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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조달러 '엔캐리'의 덫…日, 금리 올려도 못 올려도 딜레마

日금리 1.25%·31년래 최고에도 엔저…美도 긴축에 금리차 유지
"개입하면 오히려 엔화 판다"…급격한 캐리 청산은 글로벌시장 뇌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2025.12.19. ⓒ 로이터=뉴스1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2025.12.1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렸지만 엔화 약세를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일 금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과 채권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캐리 거래가 더 불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엔화가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면 대규모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OJ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통화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엔화는 금리 인상 이후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통상 금리를 올리면 해당 통화 가치가 상승하지만 연준 역시 지난 16일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하면서 미·일 금리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엔화의 발목을 잡았다.저금리 엔화로 세계 자산 샀다…차입액 2.3조달러문제는 그동안 엔화를 이용한 차입 거래가 크게 불어났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제프리스 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은행, 기업, 가계 등을 포함한 국경간 엔화 차입 규모가 2021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67% 증가한 360조 엔(약 2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경간 엔화 차입이 모두 엔캐리 거래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엔캐리 규모 자체로 볼 수는 없다. 장외 파생상품 등을 통한 거래까지 있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막대한 엔화 차입이 글로벌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엔캐리 확대는 엔화 약세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 투자자들이 엔화를 빌려 달러 등 다른 통화로 바꾼 뒤 미국 주식과 채권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엔화 매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일 금리차가 유지되면 이런 거래를 되돌릴 유인도 크지 않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국 금리가 함께 상승한다면 엔화를 싸게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입에 나섰고, 9월 BOJ가 다시 금리를 인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입에 나섰고, 9월 BOJ가 다시 금리를 인상한 이후에도 달러·엔 환율은 재차 상승하고 있다. 자료=블룸버그"개입하면 오히려 판다"…엔화 방어의 역설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조차 엔화의 지속적인 강세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케빈 자오 UBS자산운용 글로벌 국채·통화 채권부문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일본 당국이 다시 엔화 방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엔화를 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자오는 지난 7월 미국과 일본이 엔화를 매수하는 공동 개입에 나섰을 때도 보유하고 있던 엔화 비중확대 포지션을 정리했다. 당시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떨어졌던 엔화가 당국 개입으로 급등하자 이를 매도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그는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근본적인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BOJ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지속적인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6월까지 BOJ가 최대 세 차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연준 역시 같은 기간 세 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는 게 자오의 설명이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내릴 때도 달러·엔이 하락하지 않았다면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크게 떨어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천천히 올려도, 빨리 올려도 문제…엔캐리 청산 '뇌관'하지만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것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엔화가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면 막대한 엔캐리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

엔캐리 투자자는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을 사들인 만큼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외 자산을 팔고 엔화를 되사야 한다. 이런 거래가 동시에 몰리면 엔화가 더욱 오르고 추가적인 포지션 청산을 부르는 연쇄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여름 BOJ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엔화가 급등하자 엔캐리 청산이 확산했고 일본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위험자산이 크게 흔들렸다.

BOJ로서는 딜레마다.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으면 미·일 금리차가 유지되면서 엔화 약세와 엔캐리 거래가 더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긴축 속도를 빠르게 높여 엔화가 급등하면 이미 쌓여 있는 대규모 엔캐리 포지션의 청산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BOJ가 천천히 움직이면 엔캐리가 더 쌓이고, 빠르게 움직이면 쌓여 있던 엔캐리가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 2조 달러를 훌쩍 넘는 엔화 차입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뇌관으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시민이 2024년 8월 5일 일본 도쿄의 거리에서 도쿄증권거래소 주가 마감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 일본 증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의 여파로 12% 넘게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 한 시민이 2024년 8월 5일 일본 도쿄의 거리에서 도쿄증권거래소 주가 마감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 일본 증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의 여파로 12% 넘게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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