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계속되는 AI 수요·새 내러티브…반도체 다시 주목할 때"
美 10년물 5.22%까지 치솟아…고금리 환경은 변수
"고금리, 항상 금융株 호재는 아냐…경기·실적 함께 봐야"[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높아지면서 추석 연휴 이후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통상 금리 상승은 성장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은행·보험 등 금융주는 수혜 업종으로 꼽히지만 최근 증시는 이 같은 공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반도체주는 금리 부담에도 이달 들어 10% 가까이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와 실적 모멘텀이 이어지는 반도체를 다시 주목하는 동시에 금리 상승의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주의 실적과 경기 여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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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부담에도 10% 뛴 반도체…“다시 볼 때”
증권가에서는 최근 조정을 거친 반도체를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금리 상승세가 주춤한 틈을 타 반도체를 다시 볼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반도체가 과거 업황에 따라 움직이는 시황산업의 성격이 강한 커머디티 주식이었다면 지난 5월 급등을 기점으로 AI 기대에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내러티브 주식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기술적으로도 새로운 상승 추세에 진입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봤다. 최근 반도체주가 급등·급락과 기간조정을 거치면서 단기와 장기 이동평균선이 수렴해 단기·장기 보유자의 평균 매입단가가 비슷해졌다는 설명이다. 현 주가대가 강한 지지선 또는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거래가 늘고 주가가 이동평균선을 상향 이탈하면 모든 이동평균선이 정배열을 이루며 새로운 상승 추세에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AI 수요 기대도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앤트로픽의 상장이 당초 9월에서 10월, 다시 11월로 미뤄지면서 국내 투자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수급 부담이 완화됐다고 봤다. 메타가 공개한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실적 개선 이외의 새로운 AI 내러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반도체 긍정론의 주요 전제였던 장기금리 안정이 이후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B증권은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거래가 늘어날 경우 반도체주가 새로운 상승 추세에 진입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이후 미국 장기금리는 오히려 고점을 높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223%까지 치솟아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5.501%까지 올라 2004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강한 미국 경기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도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장기금리 급등이 곧바로 증시 급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2%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01% 올라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강한 경기와 양호한 기업 펀더멘털이 증시를 지지한 데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 협상 기대가 더해지면서 장중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고금리, 반도체 등 성장주엔 부담…금융주엔 호재일까?
장기금리 상승이 반도체주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은행·보험 등 금융주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 KB증권도 지난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보험과 은행을 제시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이 곧장 금융주 강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이 지난 10여년간 2016~2018년과 2022~2023년 두 차례 금리 인상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경기 상황과 금리 인상 속도 등에 따라 금융주의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
경기 회복을 동반했던 2016~2018년에는 금융주 상승세가 금리 인상 사이클 초반에 집중됐고, 경기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빠르게 누릴 수 있었던 은행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장단기 금리차, 보험은 장기금리가 주요 주가 동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2022~2023년에는 물가 상승에 대응한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부담으로 이어졌다. 은행은 건전성 악화와 유동성 우려가 부각됐고 장단기 금리차도 역전됐다. 보험주는 상대적으로 긴 조달 만기 구조를 바탕으로 은행보다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같은 금리 인상기라도 경기와 금리 구조, 업종별 펀더멘털에 따라 금융주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도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에서 다시 오르고 있고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금융사들이 상반기 자본시장 강세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이미 누린 만큼 기저 부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삼성증권은 현재 국내 금융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글로벌 금융주와 비교해 국내 금융주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데다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가 금융업으로 선순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은행은 순이자마진(NIM) 확대와 견조한 대출 성장이 맞물리면서 이자이익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주주환원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 역시 높은 절대금리 수준에 따른 투자손익 개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제도 개선과 과당 경쟁 완화에 힘입어 보험손익도 함께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추석 연휴 이후 반도체와 금융주의 향방은 금리 움직임과 함께 각 업종의 실적이 얼마나 뒷받침되는지에 달릴 전망이다. 반도체는 AI 투자와 실적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지만 장기금리 상승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금융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이미 높은 금리 수준이 경기와 건전성에 미칠 영향은 변수로 남아 있다. 금리 상승이 어느 업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향후 장기금리와 경기, 기업이익의 흐름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