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에서 70%까지 4분대 충전
‘9분 완충’ BYD 상대로 선전포고
中 수요부진속 기술 차별화 사활
지난 23일 중국 저장성 닝보 항저우만신구 지리자동차 안전센터에 마련된 배터리 전시장에서 ‘선둔 골든 배터리’ 팩이 수조 안에 잠겨 있다. 닝보=정다은 특파원지난 23일 찾은 중국 저장성 닝보 항저우만신구 소재 지리자동차 안전센터. 20억 위안(약 4100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로 지은 자동차 안전시험시설인 이곳은 이날 거대한 배터리 전시장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자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로봇팔과 각종 차세대 충전 설비가 늘어선 가운데 가장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수조 속에 완전히 잠긴 배터리 팩이었다. 전광판의 경과 시간이 73분을 가리켰지만 수조 안 물고기들은 배터리 주변을 아무렇지 않게 헤엄쳤다. 지리차 관계자는 “폭우와 침수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지리의 초급속 배터리가 거뜬히 버틸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수조 속 배터리는 이날 지리가 공개한 차세대 배터리로 불과 8분 만에 완충을 완료했다. 지리차는 배터리를 10%에서 70%까지 4분 30초, 10%에서 97%까지 8분 40초 만에 충전할 수 있는 ‘선둔 골든 배터리’를 공개했다. 2.2메가와트(MW)급 충전 인프라와 고율 충전을 지원하는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로 지리차가 양산 준비를 마친 충전 기술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이날 무대에 선 간자웨 지리차 CEO는 “급속 충전이 빨라질수록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며 “지리는 AI를 활용한 혁신으로 충전의 안전성, 적시성, 편의성을 모두 잡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중국 저장성 닝보 항저우만신구 지리차 안전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간자웨 CEO가 AI를 활용한 배터리 충전 신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닝보=정다은 특파원초고출력 충전 과정에서 안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AI)도 전면에 내세웠다. 지리차는 중국 AI 기업 스텝펀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 에너지 AI 모델 ‘싱루이 파워마인드’를 함께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대 30초 뒤의 배터리 온도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맞춰 충전 출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배터리 평균 온도를 55℃ 이하로 유지하고 최고 온도도 65℃ 이하로 제한하도록 설계됐다. 충전소의 에너지저장장치(ESS)부터 충전기, 케이블, 충전 포트, 배터리 팩까지 열을 관리하는 액체냉각 시스템도 적용해 고출력 충전 과정에서 특정 구간에 열이 집중되는 현상을 줄였다. 간 CEO는 “AI 기술 혁신을 통해 충전과 동시에 배터리를 관리함으로써 빠른 충전과 긴 배터리 수명을 동시에 원하는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했다”고 강조했다.지리차가 초급속 충전 신기술을 내놓은 것은 BYD(비야디) 등 경쟁사의 공격적인 행보에 대한 반격 성격이 짙다. 비야디는 전기차 대중화의 최대 병목으로 꼽혀온 주행거리 불안과 긴 충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초급속 충전 기술과 메가와트급 충전 네트워크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올해 초에는 배터리를 10%에서 97%까지 9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개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CATL 역시 올해 초 약 6분 안팎의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3세대 선싱 배터리를 공개하며 기술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현지 매체 집계에 따르면 올 1~7월 지리차에 탑재된 배터리 가운데 지야오퉁싱의 비중은 28.50%로, 2024년 18.46%보다 크게 높아졌다. 다만 같은 기간 CATL 비중은 여전히 63.21%에 달해 아직까지 공급망 다변화 초기 단계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이처럼 배터리와 충전 기술 경쟁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내수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있다. 가격 인하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1~7월 중국 완성차 업계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가격 협상력 강화를 위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CATL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배터리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CATL이 올해 상반기 거둔 순이익은 432억8400만 위안으로, 같은 기간 중국 주요 완성차 상장사 15곳의 순이익 합계인 210억4800만 위안의 두 배를 웃돌았다. 중국 테크매체 36kr은 “배터리 업체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핵심 기술과 원가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