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자세 '환대'에 공화당 부글
통상 봉합 속 안보 과제는 연말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 국립기록보관소 앞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팔을 툭 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박3일 방미 일정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미국과 중국은 당장 눈앞의 관세 충돌을 2개월 뒤로 미루고 농산물과 희토류를 맞교환하는 선에서 잠정 타협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그뿐이었다.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대만 문제와 이란 전쟁 등 핵심 안보 뇌관은 건드리지 못한 채 연말 후속 회담으로 미뤘다. 합의나 실질적 외교 성과보단 '환대'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만남이었다. 공화당 내에서도 지나치게 화려한 의전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2달 휴전’ 속 농산물·희토류 맞교환
이날까지 양국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는 통상 분야에서 나왔다. 양국은 오는 11월 10일 만료 예정이던 '무역 휴전'을 내년 1월 10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중국은 2년 연장을 요구했으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측 요구로 2개월 연장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산 대두 2,500만 톤 구매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고, 반대급부로 미국 제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170억 달러 규모의 기타 농산물 추가 구매는 이행이 다소 지연되고 있어 미국 측이 협상과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국은 향후 무역 분쟁이 재발하더라도 보복 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비민감 품목' 관세 인하 목록에도 합의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중국과 지난 몇 주 동안 협상하며 이룬 성과에 관한 훨씬 자세한 내용을 오는 28일 월요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전날 회담에서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우리 농민과 목장주 및 다른 사람들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고, 제조업에 필요한 희토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을 받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대만·AI·이란 문제 '연말 숙제'로
경제 전선에서의 일시 봉합과 달리 양국 간 가장 위험하고 핵심적인 안보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두 정상은 전날 백악관에서 3시간 22분간 만나, 소인수 및 확대 회담을 이어갔지만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I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시 주석은 인공지능(AI)을 두고 "언제나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AI속도조절론이 추격자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이란 전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란 지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 대사가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으며, 양측이 "조속한 대화·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국을 향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라"고 압박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들의 대만 관련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두 정상은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기로 합의하면서 안보 현안의 해법을 연말 연쇄 회담으로 넘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빈만찬을 갖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역대급 환대에 공화당 강경파 반발
공화당 내부에선 이번 회담을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했다. 불과 몇 달 전 중국이 유권자 데이터를 해킹해 2020년 대선에 개입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 발언을 완전히 덮은 채 "위대한 우정을 쌓았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친다"며 찬사를 쏟아냈다는 이유에서다.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중 정책으로 선거 운동을 해왔고 지지자들은 중국을 손봐주겠다는 말에 환호했다"며 "공산당 지도자를 상대로 한 레드카펫 행사는 민주당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해 온 공화당의 중간선거 메시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상원의원도 "화려한 의전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관세 문제로 압박을 받아온 농민들을 위해 긍정적인 무언가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