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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노인, 70년 산 아파트서 쫓겨나... 스페인서 ‘주거 시위’ 확산

요약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70년간 거주한 87세 노인이 펀드회사의 매입과 임대료 인상으로 강제 퇴거당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주거권 보장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 관광 및 이민 증가와 대형 부동산 투기 등으로 지난 10년간 임대료가 폭등한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관련 법안 제출을 예고했다.
87세 노인 '강제 퇴거'에 국민적 분노
펀드회사가 주택 매입해 월세 크게 올라
이민·관광 급증에 10년 간 월세 2배 폭등
'주거문제 해결' 앞세운 산체스 총리 위기
26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시위자들이 주거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나흘 전 87세 노인이 70년 간 살았던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 당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시위자들이 주거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나흘 전 87세 노인이 70년 간 살았던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 당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높은 임대료 등 주거비 부담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87세 노인이 70년간 살았던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 당한 사건이 시민들을 분노케 한 기폭제가 됐다. 이들은 대형 부동산 회사나 사모펀드가 주택을 대거 사들인 탓이라고 지적하며, 주택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던 페드로 산체스 정부를 비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드리드 세입자 연합이 주최한 27일(현지시간) 집회에 정부 추산 2만 5,000명, 주최 측 추산 30만 명이 모였다. 시위대의 분노는 앞서 87세 노인인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70년 동안 살았던 마드리드의 아파트에서 23일 퇴거 당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경찰이 그의 자택 앞에서 퇴거를 막던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면서 아바스칼은 구급대원들이 준비해온 들것에 실려 30분 만에 퇴거 조치됐다.

시위대들은 이날 참가자들은 퇴거 당한 노인 이름을 부르짖으며 “우리 모두가 마리카르멘이다”라는 팻말을 흔들었다. 시위 규모 면에서도 아바스칼이 퇴거 당한 23일 열린 시위(1만 명)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70년 살았던 집에 무슨 일이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이 23일 70년간 살았던 스페인 마드리드 아파트에서 들것에 실려 강제 퇴거 당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이 23일 70년간 살았던 스페인 마드리드 아파트에서 들것에 실려 강제 퇴거 당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아바스칼은 1956년 아버지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아파트에서 70년 동안 살았다. 임대료 상한제에 따라 월세는 크게 오르지 않았고, 부모가 사망한 이후에도 계약이 양도돼 세입자 신분을 유지한 덕분이다.

그러나 2018년 개인 소유였던 이 아파트를 투자 펀드회사인 우르바게스티온이 매입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월세를 500유로에서 2,650유로로 인상한 것. 이후 조정 끝에 1,650유로로 인하됐지만 여전히 그의 연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회사 측은 “아바스칼이 부모로부터 양도 받은 계약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대법원이 아바스칼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최종 승소했다.

익명의 기부자가 아바스칼의 월세를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그는 결국 퇴거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가 올 6월 스페인 정부에 강제퇴거 움직임에 유감을 표하며, 아바스칼이 안정적인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지만 퇴거를 막진 못했다. 퇴거 이후 친척 집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아바스칼은 전날 시위대에 “저는 내 집을 지키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지킬 수 있도록 싸워달라”는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10년간 2배 폭등한 월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3일 의회에서 세우타 지역 대규모 이주민 유입 사태와 관련해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3일 의회에서 세우타 지역 대규모 이주민 유입 사태와 관련해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유럽 4위 경제 대국인 스페인의 임대료는 최근 10년 간 두 배 폭등했다. 관광과 이민으로 주택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은 제자리에 그쳤기 때문이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현재 주택 75만5,000채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대형 부동산 회사가 안 그래도 모자란 주택을 대거 사들이면서 공공 임대주택이 줄어든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스페인의 공공 임대주택 비중은 2% 미만으로, 유럽연합(EU)의 평균(8%)에 크게 못 미친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사건을 “사회적 비극”이라고 규정하며 대응책을 예고했다. 임대료를 부분적으로 동결하고 세입자의 퇴거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이번주 초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소규모 임대업자들로 하여금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도록 만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거란 우려도 있다. 올 2월에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같은 이유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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