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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 안 풀리는 엔캐리…최대 2조달러 '청산 시한폭탄' 커지나 [김주완의 글로벌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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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렸지만 최대 2조달러로 추정되는 엔캐리 거래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다. BOJ가 정책금리를 연 1.25%로 높이기로 한 뒤에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7엔대로 떨어졌고,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거래의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다. 당장은 미국 기술주 등 위험자산의 대규모 매도를 피했지만 엔캐리 자금이 더 쌓일 경우 향후 엔화가 급등할 때 청산 충격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기준금리 올렸지만BOJ는 지난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무담보 익일물 콜금리 목표를 연 1.0%에서 1.25%로 올리기로 했다.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찬성 7명, 반대 2명이었고 새 금리 수준은 24일부터 적용됐다. BOJ는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2%에 가까워졌지만 실질금리가 낮아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물가가 목표를 웃돌면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책 국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연속 인상이나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시장을 흔들 정도의 큰 폭 인상을 피하려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BOJ의 결정 직후 달러·엔 환율은 장중 1.3% 오른 158.05엔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22일에도 달러당 157.41엔으로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FRED. 달러·엔 환율 추이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FRED. 달러·엔 환율 추이
시장은 0.25%포인트 인상보다 두 명의 반대표와 다음 인상 시점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반은했다는 분석이다. 레이 애트릴 호주국립은행 외환전략 책임자는 "BOJ가 시장 기대에 뚜렷하게 못 미쳤고 만장일치조차 얻지 못한 점이 투자자의 의구심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잉글랜더 스탠다드차타드 G10 외환리서치 책임자는 "추가 인상 의지가 약하게 전달되면서 달러가 오르기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이 이번에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리기로 하면서 양국의 금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BOJ의 새 금리가 시행되는 24일부터 미국 금리 상단과 일본 정책금리의 차이는 2.75%포인트로, 이번 양국 인상 이전과 같아진다.

바수 메논 OCBC 투자전략 책임자는 "BOJ가 중기적으로는 긴축 쪽으로 기울었지만 단기 신호는 엔화의 가격을 크게 다시 매길 만큼 강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 아시아태평양 전략가는 "BOJ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통화정책의 예외 지위에서 벗어나 다른 주요 중앙은행 대열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방향은 바뀌었지만 미국과의 격차를 없앤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엔캐리 거래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리거나 팔아 달러와 멕시코 페소 같은 고금리 통화를 산 뒤 채권·주식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투자자는 금리 차이만큼 이익을 얻고 엔화가 더 떨어지면 환차익도 거둔다. 반대로 엔화가 오르면 해외자산을 팔아 엔화를 되사야 해 손실이 한꺼번에 커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달러·엔 캐리 거래의 연 환산 수익은 통상 2.5~3.5%로 추산된다. 2024년의 5~6%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플러스다. 엔화 약세까지 이어지면 금리 차이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BOJ의 한 차례 인상으로 해당 거래가 사라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거래 규모는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시장 분석가들은 헤지펀드뿐 아니라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까지 넓게 잡으면 약 2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제프리스가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경을 넘어 빌려 간 엔화는 지난 3월 말 사상 최대인 360조엔, 당시 환율로 2조3400억달러였다.
BIS, 'The market turbulence and carry trade unwind of August 2024' 엔화 선물 투기 포지션과 일본 밖으로 공급된 엔화 자금 BIS, 'The market turbulence and carry trade unwind of August 2024' 엔화 선물 투기 포지션과 일본 밖으로 공급된 엔화 자금

‘2조달러 엔캐리’는 강제청산 가능액이라기보다 엔화가 글로벌 조달통화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이는지를 보여주는 넓은 추정치에 가깝다. 확인할 수 있는 투기성 포지션은 이보다 작다.

엔화 매도 포지션이 계속 늘어난 것은 아니다. CFTC의 9월 15일 기준 자료에서 CME 엔화 선물의 비상업 거래자는 12만359계약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만 이 통계는 전체 엔캐리 거래 가운데 일부만 보여주며, 18일 BOJ의 인상 결정 이후 포지션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다.

미국 CFTC — 엔화 선물 포지션 공식 표. 미국 CFTC — 엔화 선물 포지션 공식 표.

일본 개인투자자의 엔화 순매도도 8월 말 2조8860억엔에 달했다. SMBC닛코증권은 세계 개인투자자 엔화 매도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추산했다. 마루야마 린토 SMBC닛코 전략가는 "엔화가 더 오르면 이 포지션들이 정리되며 엔화 상승을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에하라 슈헤이 가이타메닷컴 애널리스트는 "달러·엔 환율이 152엔 아래로 내려가면 엔화 매도 포지션의 청산이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9월 들어서도 달러 대비 엔화 순매도 포지션을 50% 늘렸다. BOJ 인상 전 나타난 엔화 반등을 추세 변화가 아니라 다시 매도할 기회로 본 것이다. 해외채권 줄여도 주식·AI 투자는 지속최근 관련 수치를 보면 청산보다 해외투자 연장이 더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은 약 2조5000억달러다. 일본의 해외 포트폴리오 자산 약 5조달러의 절반에 이른다. 일본 투자자는 지난 8월 해외주식을 1조3000억엔 순매수했다. 5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생명은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포함한 인프라 금융에 2조엔를 투입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대출금을 갚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이다. 일본생명은 미국 프로젝트금융에서 평균 2%가 넘는 가산금리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금리가 올라도 미국 AI 인프라의 수익률이 적당히 높으면 자금은 계속 해외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증시도 아직 엔캐리 청산을 가격에 크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BOJ 인상 뒤인 22일 나스닥지수는 0.45% 올라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다만 엔화 차입금이 모두 미국 기술주에 투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국채와 회사채, 고금리 통화, 신흥국 채권, 암호화폐 등으로 흩어져 있다. 환율이 급변해 증거금을 마련해야 할 때는 거래량이 많고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미국 대형 기술주와 지수선물이 먼저 팔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 실적이 나빠지지 않아도 조달통화가 오르는 것만으로 나스닥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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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8월이 그 사례다. BOJ의 예상 밖 인상 뒤 엔화가 달러당 154엔 안팎에서 141엔대로 급등하자 캐리 포지션이 연쇄적으로 정리됐다. 닛케이지수는 하루 12.4% 급락했고 세계 증시에도 매도가 번졌다.

제임스 맬컴 UBS 전략가는 "당시 청산 규모를 좌우하는 것은 금리 차이의 절대 수준보다 금리 차이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느냐"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달러·엔 캐리 거래의 고점 규모를 최소 5000억달러로 추산하고 약 2000억달러가 2~3주 동안 청산됐다"고 분석했다.

이번에는 차이가 있다. BOJ가 수주 전부터 인상을 예고했고 결정 뒤 엔화 가치는 오히려 약해졌다. 강제청산의 직접 조건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위험이 사라졌다기보다 포지션 정리가 뒤로 밀리면서 환율 반전 때 정리해야 할 잔액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ChatGPT Image ChatGPT Image BOJ의 향방은BOJ가 예상보다 빨리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8월 신선식품 제외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1.7% 올랐다.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뺀 지수는 1.9% 상승했다. 핵심 물가는 8개월 연속 2%를 밑돌았지만 엔화 약세와 원유 가격 상승이 수입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나카무라 가나코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생산자물가와 중동발 유가 상승, 약한 엔화를 감안하면 이번 한 차례 인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분기마다 한 번꼴의 인상"을 예상했다. BOJ도 원유와 엔화 약세, AI 관련 수요 확대가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공식 발표에 적시했다.

반론도 있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시장이 BOJ의 최종금리를 2% 넘게 반영한 것은 과도하며 그 수준이면 일본 경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드 노이먼 HSBC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두 명의 반대표와 정체된 물가가 BOJ의 추가 긴축 능력에 의문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BOJ가 너무 빨리 올리면 엔화는 강해져도 내수와 부채 부담이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OJ의 추가 인상이 일본 경기 둔화를 불러 미국·유럽 중앙은행과의 금리 차이가 다시 벌어지면 엔화 강세도 오래가지 못한다. 엔캐리 청산이 금리 인상 횟수보다 미·일 정책 경로의 상대적인 속도에 달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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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캐리 청산과 일본 장기자금의 본국 귀환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청산은 환율이 급변할 때 레버리지 투자자가 해외자산을 팔아 빌린 엔화를 갚는 단기 거래다. 연기금과 보험사가 자산 배분을 바꾸는 과정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다.

약 2조달러를 운용하는 일본 공적연금(GPIF)이 일본 채권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 변화는 느릴 가능성이 크다. GPIF의 운용체계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자산 배분을 바꾸더라도 수개월에 걸쳐 집행해야 한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로 올랐지만 GPIF가 요구하는 수익률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GPIF의 목표 수익률은 명목임금 상승률에 1.9%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모건스탠리가 추정한 명목임금 상승률 3~3.5%를 적용하면 요구수익률은 약 4.9~5.4%가 된다. 일본 장기국채만으로는 목표를 맞추기 어렵다.

스기사키 고이치 모건스탠리 일본 거시전략 책임자는 "본국 귀환이 발생하더라도 외환시장 개입처럼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수 있으며 GPIF가 일본 국채 비중을 높일 유인도 크지 않다"고 봤다. 일본 내 금리가 올랐다고 미국 자산 2조5000억달러가 한꺼번에 되돌아갈 것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선임전략가는 "일본 자금이 해외자산을 공격적으로 파는 것보다 국내 대안의 매력이 높아져 신규 해외투자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일본이 미국 자산을 투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자산의 ‘한계 매수자’ 역할에서 서서히 물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재무성 국제증권거래 월간 통계. 8월 해외주식 약 1조3000억엔 순매수 일본 재무성 국제증권거래 월간 통계. 8월 해외주식 약 1조3000억엔 순매수
한국 투자자도 영향을 받는다. 올해 1월 말 국내 개인이 보유한 해외주식은 사상 최대인 약 1710억달러였다. 1월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50억달러로 전월 19억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엔화가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면 나스닥100·반도체·성장주 ETF처럼 한국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유동성 자산이 캐리 청산 과정에서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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