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GT 43 론치 에디션.[사진=윤서연 기자][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스포츠카의 감성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엔진은 빼놓기 어렵다. 특히 메르세데스-AMG GT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GT의 심장은 예상보다 작다.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메르세데스-AMG GT 43 론치 에디션’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메르세데스-AMG GT 라인업에 GT 43을 추가했다. 지난해 선보인 GT 55 4매틱+(4MATIC+)·GT 63 S E 퍼포먼스 아래에 자리하는 모델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국내 출시를 기념해 10대 한정으로 마련한 론치 에디션이다.
◆ 낮고 넓은 비율부터 ‘AMG’…실버 컬러까지 눈길
첫인상부터 존재감은 확실했다. 4기통 엔진을 품었다고 해서 외관까지 얌전해진 것은 아니다.
길이 4730㎜·너비 1930㎜·높이 1365㎜의 차체는 낮고 넓게 바닥에 붙어 있다. 길게 뻗은 보닛 뒤쪽으로 운전석이 자리 잡은 비율도 인상적이다. 옆에서 바라보면 긴 보닛에서 루프를 거쳐 짧은 후면으로 떨어지는 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숫자로 봤을 때보다 실제 마주했을 때 스포츠카다운 비율은 더욱 도드라졌다.
전면부 역시 AMG다운 인상을 놓치지 않았다. GT 43 전용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프론트 에이프런이 차체 하단을 넓게 감싸면서 낮은 차체를 한층 강조한다. 전륜 펜더에는 새로운 트림 요소를 넣었다. 측면에서는 긴 보닛과 뒤쪽으로 밀어낸 실내 공간이 GT 특유의 비율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후면부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새롭게 디자인한 리어 에이프런과 좌우 원형 듀얼 테일파이프 트림이 넓게 자리한다. 차체 아래쪽에 시선을 끄는 요소를 집중하면서 실제보다 차가 더 낮고 넓어 보인다.
시승차인 론치 에디션에서는 유독 색상이 눈길을 끌었다. 하이테크 실버 메탈릭 외장은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차체 굴곡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화려한 색으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GT 특유의 낮고 넓은 비율을 더욱 강조하는 색에 가깝다. 특히 측면에서 보이는 AMG 레터링이 새겨진 실버 브레이크 캘리퍼는 눈에 띄진 않지만 론치 에디션만의 포인트 요소 중 하나다.
여기에 AMG 나이트 패키지·마누팍투어 블랙 크롬 트림을 조합하면서 실버와 블랙의 대비도 선명하다. 전면에서 후면까지 이어지는 굴곡도 실버 색상 덕분에 더욱 잘 보인다. 직접 마주하면 ‘AMG는 AMG’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차체 비율과 색상의 조화가 좋았다.
문을 열면 분위기는 또 바뀐다. 외관이 실버와 블랙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구성됐다면 실내에는 레드 페퍼·블랙 색상의 나파 가죽을 적용했다. 밖에서는 절제된 스포츠카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운전석에서는 AMG 특유의 강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구성이다.
스포츠카 답게 시트 포지션은 낮고 시트는 몸을 단단하게 감싼다. 그렇다고 몸을 지나치게 조이는 느낌은 아니다. 장시간 운전까지 고려한 GT의 성격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이외 실내 구성은 여느 AMG GT 라인업과 다른 부분은 없어보였다.
◆ 4기통이라 얕봤는데…제로백 4.6초
4기통인 만큼 배기음은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동 버튼을 누르자 예상보다 제법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8기통 AMG처럼 배기음만으로 운전자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4기통 스포츠카’라는 선입견을 생각하면 의외로 존재감은 분명했다.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배기음도 한층 적극적으로 따라붙는 스타일이다.
GT 43은 최고출력 421마력·최대토크 51.0kgf·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 최고속도는 시속 280㎞까지 낸다. AMG 스피드시프트 MCT 9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수치만큼 초반 가속도 빠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잠시 숨 고르는 느낌 없이 속도를 끌어올린다. 후륜구동 특유의 움직임까지 더해져 뒤에서 차를 밀어내는 듯한 감각도 분명하다. 최대 2.5도의 조향각을 제공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덕분에 차체 크기에 비해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도 날렵하다.
엔진룸을 열어보면 GT 43이 단순한 4기통 가솔린 스포츠카는 아니라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에는 48볼트 전기 시스템이 결합됐다. 벨트 구동식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10㎾의 힘을 보태고 타력주행과 회생제동도 지원한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처럼 전기모터만으로 긴 거리를 달리는 구조는 아니지만 내연기관을 전기 시스템이 보조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터보차저에도 전동화 기술이 들어갔다. 포뮬러원(F1)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식 배기가스 터보차저를 적용했다. 터빈과 컴프레서 사이에 전기모터를 넣어 배기가스가 충분히 쌓이기 전부터 터보차저를 돌린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터보 엔진 특유의 반응 지연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다.
실제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4기통 치고 반응이 빠르다고 느껴지는 배경에도 이런 구성이 있다. 배기량을 키우는 대신 4기통 엔진에 전동화 기술을 결합해 필요한 순간 힘을 빠르게 끌어내는 방식이다.
이같은 기술 적용에도 4기통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빠르다는 것과 자극적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가속 성능 자체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고회전 영역까지 밀어붙였을 때 느껴지는 엔진의 질감과 배기음에서는 상위 AMG GT가 주는 풍성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4기통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순간은 있어도 완전히 지워주지는 못했다.
론치 에디션에 적용된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노면에 따라 각 바퀴의 댐핑을 개별적으로 조절한다. 스포츠카답게 노면 상태를 비교적 솔직하게 전달하지만 일상 주행을 포기해야 할 만큼 과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GT 43의 방향은 기록을 위한 스포츠카보다 필요할 때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데일리 스포츠카’에 가까워 보였다.
◆ 짐 싣고 출퇴근까지…‘데일리 GT’는 확실
GT 43의 장점은 운전석에서 내린 뒤 분명해진다. 스포츠카지만 일상에서 감수해야 할 불편을 상당 부분 줄였다.
실내에는 접이식 2+2 시트를 넣었다.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공간을 최대 675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 2인승 스포츠카처럼 짐 하나를 실을 때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행용 가방이나 일상적인 짐을 싣기에도 스포츠카치고 공간에 여유가 있다. 실제로 차를 타는 동안 ‘주말에만 꺼내는 차’보다 출퇴근부터 장거리 이동까지 한 대로 소화하려는 운전자에게 어울린다는 인상이 강했다.
시트 구성과 운전석 분위기도 상위 GT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멀티컨투어 시트·앞좌석 열선과 통풍 시트·파노라믹 루프·360도 카메라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낮게 앉아 스포츠카를 운전하면서도 평소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서 기대할 법한 편의사양을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주행 중에는 신호등을 화면에 표시해주는 기능도 눈에 들어왔다. 전방 카메라를 통해 신호등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낮은 차체 탓에 신호등이 시야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듯하다. 취지는 흥미롭지만 실제로 써보니 굳이 화면까지 확인해야 할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GT 43의 성격은 오히려 명확했다. 한 번의 강렬한 경험보다 자주 운전대를 잡게 만드는 쪽을 택했다. 4기통을 선택하면서 잃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일상과 가까워졌다. ‘AMG GT라면 이래야 한다’는 기존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이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분명하다. AMG GT에서 엔진의 존재감과 강렬한 감각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출퇴근길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를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GT 43은 가장 강력한 AMG GT를 노리는 차가 아니다. ‘가끔 타고 싶은 AMG’보다 ‘매일 타고 싶은 AMG’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