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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담합·최고가격제 이중고…정유업계 “시장가 왜곡하는 강제 정책”

요약
  • 정유업계가 석유제품 가격 담합 의혹으로 11월 재판을 앞둔 가운데,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장기화로 인한 손실보전 갈등까지 겹쳐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업계는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결정이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 담합 의혹에 11월부터 재판
최고가격제 장기화로 손실보전 방식 갈등
실적 불확실성↑…“인위적 가격결정 손봐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미국·이란 전쟁의 반사이익 효과로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가 웃지 못하고 있다. 중동 긴장 상황 속에서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가격 담합 의혹에 휘말린 데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장기화로 하반기 실적의 발목을 잡는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가격결정권을 쥐고 기업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검찰로부터 석유제품 가격 담합 의혹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재판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유업계에서는 과거 2007년 정유 4사가 가격정보를 교환하며 석유제품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고, 2011년에는 주유소 거래처를 서로 침범하지 않는 이른바 원적관리 담합으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올해 사건은 석유제품 가격담합 관련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다시 동일한 사안이 문제로 불거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결정 부서 책임자들이 2024년 7월부터 가격 정보를 공유했고, 올해 미국·이란 전쟁 직후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 이같은 가격을 추종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을 포함하면 경쟁 제한 효과는 26조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가격 담합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문제 삼는 경쟁업체 간 가격정보가 오간 대화는 통상적인 영업정보 수집과도 다르고, 가격결정 주체가 만나 가격 수준과 인상 시기를 합의하는 전형적인 담합과도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사에서 가격결정 주체가 장기간에 걸쳐 사업자 간 가격과 물량을 반복적으로 합의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담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개별 정유사가 공급하는 제품가격도 우선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통보하고 사후에 각 사들이 관리 비용을 제하고 사후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라 결국엔 가격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가 민감한 영역은 또 있다.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올 3월 도입해, 이달 19일에 10차까지 제도를 연장한 석유 최고가격제다. 정부가 석유 제품가를 인위적으로 정한 만큼 손실보전에 나서기로 했지만 그 기준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아니라 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가 그동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발생한 기회 손실을 7조~8조원대로 추정하지만 정부는 이보다 적은 금액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정부가 확보한 손실보전 목적예비비는 4조2000억원이다. 또 각 업체별로 회계 시스템과 비용 처리 방식이 달라 손실보전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정산위원회는 11월께 손실 규모를 확정하고 연내 첫 정산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도 정제마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와 정책 변수에 따라 실제 이익을 얼마나 지켜낼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최고가격제와 같이 정부의 가격결정을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을 옥죄고 시장가격을 왜곡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유가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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