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물량보다 주거 품질…건설비 현실화 필요[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정부가 2030년까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등을 포함한 공적주택 119만가구를 공급 목표로 잡았다. 정부가 내놓은 주거안정 대책 가운데 상당한 규모다. 수도권에만 92만가구를 공급해 전체 물량의 77%를 집중하고 보편형 공공임대주택도 별도의 공급 축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공급 확대는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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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내년 주택도시기금 예산으로 40조6692억원을 책정했다. 올해 38조1515억원보다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 관련 사업에는 융자와 출자를 합쳐 29조2053억원이 편성됐다. 전체 주택도시기금 예산의 약 71%에 해당한다.
올해 임대주택 사업 예산은 22조7858억원으로 전체의 약 59%였다. 1년 사이 임대주택 관련 예산의 비중이 약 12%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반면 분양주택 사업 예산은 지난해 1조4741억원에서 올해 429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주택도시기금의 무게중심이 분양보다 임대주택 공급에 상당히 기울어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형 임대주택에도 내년 4조7719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건설형 2만6000가구, 매입형 2000가구, 전세형 5000가구 등 총 3만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기금 역시 무한한 재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이 가입하는 청약저축과 부동산 등기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등과 연결돼 있다. 주택시장과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기금의 수입 기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청약저축 가입자 감소와 해지 증가, 부동산 거래량 위축에 따른 국민주택채권 발행 감소 등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장기적인 재원 확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119만가구라는 공급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19만가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재정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같은 비중으로 중요하다.
더 큰 문제는 주택을 공급한 이후다.
공공임대주택은 분양주택과 달리 준공 이후에도 공공기관이 장기간 관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승강기와 배관, 전기·기계설비, 외벽과 방수 등 각종 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된다.
건물이 오래될수록 장기수선과 유지보수에 필요한 비용도 증가한다. 따라서 신규 공급 물량만 계산해서는 공공주택 정책에 필요한 전체 비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119만가구 가운데 상당한 물량이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면 지금의 건설비만이 아니라 10년, 20년, 30년 뒤 발생할 유지관리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공공주택은 짓는 순간 비용이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준공 이후부터 새로운 비용이 시작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앞으로 공적주택 공급계획에는 신규 건설 물량뿐 아니라 생애주기 비용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급 가구 수와 함께 장기수선비, 리모델링 비용, 운영비 등을 추산해야 정책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119만가구 공급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주거 품질이다.
정부는 보편형 임대주택을 통해 중산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이 우수한 입지에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에는 공사비와 인건비, 자재비가 모두 높아졌다. 그런데 공공주택의 건설비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면 공급 물량과 주거 품질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표준건축비와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건설원가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면 민간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어려워진다.
공공주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싸게 짓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입지와 면적, 커뮤니티 시설, 단열과 에너지 성능, 주차시설, 조경 등 거주자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적정한 비용이 필요하다.
119만가구를 채우는 것과 119만가구를 좋은 주택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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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급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주택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주택도시기금에 의존해 건설비를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공급 이후 수십 년간 발생할 장기수선과 유지보수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실제 건설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표준건축비로는 주거 품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건설비 현실화를 통해 민간 신축주택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119만가구의 성공 여부는 몇 채를 공급했느냐가 아니라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제대로 짓고 오랫동안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119만가구 공급의 성패는 준공 물량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빨리 지었느냐보다 얼마나 지속 가능한 재원으로 얼마나 좋은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진짜 주거정책은 그 집에 사람이 입주한 이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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