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지시 불응하며 연락 지속... 국민 신뢰 심각하게 훼손"
연합뉴스[파이낸셜뉴스] 자신을 상대로 민원을 낸 시민에게 수십 차례 연락해 취소를 요구한 경찰관에 대한 강등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부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사유만으로 처분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징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경찰서 소속 경사 A씨가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부적절한 언행과 품위 손상 등 5가지 사유로 강등 처분을 받았다. 그해 7월 별거 중인 남편이 자살할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신고자를 귀가시키는 과정에서 화를 내며 비아냥댔다는 것, 신고자가 민원을 제기하자 전화 20회와 문자 19회로 철회를 요구했다는 것, 후배 경찰관과 다투다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 교통사고 가해 여성의 연락처를 동료에게 넘겨받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 순찰 근무 중 카페 여주인에게 창밖에서 스케치북으로 애정을 고백했다는 것이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강등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진술한 민원인과 경찰관들이 A씨를 음해하려 사실을 왜곡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경찰 내부 기강과 국민 신뢰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5가지 중 3가지만 징계 사유로 인정하면서도 위반 정도가 무겁지 않다며 강등보다 가벼운 징계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처분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징계 사유의 존부에 관한 2심 판단은 사실심의 권한에 속한다며 그대로 뒀다. 다만 양정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상 민원 철회 요구 행위 하나만으로도 강등이 가능하고, 나머지 두 사유까지 인정되는 만큼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 의결도 가능하다고 봤다.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내부 양정 기준에 따른 처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원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가능성 또한 크며, 이로 인하여 경찰조직의 기강 및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민원인이 연락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계속 연락했고, 접촉하지 말라는 상사의 지시에도 불응한 점을 들었다. 민원인이 경찰 조사에서 연락이 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고 진술한 점도 근거가 됐다.
카페 고백에 대해서도 근무태만의 정도가 가볍다고 본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가 여주인의 거부 의사에도 계속 접근해 고백함으로써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 심리적 고통을 느끼게 하였다"며 사안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