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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알고 나서 [이문재의 발견]

요약

이문재 시인이 만남과 이별을 통해 우리를 거듭나게 하는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며, 류시화 시인의 시집과 추모 벤치 일화를 통해 깊은 여운을 전합니다.

매주 이문재 시인이 벼려낸 성찰의 화두를 독자 여러분과 나눕니다. 속도보다 여유를, 기계보다 사람을, 사람보다 생명과 환경을 향하는 시인 이문재의 깊은 발견이 담겨 있습니다. 한 번쯤 시를 소리 내어 읽고, ‘시작 노트’까지 음미해 보시길 바랍니다.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당신을 알고 나서는

당신이 어디에나 있었고

그리고 당신은 떠나갔지만

나는 당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찾지 않는다 해도

언제 어디서든

나는 당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도 그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_____________

*영국의 공원이나 풍치 좋은 곳에 ‘나는 당신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는 문구가 새겨진 추모 벤치가 있다고 합니다.

[시작 노트]

‘우리를 거듭나게 하는 만남과 이별’

지난 주말 결혼식장에 갔다가 옛 직장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대뜸 “〈시사IN〉에 시 연재하는 거 잘 보고 있는데 ‘창비 시’ 같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창비’(‘창작과비평’)는 지난 세기 후반 (요즘은 안 쓰는 말이지만) 참여문학의 학교이자 진지였습니다. 이른바 유신 세대에겐 그렇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저는 ‘세상 돌아가는 게 워낙 갈급해서 그렇습니다’라고 하려다 말았습니다. 시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본령에서 벗어나는 것이겠지요. 저는 속으로 ‘창비 시’ 같지 않은 시도 쓴다고 대꾸하려다 말았습니다. 위 시도 곰곰 살펴보면 ‘비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추모 벤치’가 필요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시를 쓰고 나서 퍼뜩 떠오른 시집이 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류시화, 수오서재). 그렇지요. 어떤 만남은 ‘나’를 이전과 다른 ‘나’로 거듭나게 합니다. 그런 만남과 이별을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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