그저 현관문 비밀번호만 몇 번 눌러줬을 뿐인데, 직장인 몇 달 치 월급을 바쳐야 하는 게 억울하다는 취지입니다.
복덕방 AI 생성 이미지 / 챗GPT복비 요율은 언제 어떻게 정해진 걸까요? 19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투기 광풍이 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중개 수수료는 철저한 '야생의 무법지대'였습니다.
정해진 요율 없이 중개인이 '부르는 게 값'이었던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매도자가 "5000만원 받아달라"고 하면, 중개인이 임의로 6000만원에 거래를 성사한 뒤 차액인 1000만원은 수수료 명목으로 주머니에 챙기는 꼼수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전설의 복부인'들이 강남땅을 휩쓸던 이 무법지대에 제동을 건 것이 1983년 제정된 「부동산중개업법」입니다. 이 법의 제정 배경엔 "1960~1970년대의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의 큰 변화로 부동산 소개 업무를 규율함이 미흡하여서 공인중개사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공신력을 높이고, 부동산중개업을 허가제로 하여 건전한 부동산거래 질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이때부터 중개업이 '면허제'로 바뀌었고, 매년 공인중개사 시험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이상은 중개 수수료를 받지 마'라는 취지로 법정 상한선이 만들어졌습니다. 현대적인 중개 보수 요율 체계의 뼈대가 만들어진 것은 2000년으로, 당시 기준으로 '고가 주택'에 속한 매매 6억원 이상 거래에 대해 최고 상한이 0.9%로 정해졌습니다. 2010년대 중반, 집값이 상승하면서 6억원 이상 주택이 흔해지자, 6억~9억원 구간을 0.9%에서 0.5%로 절반 가까이 낮췄습니다. 이후 또 한 차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9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가 급증하자, 지난 2021년에 또 한 번 주택 가격 구간을 세분화하고 최고 상한 요율 자체도 낮췄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개 수수료 법정 최고 요율은 15억원 이상 0.7%, 12억~15억원 0.6%, 9억~12억원 0.5%, 2억~9억원 0.4%, 5000만~2억원 0.5%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제도는 최근 국가가 정해준 최대한도를 거의 모든 중개소가 꽉 채워 받는 경향의 근거로 작용하고 습니다.
KB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739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0년 전(2016년 9월19일 기준) 평균 매매 가격이 5억7388만원이었던 것에서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중개 수수료를 기준으로 최고 요율을 적용 기준인 15억원 선을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개 수수료 부담도 급증했습니다. 평균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중개수수료를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10년 전인 2015년엔 평균 중개수수료가 229만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부가세 10%를 별도로 계산하더라도 252만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올해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 평균인 물건을 거래한다면, 중개수수료를 1125만원이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1237만원에 달합니다.
반면, 거래 도중 사고가 발생해 손해가 발생하면 받게 되는 공제 한도는 여전히 '2억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 고의 또는 과실로 인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억원'은 공인중개사가 의무 가입하는 보험의 공제 한도입니다.
그나마 현실에서는 중개사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 배상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 사기'를 당하더라도, 중개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법원은 손해의 원인이 임대인의 불법행위에 있는 것이지, 중개사들이 임대인 불법행위의 정황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처럼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배상 판결이 나더라도 2억원 한도의 보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2억원은 중개업소가 1년 동안 보상해 줄 수 있는 모든 사고의 보상금을 합친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4년 공제금 현황을 살펴보면, 지급금은 307건에 대해 147억7800만원이었습니다. 사고 한 건당 4800만원 수준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수수료는 집값에 연동되면서, 책임 보장 한도는 요지부동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보니 '돈을 낸 만큼 서비스를 받는 게 없다'는 소비자와 '우리도 리스크가 크다'는 중개사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선 중개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집을 살 생각도 없으면서 매물을 보러 다니는 소위 '임장족'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견고한 K복비 카르텔을 깨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6년 공승배 변호사가 이끈 '트러스트부동산'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은 집값과 상관없이 최대 99만원이라는 고정 수수료를 내걸고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공 변호사는 트러스트부동산 출범 당시 "변호사와 공인중개사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 "공인중개사도 중개업무를 더 전문적으로 하려고 애쓰고, 중개수수료를 합리적으로 낮춰서 중개수수료가 하나도 안 아까울 만큼 스스로 개선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이러자 공인중개사협회의 거센 반발과 형사 고발이 이어졌습니다.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일반 시민들은 트러스트부동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 7명 중 4명이 '무죄'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2심에서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의 유죄가 선고됐고, 트러스트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며 사업이 좌초하게 됐습니다. 1심 배심원들의 표심은 기존 부동산 중개 시장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를 증명한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출범&창립 40주년 기념식'대중의 불만에도 중개사들의 영향력은 강해지는 흐름입니다.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27년 만에 임의단체에서 법정단체로 지위를 회복하면서 업계의 힘은 한층 강해질 전망입니다. 중개사들은 전세 사기 등 불법 중개 행위 근절과 자율적인 정화 기능을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소비자 사이에서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견고한 카르텔만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집값에 비례해 수백만~수천만원을 떼어가는 지금의 수수료 구조는 과연 합당한가'라는 의문입니다. 집값이 오르더라도 중개 서비스의 질은 그에 비례해 높아지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이 구조는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서 찾아보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