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바·핑크퐁 등 밈(meme) 소비 확산
27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머무는 상어 ‘부캉이’를 구경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시민이 몰려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900억원을 들인 인프라보다 우연히 나타난 꼬마 상어 한 마리의 힘이 더 셌다.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등장한 길 잃은 상어 ‘부캉이’가 순식간에 40만명의 인파를 끌어모으며, 부산 최대인 해운대 상권마저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색 콘텐츠’ 하나가 어떻게 폭발적인 유동인구를 창출하고 유통가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경쟁력이 되는지 증명한 셈이다.
부캉이의 바다 귀환 임박으로 짧고 강렬했던 특수는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지만, 뜻하지 않은 상어 한 마리가 유통·관광업계에 ‘콘텐츠가 곧 경쟁력’이라는 묵직한 공식을 남겼다.
27일 부산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추석 연휴 사흘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32만명으로 집계됐다. 공단이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방문객은 40만5800명에 달했다. 평소 친수공원의 휴일 하루 방문객이 약 2000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인파다.
앞서 지난 18일 약 3m 크기의 상어가 북항 친수공원 경관수로에서 발견된 뒤, SNS를 중심으로 사진과 영상이 확산했다. 이후 부산 북항의 이름을 딴 부캉이라는 애칭까지 붙으면서 상어를 보려는 방문객이 급증했다.
갑자기 늘어난 유동인구는 주변 유통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친수공원에서 부캉이가 목격된 이후인 지난 19∼20일 동안 북항 인근 CU 5개 점포의 평균 매출은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CU 6개 점포보다 10.5% 높았다.
통상 해운대 해수욕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여름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아 편의점 매출이 높은 지역이다. 북항 인근 점포 매출이 해운대를 넘어선 것은 부캉이에 관한 관심이 실제 관광으로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캉이를 기다리는 방문객이 장시간 현장에 머물면서 인기 판매 품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부산 동구 지역 CU에서는 보조배터리 매출이 전주보다 815.5% 급증했다. 즉석조리식품은 166.2%, 생수 55.0%, 얼음 46.3%, 삼각김밥은 32.3% 각각 증가했다.
부캉이가 일으킨 소비 효과는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CU에서도 죠스바 매출이 전주 대비 15.0%, 고래밥은 11.7%, 핑크퐁 아기상어 관련 상품은 14.8% 각각 늘었다. 지역에서 발생한 화제가 SNS를 거쳐 전국적인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추석 연휴와 맞물려 방문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편의점뿐 아니라 북항 일대 카페와 외식업체 등도 매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캉이가 가져온 부산 북항의 홍보 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900억원을 들여 조성된 북항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부캉이가 와서 홍보 역할을 해주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가 있다”며 “상어 관련 관광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캉이의 거취에 따라 북항 상권의 특수도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전날 북항 인공수로에 경비정을 투입해 부캉이가 수로 밖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했지만, 부캉이는 계속 인공수로에 머물렀다.
부산시는 연휴가 끝난 뒤에도 부캉이가 스스로 수로를 빠져나가지 않을 경우 국립수산과학원 등 관계기관과 부캉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조 방법을 협의할 계획이다. 부캉이가 바다로 돌아가면 단기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방문 수요도 차츰 잦아들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지역 이슈가 관광과 소비를 동시에 끌어낸 대표적인 ‘밈 소비’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상 화제가 실제 관광으로 이어지고, 다시 편의점과 외식 등 현장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