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디지털(Cipher Digital)은 전력을 확보한 비트코인 채굴 부지를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고 있는 기업이다. 2026년 2월 사명도 사이퍼마이닝(Cipher Mining)에서 사이퍼디지털로 변경하며 사업의 중심을 비트코인 채굴에서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영으로 이동했다.전력망 연결과 토지가 이미 확보된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에 장기간 임대하는 것이 핵심 사업 모델이다. 현재 약 700메가와트(MW)의 데이터센터 용량에 대해 장기 계약을 확보했다. 바버 레이크 300MW는 플루이드스택 및 구글, 블랙 펄 300MW는 아마존웹서비스, 스팅레이 100MW도 아마존웹서비스와 계약돼 있다. 블랙 펄은 2026년 8월 당초 계획보다 약 두 달 빠르게 일부 용량을 인도하면서 임대료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이퍼는 추가로 최대 900MW 규모의 아폴로 부지를 확보했으며 2026년 9월에는 여러 부지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최대 2.5기가와트(GW)의 온사이트(On-site) 발전 용량을 추가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투자 포인트는 첫째, 2026년 3~4분기에 추가 데이터센터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리베유(Reveille)와 율리시스(Ulysses) 등 주요 후속 프로젝트는 단순 초기 개발 단계를 넘어 전력 관련 절차를 상당 부분 통과했고 고객과 고성능 컴퓨팅 임대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리베유는 2027년 3분기, 율리시스는 2027년 4분기 가압을 목표로 하고 있어 건설과 고객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계약이 그보다 상당히 앞서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2026년 3~4분기는 신규 계약 발표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 구간이다. 실제 계약이 발표되면 현재 할인된 파이프라인 가치가 계약 자산 가치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사이퍼 주가의 단기 재평가에는 기존 700MW보다 다음 신규 고객 계약이 더 중요한 촉매가 될 여지가 있다.
둘째로 조기 가동과 자금조달로 개발 실행력을 입증했다. 사이퍼는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을 실제 가동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블랙 펄은 첫 데이터센터 용량 공급을 기존 계획보다 2개월 앞당겼고 8월부터 임대료 수취를 시작했다. 스팅레이는 8.1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완료해 상당 부분 완공까지 필요한 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텍사스에서 최대 900MW 규모 아폴로 부지 옵션을 추가하고 텍사스 전력신뢰성이사회(ERCOT)와 구글 출신 핵심 인력을 영입했다. 단순히 전력과 부지를 확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계통 연결, 건설, 가동까지 실제로 수행하는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계약된 700MW가 기업가치의 하방을 제공한다. 사이퍼는 전체 가치가 미래 수주에만 의존하는 초기 개발업체가 아니다. 약 700MW의 고성능 컴퓨팅 용량에 대해 장기 계약을 확보하고 있어 후속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늦어져도 핵심 자산 가치는 유지될 수 있다. 계약된 데이터센터 자산은 채굴 사업보다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질도 개선시킨다. 향후 해당 용량이 계획대로 가동되면 매출 구조도 비트코인 가격 중심에서 장기 계약 기반으로 이동한다. 계약된 700MW는 단순한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이퍼디지털 기업가치의 하방을 지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강재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