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색 마무리 논의
9일 네팔 카트만두 시내의 한 호텔에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 사고로 실종된 한국인의 가족들(남동발전)이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카트만두=연합뉴스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네팔 사고 현장에서는 더 이상의 생환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네팔 정부도 수색·구조 작업의 종료 시점을 논의하며 본격적인 복구 단계로 넘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가 0.1%에도 못 미치는 네팔이 기후변화로 위험이 커진 히말라야 재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제사회의 ‘기후정의’와 책임을 둘러싼 논의도 커지고 있다.
14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 마을의 트리부반 트리슐리 중등학교가 있던 장소. 대홍수에 학교 지붕 등 일부 잔해만 남긴 채 학교 건물이 모두 유실됐다. 누와코트=연합뉴스사망·실종자 8000여명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은 2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1,403명이 숨지고 6,15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네팔 접경지 중국 티베트에서 숨진 43명과 실종된 519명을 더하면 양국 사망자 수는 1,446명, 실종자 수는 6,669명이다. 사망자와 실종자를 모두 합한 희생자는 8,115명이다.
네팔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도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이달 5일 어퍼트리슐리-1 발전소 약 225m 길이 터널에서 중국인 근로자 루하이타오가 한국·네팔 합동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디만, 이후 생환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진흙과 잔해가 터널을 막아 수색에 진척이 없는 상황으로,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황이다. 한국남동발전 실종 직원 3명의 가족은 현지에서 명절을 지내면서 가족의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8일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역에서 대홍수로 파괴된 가옥들이 진흙과 토사, 잔해에 뒤덮여 있다. 누와코트=AP 뉴시스네팔 정부 곧 수색 종료
네팔 피해는 막대하다. 네팔 정부는 이번 대홍수로 인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액이 2,744억 8,000만루피(약 2조 4,1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제적 손실액 1,338억1,000만 루피(약 1조1,700억원)를 합하면 전체 피해·손실액은 4,082억9,000만 루피(약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에서 수습된 사망자 시신 1,400여 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100여 구에 불과하다. 홍수에 휩쓸리면서 훼손되거나 부패된 시신이 많아 유전자 정보(DNA)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와 기술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네팔 정부는 수색·구조 작업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국가 복구 단계로 넘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은 22일 수색 종료 시점을 논의한 데 이어 수력발전소 터널 현장을 찾아 터널 수색 종료 방안도 검토했다. 다만 아직 종료 시점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수력발전소 관련 시설에서만 800명 이상이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여서, 생존자 수색을 언제까지 이어갈지를 두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가 24일 뉴욕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네팔 정부 "충분한 무상원조 제공 되어야"
이번 대홍수는 기후 변화로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 정부는 전세계를 향해 ‘기후 변화 청구서’를 내밀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24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네팔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는 0.1%에도 못 미친다”며 “우리는 이 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가 제공하는 충분한 무상원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