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평행선·AI는 동상이몽…이란 문제도 돌파구 없어
레드카펫·전투기·국빈만찬 총동원…“대화 계속한 게 성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활짝 웃고 있다. ⓒ AP/뉴시스[데일리안 = 정인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일간 ‘워싱턴 담판’이 끝났다. 레드카펫부터 전투기 비행, 빅테크 거물들이 총출동한 국빈만찬까지 의전은 화려했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많지 않았다. 최대 성과는 미중 무역전쟁의 재점화를 두 달 더 미룬 것이다. 대만과 인공지능(AI), 이란 등 양국이 첨예하게 맞선 문제는 대부분 다음 회담으로 넘어갔다.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중은 오는 11월 10일 만료 예정이던 무역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이 관세를 다시 대폭 끌어올리는 상황은 당분간 피하게 됐다. 미국은 농산물과 의료기기 등의 중국 수출과 소비재 등 비민감 품목의 대미 수출을 무역갈등에서 일부 제외하는 방안에도 중국과 의견을 모았다. 다만 관세와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희토류 공급, 첨단기술 규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장기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에 도출된 제한적인 무역 합의의 세부 내용을 오는 28일 공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우리 농부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며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중국이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희토류 공급에서도 이견이 남아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 따르면 중국은 대두 2500만t 구매 약속은 이행하고 있지만, 대두 외 미국산 농산물 170억 달러(약 24조 원) 구매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희토류 공급 역시 미국 측 기대보다 부족한 상태다.
대만 문제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직접 요구했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한 단계 강한 문구다. 그러나 미국 측이 기존 입장을 바꿀 조짐은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이 요구해 온 대만 무기 판매 중단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백악관 국빈만찬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찬을 즐기고 있다. ⓒAP/뉴시스AI에서도 두 정상은 같은 테이블에 앉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달랐다. 시 주석은 AI가 “항상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안전과 관리에 무게를 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I를 ‘슈퍼 인텔리전스(SI)’라고 부르며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AI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지만 정상회담에서 공동 안전원칙이나 구체적인 규제 합의까지 내놓지는 못했다. 앞서 양국은 두 달 안에 중국 선전에서 AI 안전 문제와 비상 상황 연락체계 구축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이란 문제 역시 큰 진전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직·간접적인 이란 지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 중국 측으로부터 지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 주석은 미국과 이란이 협상으로 돌아가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신 두 정상은 ‘관계 관리’에는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백악관에서 차를 마신 뒤 직접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이동해 미국 독립선언문과 헌법, 권리장전을 함께 둘러봤다. 시 주석을 위해 전투기와 폭격기가 상공을 가로질렀고 국빈만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등 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대거 초청됐다.
결국 이번 회담의 가장 분명한 결과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계속 만난다’는 데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퍼듀 대사도 이번 방문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대화를 계속하는 것”을 꼽았다. 관세전쟁의 시계는 두 달 멈췄지만 대만·AI·이란이라는 큰 숙제는 그대로 남았다.
ⓒ 자료 = 외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