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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광고]"니들이 게맛을 알아?"…버거는 사라졌지만

요약
  • 2002년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롯데리아의 크랩버거는 배우 신구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유행어를 남겼으나, 매장 운영 효율성 문제로 단종되었습니다.
  • 그러나 제품은 사라진 후에도 해당 광고와 명대사는 20년 넘게 회자되며 오징어버거와 크랩 얼라이브 버거 등의 후속 제품 광고로 이어져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2002년 550만개 팔린 크랩버거
제품보다 유명해진 신구의 한마디
오징어버거로 이어진 '게맛'의 기억
그래픽=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그 위로 작은 돛단배 한 척이 떠 있다. 배 안에는 한 노인이 커다란 게 한 마리와 함께 누워 있다.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지친 표정이지만, 얼굴에는 힘들게 잡은 게를 바라보는 뿌듯함이 묻어난다. 멀찍이 지나가던 다른 배의 선원들이 이를 발견한다. 커다란 게를 낚아 올린 노인을 바라보며 부러운 듯 감탄사를 쏟아낸다. 노인은 지친 몸을 일으키는 대신 배에 누운 채 선원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던진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곧이어 화면에는 게의 먹음직스러운 속살이 가득 담긴 크랩버거가 등장한다. "게 속살로 만든 크랩버거"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광고가 마무리된다.



한 배우의 영원한 유행어가 된 광고가 있습니다. 바로 원로배우 신구의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인데요. 버거는 반짝하고 사라져서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제품보다 더 유명했던 그 광고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하나의 유행어로 살아남았을까요.

2002년 최고의 유행어

2002년 8월. 롯데리아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갈수록 고급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크랩버거'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기준 단일 제품 최고가인 2600원에 출시되었음에도 폭발적인 돌풍을 일으켰죠. 크랩버거는 출시 한 달 반 만에 550만개가 판매됐는데요. 이는 2001년 8월 '김치라이스버거'가 세운 한 달 판매량 200만개를 크게 웃도는 기록이었습니다.

물론 개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국내산 게살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원료 가격도 워낙 고가여서 수급에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죠. 이에 롯데리아는 해외 시장조사를 거쳐 해외산과 국내산 게살의 적정 배합 비율을 찾아냈고 키토산이 풍부한 꽃게와 홍게의 맛을 살린 패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롯데리아 크랩버거/사진=롯데리아 롯데리아 크랩버거/사진=롯데리아롯데리아는 크랩버거를 기존 육류 중심의 QSR(퀵서비스레스토랑) 메뉴에서 벗어나 해산물을 활용하면서 품격을 한 단계 높인 버거로 평가했는데요. 홍게살과 꽃게살이 30% 함유된 해산물 패티에 크랩 소스와 화이트 소스를 조화롭게 구성해 '새우버거(현 리아 새우)'의 뒤를 잇는 롯데리아의 대표 해산물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런 크랩 버거의 유명세를 높여준건 바로 '광고'였습니다. 당시 크랩버거는 헤밍웨이의 소설인 '노인과 바다' 패러디한 광고로 큰 유명세를 탔습니다. 진지한 연기를 펼치던 원로배우 신구가 던진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코믹한 대사는 젊은 층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이 멘트는 당시 최고의 유행어로 등극할 정도였는데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크랩버거는 2003년 6월 '대한민국 마케팅대상' 신상품부문 명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니들이 오징어 맛을 알아?"

잘 만든 광고와 초기 폭발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크랩버거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는데요. 크랩버거는 출시 후 약 2년 만인 2004년경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여기에는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로서 롯데리아가 가진 매장 운영의 효율성 문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보통 크랩버거와 같은 이색적인 메뉴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젊은 층에서 소비가 많습니다. 하지만 롯데리아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시·군·읍 단위까지 가맹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죠. 연령대가 높은 지방이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이색 신메뉴 소비가 적을 수밖에 없고, 손님이 찾지 않는 매장에서는 고급 원자재의 활용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리아 새우', '리아 불고기' 같은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 위주로 팔리는 매장은 신제품의 회전율이 낮아질수록 재고 부담이 가중됐는데요. 그렇다고 브랜드 특성상 수도권과 지방의 판매 메뉴를 다르게 가져갈 수도 없었기에 롯데리아는 매장 운영 효율성을 고려해 크랩버거를 단종하는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크랩 얼라이브 버거 광고/사진=롯데리아 크랩 얼라이브 버거 광고/사진=롯데리아이후 롯데리아는 2019년 롯데리아 창립 40주년을 맞아 '다시 맛보고 싶은 레전드버거'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크랩버거는 안타깝게 10위 안에 들지 못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과반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1대 레전드버거로 등극한 '오징어버거'의 광고판으로 전설의 크랩버거가 다시 환생했습니다.

롯데리아는 17년 만에 신구를 다시 모델로 기용하고, 원작의 내레이션을 맡았던 유강진 성우까지 재소환해 게를 오징어로 바꾼 "니들이 오징어 맛을 알아?" 패러디 광고를 완성했는데요. 원작을 완벽히 재현한 이 광고에 힘입어 오징어버거는 재출시 20일 만에 250만개 이상 팔려나갔습니다.

2024년에는 크랩버거의 명맥을 잇는 '크랩 얼라이브 버거'가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통째로 씹어먹는 소프트쉘크랩 한 마리를 그대로 튀겨낸 이 제품은 출시 5일 만에 25만개가 판매되며 목표량의 264%를 달성했습니다. 해당 광고에는 연예계 대표 낚시광인 배우 이덕화가 출연해 "게~ 맛있어"라는 위트 있는 대사를 던지며, 과거 신구의 질문에 답하는 듯한 인상적인 연출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유통기한 없는 광고

"니들이 OO 맛을 알아?"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이후 타 브랜드와 방송가에서도 수없이 패러디됐습니다. 제품은 사라졌지만 광고와 명대사는 20년 넘게 반복적으로 소비되며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동원F&B의 '리얼크랩스' 광고인데요. 동원F&B는 신구를 모델로 기용해 "니들은 아직도 게맛을 모르냐?"라는 대사를 선보였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콘셉트까지 더해 크랩버거 광고를 그대로 오마주했죠.

신구와 '게맛'의 인연도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구는 이후 여러 드라마와 작품에서 해당 대사를 선보이며 이를 자신의 대표적인 유행어로 만들었고, 2015년에는 영덕대게축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패러디가 등장하는 동안 원조인 롯데리아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사실 광고의 소유권은 엄연히 롯데리아에 있지만, 타 브랜드나 방송가에서 이를 패러디할 때 롯데리아는 법적 대응 대신 이를 넓은 품으로 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계산된 마케팅적 혜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광고인 만큼, 타사나 대중에 의해 문구가 계속 반복 노출됐는데요. 덕분에 소비자들은 패러디 광고를 볼 때마다 '원조 브랜드'인 롯데리아를 본능적으로 떠올리게 된 겁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측은 "악의적인 도용이 아니고 소비자가 패러디를 롯데리아의 광고로 오인하지 않으며 브랜드 평판에도 문제가 없다면, 직접 비용을 들여 광고를 집행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브랜드 친근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홍보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잘 만든 광고는 세월을 뛰어넘는 힘이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광고는 대중문화의 한 장면으로 남아 제품의 유통기한을 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소비되는데요. 크랩버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버거는 단종됐고 제품의 맛은 희미해졌지만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한마디는 20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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